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가 말하는 '개콘'의 대표코너들과 주역들[인터뷰2]
- '달인'의 김병만과 그 외의 코너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대중문화를 묻다] '개그콘서트'는 명실공히 우리네 개그의 산실이다. 무수히 많은 코너들이 이 무대 위에 올랐고 수많은 대중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으며 또 사라져갔다. 그런 큰 웃음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개그맨들의 남모르는 땀과 눈물이 있었기 때문.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를 만나 대표코너들과 그 주역들인 개그맨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달인' - "준비하는 과정 보면 아마 눈물 날 거예요."

정 : '달인'은 '개콘'의 대표 코너가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코너가 될 가능성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오래 지속하는 게 달인 팀에게도 힘겨운 일이겠죠?

서 : 사실 작년 말에 연예대상 받으면 내리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대상을 못 받았죠.(웃음) 그래서 올해는 될 거라고 꼬시면서 계속 하고 있죠. 하지만 제 걱정은 김병만이 '달인'을 놓으면 자칫 아예 '개콘'을 떠나야 할 수도 있겠다는 거예요. 너무 강한 캐릭터를 하면 거기에 상응하는 캐릭터를 만들어야 계속 할 수가 있겠죠. 그래서 '달인'을 계속 하는데, 중요한 건 완급조절인 것 같아요. 계속 강하게만 갈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좀 약하게 보여도 개그 중심으로 할 수 있는 편한 걸 좀 하고, 그러다가 때때로 강한 걸로 가자고 얘기하곤 해요. 하지만 욕심이 있어서요. 조금만 약하게 보여도 "이거 이렇게 가도 되요?"하고 물어보곤 하죠. 강하게 하려는 욕망이 큽니다.

정 : '달인'은 터닝 포인트를 잘 잡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우기는 콘셉트였는데 중간에 리얼로 돌아섰죠. 그런데 여기서 한 번 더 우기는 콘셉트로 뒤집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약하게 가도 이미 리얼로 보여준 상태니까 우기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느낌이겠죠. "나 원래 잘 했던 사람이야" 하는 느낌으로. 그러다 한 번씩 진짜를 보여줄 때는 "이거 굉장히 목숨 걸고 하는 거다"하는 식으로 하면 더 좋을 듯 합니다. 또 류담이나 노우진 캐릭터를 좀더 전면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서 : 사실 김병만은 몸 개그나 기예쪽으로만 강한 게 아니라 개그감 자체가 좋아요. '생활의 발견'의 중국집 소재를 처음 낸 게 김병만이었죠. 그래서 본래 '생활의 발견'의 웨이터는 김병만이었어요. 그런데 그 때 PD가 그걸 보더니 김병만이 웨이터로 나오면 기대감이 너무 커져서 전체 분위기가 깨진다고 해서 신인으로 바뀌게 된 거죠.

정 : 사실 김병만 정도면 방송사 입장에서도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만들어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달인'도 있지만 예전에 했던 '따귀맨'이나 '김병만은 살아있다' 같은 실험적인 개그들도 좋은 게 참 많았죠.

서 : 그래서 김병만에게 '달인' 캐릭터를 활용한 이런 저런 쇼들을 생각해보기도 한답니다. 예를 들어 '달인'에 오디션 형식을 덧붙여서 할 수 있는 것도 있겠죠. 사실 8,90년대만 해도 차력사들이나 각종 전통적인 기예를 가진 분들이 많았고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많았는데 언제부터가 사라졌죠. 이런 진짜 '달인'들을 모아서 할 수 있는 쇼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정 : '달인'을 보면서 정말 아까운 건 이게 결과만을 보여준다는 점이죠. 분명 훈련해서 나온 것인데, 이 과정들이 안 나온다는 점이죠.

서 : 아마 그 과정을 다 보면 눈물 날 거예요. 요즘 예능은 스토리가 키 포인트잖아요. 이런 부분들을 달인 캐릭터와 연계해도 좋은 프로그램이 기획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정 : 사실 '달인'이라는 코너가 끝난다고 해도 그 캐릭터가 없어지는 건 정말 아까운 일이죠. 제 생각으로는 '달인' 정도 캐릭터라면 둘리급이라고 생각하는데.

