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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상·우현, 사람 냄새나는 우정이 부럽습니다
기사입력 :[ 2011-06-01 14:56 ]


“인생에 있어 여러모로 큰 도움을 준 친구가 우현입니다.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사람만큼 소중한 사람은 없겠죠. 경제적으로 정말 어렵고 힘들어서 매일 울던 시절이 있었어요. 어지간하면 누군가에게 손을 못 벌리는 제가 어쩔 수 없이 망설이다가 이 친구에게 얘길 했어요. 천만 원을 빌려 달라 했더니 그거 가지고 되겠느냐며 선뜻 이천만원을 빌려주더라고요. 받을 생각 안 하고 그냥 준 거죠. 어렵고 힘들 때 곁에 있어준 친구가 있어 행복합니다. 이 친구를 만나서 덕분에 잘 살았어요.”

- KBS2 <승승장구>에 출연한 연기자 안내상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안내상 씨는 본래의 품성을 가늠키 어려운 연기자다. 일찍이 이보다 한심한 인간일 수는 없지 싶은 SBS <조강지처 클럽>의 한원수와 고뇌에 찬 개혁군주이자 지식인인 KBS2 <한성별곡-正>의 정조를 비슷한 시기에 연기했는가 하면, 무능한 KBS2 <수상한 삼형제>의 맏아들 김건강 역에 이어 KBS2 <성균관 스캔들>의 의식 있는 스승 정약용 역 또한 몰입도 있게 잘 그려낸 연기자이니까.

맡는 역할마다 성격이 하도 극과 극을 달리며 널을 뛰는지라 실제로 본인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일지, 그게 늘 궁금했다. 더구나 몇몇 인터뷰를 통해 순수하게 목회자의 길을 걷고자 신학대에 진학했다는 사실이며 당시 학생 운동에 참여해 잠시 복역한 이력까지 접하고 나니 점점 더 오리무중일 밖에. 신학+학생운동과 아내 나화신(오현경)과 바깥 여자 모지란(김희정)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별의 별 진상을 다 피우던 한원수는 도무지 일치점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MBC <로열패밀리> 홍보 차 출연한 <놀러와> 때나 얼마 전에 tvN <택시>에 올랐을 때도 매의 눈으로 예의 주시했다. 물론 극중 정조나 정약용에 필적할 참된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길 기대했던 것. 하지만 <놀러와> 때는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말수가 현저히 적었고 또한 <택시> 때는 탑승 시간이 반회 분에 불과해 소득이 그다지 없었다.

그런데 초대 손님으로 하여금 스스로 입을 열게 만드는 <승승장구>에서는 역시나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다양한 면면을 보였다. 어떻게 찌질한 한원수 역할을 그렇게 잘 해냈느냐는 질문에 “제가 원래 어릴 적부터 찌질하게 살았어요. 원래 찌질합니다.”라고 말하는 당당함, 감옥살이라는 암울한 현실조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 등 그의 매력은 끝이 없었다.



아버님이 7형제이신 관계로 30명에 가까운 사촌들이 모두 ‘상’자 돌림을 따라야 했기에‘외상’, ‘진상’, ‘화상’ 등 어지간한 ‘상’은 다 존재한다는 집안 내력이며 문득 영화 <친구>가 오버랩 될 정도로 파란만장했던 학창 시절, 세상에 아버지가 나 외에 어찌 존재할 수 있느냐로 시작됐다는 부친과의 엄청난 신앙적(?) 갈등, 그리고 교회에서 만난 한 소녀로 인해 개과천선했다는 얘기하며,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모두 초등학교 4학 년 즈음의 일이라는 놀라운 사실까지, 참으로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몰래온 손님, 연기자 우현 씨와의 28년간의 깊고 진한 우정이다. 학생 운동을 함께 한 격동의 시간들이며 앞뒤로 주거니 받거니 옥살이를 하는 등 절묘한 평행이론도 흥미로웠지만 재미와 웃음 뒤에 있는 끈끈한 진심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했다. 어렵게 돈 얘기를 꺼낸 친구의 심경과 처지를 헤아려 오히려 더 많은 액수를 건넨 우현 씨는 애당초 돈을 되돌려 받겠다, 안 받겠다는 개념조차 없었단다. 물론 훗날 형편이 좋아진 후에 돈을 갚았기에 해피엔딩이 된 건지는 모르겠으나 ‘친구 사이일수록 절대 돈거래는 하지 말라’는 조언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사는 요즘 세상, 뭔가 가슴이 뭉클해지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진짜 행복해지고 싶어서, 웃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다는 안내상 씨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엉겁결에 연기자의 길로 들어섰다는 우현 씨의 사람 냄새나는 우정이 진정 부럽다. 나는 누군가에게 과연 이런 친구일 수 있을까? 어쩐지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었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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