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친 ‘나가수’, B팀 운영에서 돌파구 찾아야

[서병기의 핫이슈] MBC ‘나는 가수다’가 인기와 관심만큼이나 논란도 뜨겁다. 옥주현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지나치게 과열되고 있다. 순위에 대해 인정도 하지만 논란도 함께 생겨나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 ‘나가수’에서 1등하는 방법으로 ▲선곡은 대중적인 노래로 ▲고음에서는 지르기로, ▲순서는 일곱번째로 하면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말이 나온다는 자체만으로도 ‘나가수’가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의 스타일을 한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나가수’는 아이돌 나가수, 트로트 나가수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B팀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돌 나가수는 KBS ‘불후의 명곡2’에서 시작했으며, 트로트 나가수는 명절 때 1~2회용 특집으로 만들면 된다.

지금 운용되고 있는 팀은 ‘나가수’ A팀이다. B팀에는 성시경, 김연우 처럼 지르는 형이 아닌, 담백하게 부르는 가수들을 모으면 된다. 그래서 ‘나가수’A, B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나가수’ 제작진의 끈질긴 섭외요청을 받아온 성시경에게 선배 배철수가 나가지 말라고 충고를 한 이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배철수는 성시경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나는 성시경이 노래를 참 잘하는 가수라고 생각한다. 성시경처럼 무대 위에서 절제하며 노래하는 친구들이 참 좋다”면서 “하지만 ‘나가수’에는 나가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시경은 “‘나가수’에 나간다면 꼴찌는 맡아놓은 거죠”라고 말했다.
 
‘노래는 잘 하는데 꼴찌한다’는 말의 의미는 노래 잘 부른다는 정의에 대한 획일성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가수’ A팀, B팀 두 팀을 두고 가수에게 선택하라고 하면 된다. A팀은 감정 호소가 절절한 가수 중심으로, B팀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큰 변화 없이 노래하는 가수들로 각각 구성하면 된다.
 
이들을 모두 함께 노래 부르게 하면, A형 가수는 강하게 보이지만 B형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인다. 그래서 B형 가수는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하고 강하게 보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게 될지도 모른다.
 
B팀을 가동하면 ‘나가수’가 가수에게 등수를 매기는 방식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출연하지 못하는 가수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불리하다는 느낌 때문에 출연을 망설이는 가수까지는 끌여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임재범과 인순이는 A팀, 성시경과 김연우는 B팀으로 분류하면 된다. A팀과 B팀은 가창력 우열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노래 부르는 스타일의 차이로 나눠지는 것이다.



 
김연우도 당연히 B팀에 들어가야 했다. ‘빈잔’을 불렀던 임재범도 “노래는 김연우가 가장 잘 했다. 나는 한풀이, 넋두리를 했고, 박정현과 윤도현은 공연을 한 거다”고 말했을 정도로 김연우의 가창력을 인정했다.
 
하지만 김연우는 꼴찌로 탈락했다. 김연우도 이를 알기 때문에 ‘나와 같다면’에서는 밋밋하게 보일까봐 퍼포먼스를 삽입하고, 코드 진행도 바꿨으며 초반의 피아노 반주에 이어 열창 모드에 돌입하는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했다.
 
김연우가 B팀에서 불렀다면 자신의 특징을 버리고 도전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김연우가 연기력을 보강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해도 오랜 기간 형성된 자신의 정적인 이미지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굴곡진 삶이 노래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절박함과 비장함 등 감정의 진폭이 큰 스타일인 임재범은 대표적인 A팀 스타일이고, 엄청난 스테미너와 에너지를 분출하는 BMK도 A팀이 어울린다.
 
쉽게 A팀과 B팀으로 나눠지지 않는 가수는 본인의 선택에 맞기면 된다. 윤도현은 밴드를 거느리며 매번 다양한 변화를 준다. ‘나가수’가 음악을 들려주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과 이야기가 필요한데, 윤도현은 여기에 잘 맞아떨어진다. 윤도현은 A형과 B형으로 나눈다면 A형이 더 맞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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