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신파로 끝난 문준영의 내부고발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무언가 대단하고 용기 있는 한 아이돌의 내부고발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SNS를 통해 남긴 글에는 “사랑하는 노래를 하면서 왜 억압을 받아가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분노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 없으면 죄인이고, 돈 있으면 승자가 되는” 이 엔터테인먼트 바닥, 나아가 이 세상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겉모습만 화려하지, 정말 속은 빈털터리”라며 “돈이 뭐라고 입을 막는” 세상을 거론하며 기자들에게 재차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사건’이라는 표현을 쓰며 이 사건이 묻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도대체 그 사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회사가 7, 저희가3”으로 나뉘는 배분율로 100만원을 벌면 30만원으로 9명이 나눠야 하는 문제인지, “스타제국 이곳에 10대부터 20대까지 제 청춘을 바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숙소가 열악하여 잠결에 화장실을 가다가 얼굴 부러지고, '후유증' 컴백을 앞둔 일주일 전에 KBS 드림팀을 내보내서 제 다리가 부러진” 걸 얘기하는 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드림팀 PD님이 나오라 해서 나가서, 다리가 부러져서 철심을 엄청나게 박고, 방송에서는 연습하다 다쳤다”고 말해야지만 “가요프로그램을 나갈 수가 있는” 현실이 문제라는 것인지도 애매모호하다.

돈이 전부인 듯한 ‘연예계’를 얘기하고, 또 ‘조작된 매스컴’을 얘기하며 “믿지 말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어떤 연예계를 지칭하는 것이고, 또 어떤 매스컴을 말하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사실 이것이 구체적으로 지칭되지 않는다면 전체 연예계와 전체 매스컴이 통째로 싸잡아 돈 놀음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만들 수 있다.

사실 아이돌과 소속사 간의 분쟁은 늘 있던 일이고, 누가 ‘재주부리는 곰’이고 누가 ‘왕서방’인지가 입장 차에 따라 달라지는데서 발생하는 일인지라 어느 쪽 이야기가 맞는지는 좀 더 상세하게 들어봐야 한다. 하지만 허무하게 단 하루 만에 문준영의 내부고발은 “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됐다. 그는 심지어 “저의 진심에 귀를 귀울여주시고 배려해주신 저희 대표님께도 정말 감사함을 표합니다.”라고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준영이 SNS에 남긴 글에는 사건의 내용은 없고 ‘눈물로 사죄하는’ 대표와, 대표가 참으라고 해서 “자료를 안드린다”는 애매모호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뜬금없이 “스타제국과 신주학 대표님 지키겠습니다”라는 말이 들어있다. 좀 더 이성적인 대응이 있을 법한 정황들이지만 갑자기 봉합된 상황은 지극히 ‘감성적’이다.

아이돌과 기획사 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바닥과 이 세상의 ‘돈 놀음’을 꺼내놓았던 문준영은 ‘사건’이 묻혀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으나 무슨 일이지 사건은 그에 의해 묻혀진 것처럼 보인다. “눈물을 보이며” 사죄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준영 자신이 공식화한 사건을 이처럼 사적인 이유로 봉합한다는 것은 이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팬들과 대중들에게는 황당하게 다가온다. 무언가 합리적인 문제제기나 해결은 없고 ‘감정적인 토로’들만 가득한 이 봉합은 마치 한 편의 완성도 떨어지는 신파극을 본 것 같은 미진함을 남기기 때문이다.

허탈한 대중들은 “결국 돈 얘기 아니었냐”고 되묻는다. 이것저것 이유를 붙여 연예계 전체의 더러운 현실을 고발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배분 문제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던 건 아니었냐는 것이다. 배분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마치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적인 것처럼 이야기를 꺼내놓고 기자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던 ‘용기 있는 아이돌’은 이를 지극히 사적인 해결로 끝내버리면서 ‘철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마치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적인 수단으로 대중들을 이용한 것만 같은.

문준영은 22일 SNS를 통해 “제가 저만 생각해서 돈을 받고 입을 막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 몇 년간 싸우고 참다 참다 터진 것이다. 피하는 것이 아니다. 잠시 휴전 중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아마도 자신과 뜻과는 다를 방향으로 흘러가는 여론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지만 문준영은 객관적으로 자신이 했던 일련의 행동들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런 행동에 대중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문준영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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