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타짜2’, 신세경의 뒤태 말고 무엇이 남았는가
기사입력 :[ 2014-09-08 07:25 ]


‘타짜2’, 왜 이렇게 허영만 원작과 차이가 클까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반(反)▲.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타짜2-신의 손>는 허영만의 만화 <타짜>시리즈를 각색한 영화로, <과속 스캔들><써니> 등으로 입지를 굳힌 강형철 감독의 세 번째 영화이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2006)를 잇는 후속작이자 만화를 원작으로 둔 각색물을 만드는 입장에서, 강형철 감독에게는 비교할 만한 텍스트가 많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짜2>는 추석시즌을 겨냥한 오락영화로서 모자라지 않은 재미를 안긴다. 그러나 원작이 가지고 있던 예사롭지 않은 돌출점을 탈각시키고, 전작이 제시했던 강렬한 이미지들을 넘어서지 못한 채, 비슷한 이미지를 반복함으로써 범작이 되어버린 영화이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유사장르의 영화 <신의 한수>보다는 도박이라는 소재의 본질에 근접하고 있으나, 전작인 <타짜>의 아우라에는 한참 못 미치는 영화라고 볼 수 있다.

◆ 원작의 깊이를 탈각한 귀여운 강형철 표 청춘 영화

영화는 고니와 동업자였던 고광렬(유해진)이 돈다발을 싸들고 고니의 고향집에 내려와 고니의 어린 조카와 짧게 조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조카 대길(최승현)은 도박에 맛을 들인 젊은이로 성장하고, 미나(신세경)와 상큼한 첫인상을 나눈다. 이 장면들은 마치 청춘멜로물의 분위기를 풍기며, 강형철 감독 특유의 귀엽고 올드한 유머로 가득 차 있다. 대길이 뜻하지 않는 사고를 치고, 서울에 올라온 뒤 하우스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귀여운 청춘물의 느낌은 계속된다.

대길은 관능적인 우사장(이하늬)과 끈적한 관계를 나누면서 고향에 두고 온 미나를 떠올리는데, 이후 뜻밖에도 미나를 도박판에서 만나게 된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했던 미나가 ‘도박판의 꽃’으로 일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을 ‘빨래질’하는데 활용되었다는 것에 충격을 느낄 새도 없이, 대길은 미나가 자신을 희생하여 대길을 구출시켰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속고속이는 도박판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된다. 순수한 첫사랑의 감정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그려진 대길과 미나의 관계는 원작과는 사뭇 다르다. 대길이 미나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원작과 같지만, 원작에서 미나가 대길에게 품는 마음의 추이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연민으로 시작해서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가는 우여곡절의 과정이 있다.

영화가 몇 번의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그리고 있듯이, 도박판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세계이고, 단지 큰돈을 따고 잃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생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만한 잔혹한 게임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곳에서 여타의 관계들과는 원천적으로 다른 지고지순한 관계라는 것은 굉장한 판타지가 아닐 수 없는데, 영화는 그 지고지순함을 별다른 설명 없이 대길과 미나가 나누는 눈빛과 ‘청혼’이라는 낯간지러운 이유만을 내세워 믿으라 한다.



◆ 외부가 없는 도박판, 뚜렷한 선악 구도

영화는 비교적 원작에 충실해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히 디테일한 차이가 있다. 영화가 원작과 차이가 있다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어떤 차이가 있으며 그것은 어떤 의도에 의한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원작에서는 하우스에서 대길에게 행한 ‘빨래질’의 전모가 영화에서처럼 단숨에 정리되지 않으며, 후반부에 가서야 어렵게 밝혀진다. 영화에서 우사장은 원래 타짜였지만, 원작에서는 처음엔 진짜 호구였다가 차츰 대길을 이용하는 관계가 된다. 미나가 도박판에 입문하게 된 과정도 영화는 하우스의 장동식(곽도원)의 계략에 의한 것으로 그렸지만, 원작에서는 고향의 부자집 도련님에 의한 것이었다.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대길이 도박판에 들어오게 된 계기이다. 원작에서 대길은 시위하는 동료를 도우려다가 전경을 폭행 치사하였고, 이후 이 사건은 결정적인 순간에 대길을 교도소에 들어가게 한다. 영화에서는 전경을 폭행 치사했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원작과 영화가 지니는 이러한 차이는 일정한 목적을 지니는 것으로 읽힌다. 영화는 원작이 지니고 있던 인물들 간의 중층적인 관계를 간략화하고, 도박판이 외부 세계와 지니는 접점을 말소해버린다. 즉 원작에서는 전경으로 표상되는 국가폭력과 부자집 도련님으로 표상되는 자본권력이 도박판의 외부세계로 존재하며, 도박판은 그처럼 악한 세계를 농축하고 있는 작은 악의 세계로 그려진다. 또한 도박판 내부에서도 인물들은 선악으로 분명하게 나뉘지 않으며, 시간과 관계에 의해 다르게 변천해간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 모든 속 깊은 성찰을 탈각시키고, 도박판은 외부가 없는 악의 세계이며, 도박판의 내부는 선악이 뚜렷이 구분된다. 즉 장동식과 우사장, 그리고 아귀 등으로 표상되는 원천적인 악의 축이 있고, 그에 맞서 순수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대길과 미나가 있다는 식이다.



