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가 말하는 ‘개콘’의 대표코너와 주역들[인터뷰1]
- '생활의 발견' 신보라와 '감수성' 김준호, 김대희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대중문화를 묻다] '개그콘서트'는 명실공히 우리네 개그의 산실이다. 무수히 많은 코너들이 이 무대 위에 올랐고 수많은 대중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으며 또 사라져갔다. 그런 큰 웃음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개그맨들의 남모르는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를 만나 대표코너들과 그 주역들인 개그맨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덕현(이하 정) : '개그콘서트'는 초창기 모습과 비교해보면 꽤 많은 변화를 해온 걸로 아는데요.

서수민(이하 서) : 처음에는 매번 새로운 걸 짜내느라 너무 힘들었죠. 지금처럼 고정이 없었어요. 차츰 반응이 있는 것을 고정화시키기 시작했는데 지금의 체제는 고정 위주의 코너 발굴에 주로 맞춰져 있죠. 한 번 웃기는 것보다는 어떤 의미가 있어서 지속적인 흐름으로 진화될 수 있는 그런 코너를 더 발굴하려고 합니다.

정 : 작년까지만 해도 좀 주춤한 것 같았는데 최근 들어 코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서 : 요즘 코너가 좋아졌다는 얘길 들으면 한 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연령대가 높아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생활의 발견' 같은 머리 속으로 한번 생각해서 웃음이 나오는 개그가 아니라 '발레리노'처럼 즉각적으로 웃음을 주는 개그가 주류였던 시대가 있었죠. '마빡이' 같은. 그 흐름이 지금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정 : '개콘'을 보는 시청세대에도 어떤 변화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서 : 그래서 코너 안배에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 '개콘'의 대표코너의 소구층이 젊은 세대만이 아니란 거죠. '생활의 발견'은 대표적인데 제목도 일부러 '생활의 발견'으로 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그런 디테일을 따라가고자. 본래 제목은 ‘우리들의 진지한 시간’, '이별남녀', '슬퍼지려 하기 전에' 등 여러 가지가 나왔는데 막판에 '생활의 발견'이 됐죠. 여기에는 600회 특집 때 김상경씨와 예지원씨를 출연시키고픈 사심도 들어있었답니다.(웃음)



◆'생활의 발견' - "신보라는 신봉선을 거쳐 박미선이 될 수 있는 개그우먼이죠."

정 : 그래도 '생활의 발견'은 첫 회부터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코너라고 생각됩니다.

서 : '생활의 발견'은 2회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1회 삼겹살집 편에서 거의 센 걸 다 보여줬거든요. 음식점만 가면 너무 코너가 한정될 거 같아서 좀 다양하게 가려고 했죠. 그래서 중국집 얘길 하려다가 이사하면서 중국음식을 배달하는 쪽으로 바꿨는데 이게 혼동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두 번째 녹화 때는 두 버전을 모두 준비했죠. 이사 버전과 중국집 버전. 녹화를 뜨다가 반응이 안 좋으면 다른 버전으로 또 녹화를 하려구요.

정 : 생각만큼 녹화가 쉽지 않군요.

서 : 특히 '생활의 발견'은 방영될 때까지 좌불안석이랍니다. 녹화 때만 해도 대박인데 방영될 때 보면 또 다르죠. 녹화하기 전까지 리허설 하는 동안, 처음 보는 개그맨들을 앉혀놓고 물어보기도 합니다. 매번 디테일을 고치고 챙기죠.

정 : 너무 멜로쪽으로만 가면 소재가 좀 한정되지 않을까요. 사실 멜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상황 속에서 엉뚱한 습관들이 나와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서 : 그렇게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데 겁이 많아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이 코너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를 떠올렸는데요, 상을 다 치르고 납골당에 갔다가 가족들이 감자탕 집에 갔는데, 부조금 처리 문제로 좀 진지한 분위기에서 엄마가 식겠다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했던 기억이 있어요. 나중에 남편이 그 때 얘길 하면서 너무 웃겼다고 하더라구요. 머리에 흰 띠 하나씩 매고 앉아서 감자탕 뜯으면서...(웃음) 사실 이런 상황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죠.

