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비안의 해적> <쿵푸 팬더2>에 이어 <엑스맨> 1위 오른다

[엔터미디어=오동진의 미리보는 박스오피스] 결국 이런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매주 10편 가깝게 영화를 쏟아 내던 극장가가 달랑 한편만 개봉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전쟁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이번 주 개봉영화는 20세기 폭스 코리아 배급의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다. 이 영화는 지난 주와 그 전 주에 각각 개봉된 <쿵푸 팬더2> 그리고 <캐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와 국내 극장가를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이게 된다.

극장가는 한마디로 지금 난리다. 스크린 독점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몇 년 동안 계속돼 왔지만 이제는 아예 그런 얘기는 나오지도 않는다. 2주 전 <캐러비안의 해적>이 개봉됐을 때 이 한편의 영화가 잡은 스크린 수는 무려 1,100개에 이르렀다. 지난 주 <쿵푸 팬더2> 도 마찬가지였는데, 역시 1,043개 스크린에서 개봉됐다. 지난 주 스크린 편제를 살펴보면 <쿵푸 팬더2>를 제외하고 <캐러비안의 해적>이 많이 줄었다치손 하더라도 768개, 우리영화 <써니>가 564개 등이었다.

국내 총 스크린 수는 2,000여개. 이 세편만으로도 정량의 스크린 수를 뛰어 넘고 있는데, 세 편조차도 중복 편성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징검다리 상영을 하게 되면 이렇게 된다. 세 편조차 이럴진대 다른 영화들은 거의 걸리지 않거나 아니면 사각지대, 예컨대 오전 시간이나 새벽시간에나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건 정말 정상이 아니다. 다른 영화는 다 죽으라는 얘기와 진배없다. 여기에 이번 주 <엑스 맨>까지 덧붙여지면 그림은 더욱더 지옥도가 된다. 일부 영화팬들 사이에서 요즘같은 때엔 볼 영화가 더욱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쨌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위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파상공세도 이런 파상공세가 없다. <쿵푸 팬더2>가 첫 주에만 160만이 넘는 관객을 모으는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한주 사이에 드롭률(관객수가 떨어지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캐러비안의 해적> 역시 첫 주 관객수가 <쿵푸 팬더2>와 비슷했으나 한 주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건 단지 스크린 수가 줄어서가 아니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 대다수가 내용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인 결과다. 비평적으로 눈여겨 봐지지 않는 영화들, 곧 미학적으로 뛰어난 뭔가가 있는 작품이 아니면 오래 가지를 못하는 법이다.

<엑스맨>에 대한 평가는 여느 블록버스터와는 좀 차별적이어서 눈길이 끈다. 일단 연출을 맡은 매튜 본은 그 동안 <레이어 케이크> <킥 애스> 등, 독특하면서 인디 스피릿(독립영화적 성격)의 작품을 만들어 온 인물이다. 이번 영화에는 패권주의적인 미국의 국제정치학과 그 문제가 녹아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어려운 주제가 전면으로 내세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이 벌이는 한판 승부의 볼거리로 포장될 것이다.

결국 이 영화도 스크린 수를 얼마나 장악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지지난 주부터 기현상이라면 기현상인 것은 새로 개봉되는 블록버스터가 1위를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캐러비안의 해적> <쿵푸 팬더2>에 이어 이번 주는 <엑스 맨>이 1위에 오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냥저냥한 만화책을 볼 때 우리는 흔히들 페이지를 휙휙 넘기곤 한다. 할리우드의 공세가 시작된 요즘의 극장가가 바로 그런 형국이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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