서 : 사실이죠. 무엇보다 '개콘'은 '달인' 없어도 된다고 해도 김병만은 '달인'을 놓으면 안될 것 같아요. 이미 달인이 된 이상, 달인으로 살아야 될 운명이죠.(웃음)

정 : 김병만은 초창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서 : 공채출신이 아니었죠. 물론 지금은 공채가 됐지만. 당시 '개콘'은 메인 시스템과 서브 시스템으로 나눠서 했는데 서브는 좀 기예 위주로 풀어나갔습니다. '로보캅', '아담스 패밀리' 같은 게 그런 거죠. 근데 어느 날 난데 없이 죽도를 들고 두 명이 달려와서 서로 툭탁 치면서 저희들끼리만 할 수 있는 개그를 짜와 보여주더라구요. 그 친구들이 이수근과 김병만이었습니다. 우리가 쉬는 동안에도 이 친구들은 구석에서 죽도 들고 막 서로를 때리면서 연습을 하곤 했죠. 이곳저곳에서 눈칫밥 먹어가면서 그렇게 1년 가까이 지냈죠. 방도 없이. 그런 과정이 있어서 지금의 그들이 있는 겁니다.

◆ '발레리노' - "얘기 안 해도 다 통하는 몸 개그가 주효했죠."

정 : '발레리노'는 정말 굉장히 과감한 개그라고 생각하는데.

서 : 처음에 이 아이디어를 가져왔을 때만 해도 다른 친구들은 방송용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하지만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방향이 완전히 달랐죠. 다들 '애인이 떠났다', '엄마가 집 나갔다' 하며 발레 동아리를 그만 두겠다고 하는 콘셉트였죠. 이렇게 다들 부끄러운 이유에 대해 언급하는 거였는데 그러다보면 자칫 비방이 될 수도 있겠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우아하게(?) 가자고 했죠. 왜냐면 얘기 안 해도 다 통하는 게 있는 거니까요. 결국 몸 개그로 승화한 것이 주효했다고 보입니다.

정 : 때론 아슬아슬한 부분도 있습니다.

서 : 그래서 실제로 제약도 많습니다. 현장에서는 말 그대로 빵빵 터지는 것들이 많은데 때론 민망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아서 그럴 때는 많이 들어내죠. 어느 정도 방송으로 적합할 수준의 균형을 맞추는 거죠.



◆ 그 밖의 코너들 - '슈퍼스타 KBS', '꽃미남 수사대', '사운드 오브 드라마', '두분토론'

정 : '슈퍼스타 KBS'는 '슈퍼스타K'를 패러디해서 한 코너인데 꽤 오래 하는 것 같아요.

서 : 사실 내리려고 했었죠. 좀 억지웃음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으니까요. 사실 '개콘'에 음악 개그가 필요하긴 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슈퍼스타 KBS'의 몇 개 코너를 독립해서 하려고 했는데, 최근 들어 몇몇 새 캐릭터가 나오니까 괜찮더라구요. 가끔 걸 그룹이 직접 나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개그맨들이 좋아라 하더라구요.

정 : '꽃미남 수사대'도 어느 정도 시선을 끌고 있는 것 같던데요.

서 : 사실 이 코너는 '등장'을 포인트로 가라고 했죠. '분장실의 강선생님' 같은 거죠. 남자 버전으로. 중요한 건 '분장실의 강선생님'처럼 서열의 이야기 같은 스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아직 감을 못잡은 것 같아요. 그래도 박성호가 들어오면서 분위기를 확 살렸죠. 맥을 잡으면서 패션과 대사를 절묘하게 맞추더라구요. 동대문에 직접 후배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옷을 사서 입힌다고 합니다. 협찬이 안되죠. 좋아할 리도 없고.(웃음)

정 : '사운드 오브 드라마'는 아이디어가 기가 막히더군요.

서 : 유민상의 아이디어였는데, 참 기발했죠. 하지만 발전을 시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제 방향을 잡은 게 '드라마'니까 드라마 패러디로 가자고 했죠. 사실 이 코너는 내용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소리가 중요한 거니까.

정 : '두분토론'도 꽤 오래한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조금 정체된 느낌이 있습니다.

서 : 사실이 그렇죠. 다시 튀어 올라와야 하는데 키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박영진의 캐릭터를 더 강하게 가기가 어렵죠. 자칫 잘못하면 실제 비난을 받는 상황이 되기도 하니까요. 내용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코너들, 즉 남녀 대결코드가 들어있는 코너들도 늘 사랑받아서 어떤 계보가 생기는 것 같아요. '남보원' 같은. 계속 갈 생각인데 지금은 박영진보다는 김영희쪽에서 뭔가 더 해줘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 : 참 많은 코너들이 저마다 역사를 쓰고 있군요. 그냥 볼 때는 몇 분 정도로 훅훅 지나가는 코너들이지만 그 한 코너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좀 더 재밌는 코너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고요, 또 현재 재밌는 코너들이 잘 진화해가기를 바라며, 또 무엇보다 개그맨들이 좀 더 좋은 여건에서 개그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 = 전성환 기자 shjeon0877@entermedia.co.kr,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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