정 : 이혼서류를 법원에 내러간 상황이라던가, 사채업자에게 빚독촉을 받는 상황이라던가, 부장님한테 막 깨지고 있는 상황이라던가... 다양하게 뻗어나갈 수 있겠군요.

서 : 그런데 오래 갈 걸 생각하니까 쉽게 소재를 넓히지 못하고 있어요. 일단 연인상황으로 할 수 있는 걸 다 뽑아먹을 생각이죠. 그리고 다른 상황으로 넓혀가야겠죠.

정 : '생활의 발견'은 신보라의 발견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개그우먼의 차세대 주자라고 할 수 있겠죠?

서 : 신보라는 신봉선을 거쳐서 박미선이 될 수 있는 개그우먼이에요. '남자의 자격'을 통해 이미 알려졌지만 노래를 아주 잘해서 가수 매니저들한테 연락이 많이 오죠. 똑똑하고 재주도 많은 친구인데 어쩌다 개그맨 공채를 볼 생각을 했니, 하고 물었더니, 새벽기도를 다녔는데 하나님께서 남을 웃겨보며 살면 어떻겠냐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공채시험을 봤다는 거죠.(웃음)

정 : 신보라는 정말 버라이어티한 가능성을 가진 개그우먼이죠. 노래도 되고 연기도 되고 또 확 깨는 것도 되고, 개그도 되죠. 여러 분야를 다 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 '감수성' - "김대희 딸이 운답니다. 멋진 아빠가 맞으니까."

정 : 요즘 또 주목되는 게 '감수성' 아닌가요?

서 : 김준호와 김대희 이 친구들이 참 베테랑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안정되게 틀을 가져왔더라구요. 그래서 아주 수월하게 코너를 짰죠. 본인들이 '개콘'의 중심을 잡으면서 후배들을 잡아주고 하니까. 사실 이 친구들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짠하답니다. '개콘' 초창기 때 저도 조연출이었고 이 친구들도 신인이라 거의 바닥을 기면서 했던 경험이 있죠. 지금은 제일 선배죠. 하지만 인기도 면에서는 후배들인 이수근, 김병만 만큼은 못되죠. 더 잘 나가줘야 후배들 입장에서도 귀감이 되는데,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많아요.

정 : 두 사람은 옛날 슬랩스틱 분위기의 코미디가 남아있죠.

서 : 그걸 할 때마다 김대희 딸이 운답니다. 멋진 아빠가 맞으니까. 그래서 연습할 때 김준호가 대희 딸에게 전화해서 이건 연기라고 해명한다고 하죠. 참 짠한 얘기죠.

정 : 사실 지금 '개콘'을 이끌고 있다고 봐야죠?

서 : '개콘' 초창기 때 김미화, 백재현씨한테 배우면서 컸는데 지금은 그 역할을 하고 있죠. 후배들 입장에서는 버라이어티에서도 잘 나가는 이수근처럼 되고 싶어하는 게 현실이죠. 사실 다들 버라이어티를 꿈꾸는 상황에 개그맨들 단속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김대희와 김준호는 후배들을 잘 챙기죠. 정작 자기들은 잘 못챙기지만. 이런 친구들이 잘 풀릴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 : 인프라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그맨들을 관리하는 게 쉽지는 않겠어요.

서 : 그렇죠. 그래서 저는 이 두 친구들이 잘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좀 힘을 가져서 개그맨들을 관리해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갖췄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지금은 PD가 이걸 다 챙기고 있죠. 문제는 돈입니다. 예를 들어서 아카데미 같은 걸 운용하면서 신인도 발굴하고 그걸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시킨다고 해도 결국은 그게 돈이 되어야 하는 거죠. 개그맨을 하려는 친구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별로 없다면 힘든 거니까요. 개그맨들이 개그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는 그런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렇질 못하죠.

정 : '개콘'은 누가 뭐래도 개그맨들의 산실이죠. 어떤 면으로 보면 '개콘'이 그런 시스템을 갖추게 하는 모태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음 회에 두 번째 이야기, '달인'과 그 외의 코너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전성환 기자 shjeon0877@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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