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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어떻게 하면 ‘막장 다큐’에서 벗어날까
기사입력 :[ 2011-06-02 15:33 ]


-‘짝’, 여자 외모·남자 스펙 고집하면 망한다

[서병기의 핫이슈] SBS ‘짝’이 11회까지 방송됐다.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7기들의 선택이 있었던 1일 방송은 특히 재미있었다. 여자 1호(의류사업가)가 계속 남자 6호(디자인 회사 대표)를 마음에 두는 듯하더니 남자 3호(삼성전자)를 최종 선택한 반전은 여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짝’은 남녀의 연애 심리를 보여주는 리얼 다큐여서 세태를 보여주는 부분이 있다. 홈페이지의 기획의도를 보면 짝에 대한 희생과 배려 그리고 사랑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돼 있는데 너무 거창하다. 갈수록 짝을 만날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줄어드는 현대 사회에서 ‘짝’은 요즘 젊은이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이성을 바라보는 눈은 또 어떤가에 대해 관찰할 기회를 주고 때로는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남녀짝짓기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길어야 3~4시간동안 질문 대답과 게임, 눈빛교환에 이어 선택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짝 ’은 관찰기간으로는 충분한 시간인 1주일간 외딴 애정촌에서 합숙을 통해 진행된다는 점, 예능보다는 다큐 스타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기사 쓸 요량이 아니라 재미 차원에서 ‘짝’ 11편을 모두 봤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관심과 애정이 있기 때문에 생기는 건의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
 
‘짝’이 리얼 시추에이션 다큐라고 하지만 결국 제작진이 수많은 그림과 대화중에서 취사선택한 것이다. 제작진의 개입이 꽤 많아질 수밖에 없다. 호감적인 요소와 반감적인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데 어디에 더 많은 비중을 둘 것이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색채가 완전히 달라진다.
 
제작진은 노이즈와 시청률을 의식한 때문인지 ‘반감’을 더 많이 선택했다. 지난 6기 때 자극적인 성향은 극에 달했다. 자신이 마음에 둔 여성을 관찰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여성에게 다가가 사랑을 고백하는 다큐멘터리는 ‘막장 드라마’나 다를 바 없는 ‘막장 다큐’였다. 좀 더 튀어 보이려는 남자 출연자의 대사는 개성적인 차원을 넘어 무례한 상황으로까지 치닫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생활하다보면 두 사람 사이의 설렘과 미묘한 기류까지 포착될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더 살려야 할 것 같다. 짝을 찾는 건 원초적 행위다. 내가 점찍었던 여성에 누가 관심을 보이면 질투나 경쟁심이 생기는 건 굳이 진화심리학을 논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하는 바이다.
 
‘짝’은 아직 그런 부분을 탐구하는 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여기서 남녀의 다양성이 나오는데 ‘짝’은 오히려 남녀 참가자의 사적인 부분을 과다 노출함으로써 화제를 만들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다보니 여자는 외모, 남자는 스펙(학력 직업 재력)이라는 도식이 반복되고 있다. 남자가 여자의 외모를 보고, 여자는 남자의 스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 구조를 단순 반복한다면 프로그램 존재 이유가 약해진다.

남녀의 심리 파악을 하는데 있어 이벤트 잘하는 사람을 우월하게 본다든가,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한 미션과 장치로 추위 속에서 무릎 꿇고 오래 버티기, 연못에 뛰어 들어 물건 가져오기, 뻘밭에 놓인 깃발을 먼저 뽑아오기 등으로 정하는 것도 아직 이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증거다. 달리기를 못하거나 힘이 약한 남자, 이벤트에 약한 남자는 여자를 향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남자는 적극적으로 여자에게 배려하고 성의를 보이고(목도리를 준다든가), 여성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도 도식적이다. 물론 1일 방송에서 남자 6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여자 2호의 모습은 참신했다.
 
출연자의 진정성도 좀 더 엄밀해야 할 것 같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던 여성이 두 차례나 출연한 것과 간혹 출연자 속에 걸친 후드티와 운동화 등이 인터넷 쇼밍몰 아이템이라는 것 등도 개운치 않다.
 
MC로 싸이가 잠깐 등장한 것은 제작진의 시행착오라고 본다. 싸이의 진행은 프로그램의 맥을 끊어놓을 뿐이었다. 정작 외부인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 후토크(인터뷰)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는데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든다. 이때 감정을 코치해주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1일 방송에서 여자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한 남자 1호가 인터뷰에서 “ TV를 볼 때는 왜 상대를 변덕스럽게 자꾸 바꾸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 마음을 알 것같다”고 말했다. 이때 심리전문가, 정신과의사 등의 조언을 곁들인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회가 끝날 때마다 누가 누구와 맺어졌느냐에만 관심이 간다면 ‘짝’은 실패한다. 리얼한 상황과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것 없이 어장관리녀와 변심의 아이콘과 같은 외피만 양산한다면 프로그램의 비호감도는 더욱 더 높아갈 것이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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