◆ 표현의 수위는 성인물인데, 세계관은 하이틴 로맨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화는 원작이 도박판을 통해 알려주고자 했던 인생의 곡진한 교훈들을 상당부분 잃어버린다. 영화는 도박, 사기, 폭행, 섹스, 마약, 사기, 성매매, 인신매매, 장기밀매 등 매우 수위가 높은 폭력들이 등장하지만, 이 모든 악에 대항하는 것이 청춘 남녀의 사랑이라는 구도로 그려져 있다. 즉 별 볼일 없는 청춘인 대길과 미나가 보자마자 한눈에 반하고, 귀엽게 청혼을 하고, 그것을 특별하게 기억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것 등의 낭만적 사랑의 행위를 절대적 선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우사장과 미나는 그렇게 다른 종류의 인물이 아니다. 그러나 대길은 미나와 우사장을 완전히 다른 종류의 여성으로 인식하며, 영화 역시 그러한 시각을 견지하며 두 사람의 특별한 사랑을 응원한다. 그러나 영화가 더욱 성숙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미나와 우사장은 다른 종류의 사람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미나여야 하는지’를 설득했을 것이다. 이것은 이를테면 어린왕자가 고향별에 두고 온 장미에 대한 생각이 변천하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할 수도 있는데, 이처럼 객관화를 통한 개별적 가치의 확인이야 말로 ‘성인의 사랑’에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영화는 ‘성인의 사랑’ 따위는 관심이 없다. 대길과 미나는 도박판에서 엄청난 일들을 겪지만,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의 단심을 버리지 않는다. 즉 인물들은 엄청난 환란을 겪으면서도 ‘순수한 자아’를 깨고 ‘복잡한 내면과 애증을 지닌 성인’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그 결과 영화는 성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하이틴 멜로물의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영화에서 두 사람의 하이틴 로맨스적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도박장에서 손에 칼을 꽂는 장면이다. 대길은 미나를 구출하기 위하여, 자신의 손등에 칼을 꽂는다. 그러나 원작에서 이 장면은 미나가 다른 이의 의심을 피하기 위하여 대길의 손등에 칼을 꽂는 것으로 그려져 있으며, 대길은 미나의 이러한 돌발행동에 사랑을 느낀다. 영화 속 장면은 자신의 사랑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젊은 남자의 호기와 이를 멋지게 포장해주는 영화적 겉멋이 잘 드러나 있다. 반면 원작의 장면은 훨씬 복잡하게 주고받는 두 사람 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타짜2-신의 손>은 도박이라는 세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하이틴 로맨스적인 정서로 관객들을 끌어들인다. 최승현이라는 아이돌 출신의 배우를 기용하여, 젊은 관객들을 흡수하고자 하는 의욕도 충만하다. 그러나 도박이라는 세계가 지닌 느와르적인 색채와 하이틴 로맨스의 정서가 일으키는 부조화를 과연 생각해 보았는지 의문이다.

영화는 영화가 보여주는 세계의 잔혹한 물성과 그것을 그리는 영화의 청순한 세계관이 충돌을 일으키며, 그 결과 영화가 긴 상영시간을 할애해가며 아무리 배신의 에피소드를 반복해서 보여주어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뭔가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는 미진한 느낌을 받게 된다. 즉 화면에는 굉장히 자극적인 장면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도박판의 생리를 관통하는 잔혹한 정서와 그로 인한 깊숙한 감흥에 젖기 보다는 ‘신세경의 뒤태’ 같은 지엽말단적인 몇 개의 장면만 잔상으로 남긴 채 영화 전체가 순식간에 휘발되어버리고 만다. 구경은 잘 했다만, 남는 것이 없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타짜2-신의 손>스틸컷]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