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팍도사’ 강호동, 공격성이 사라진 이유

[서병기의 트렌드] 강호동이 요즘 ‘무릎팍도사’에서 공격성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옛날에는 게스트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때로는 불편할 때도 있었지만 마구 부딪힐 때의 효과는 적지 않았다.

‘무릎팍도사’의 특기는 기선 제압이다. 강호동이 게스트를 번쩍 안아올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고함을 지르면서 윽박(?)지르기도 하는 것은 게스트의 긴장을 풀어줘 이야기를 풀어놓기 쉽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게스트가 그동안 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마음 속 희노애락의 이야기를 마음껏 털어놓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 형식적 체제는 유지하지만 그 내용은 독하지 않다.
 
‘무릎팍도사’에 나온 게스트들이 강호동 앞에서 속에 있는 이야기까지 술술 풀어내는 건 강호동의 친화력과 매력이 작용한 덕분이지만 ‘무릎팍도사’ 특유의 콩트 토크쇼 체제 덕분이기도 하다. ‘건방진 도사’의 유세윤 등 독한 스타일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컨셉이기 때문에 용납이 된다. 그래야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로 스타의 참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강호동이 변했다. 열심히 하는 건 과거나 요즘이나 마찬가지지만 공격적이었던 방식을 바꾸었다. 이건 초심을 잃은 게 아니다. 나이가 들고 연륜이 쌓이면서 디테일한 면에서 배울 건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무릎팍도사’의 강호동은 ‘난 잘 모른다’과(科)였다. 무식한 점을 내세웠다. 그래서 누구한테도 뭘 배우려고 덤벼들었다. 하지만 계속 그런 스탠스로 갈 수는 없다. 요즘은 주로 받아들이고 이해해나가는 자세다. 그만큼 성숙해졌다는 증거다. 강호동은 방송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무릎팍도사’에서는 만 5년간 연예 스타만 만난 게 아니다.

안철수, 엄홍길, 박경철, 금난새, 김홍신,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발레리나 강수진 등 다양한 분야의 대가들을 만났다. 강호동은 이들을 통해 사실과 자료를 접하면서 정보와 지식이 생겼고 이를 지혜로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릎팍도사’가 약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강호동이나 제작진의 매너리즘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무릎팍도사’를 5년이나 끌고온 건 대단한 내공으로 칭찬해줄만하다. 여기에는 강호동과 박정규 PD 등 제작진의 인간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무릎팍도사’에 초청되는 사람들은 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 과정에서 슬럼프와 실패를 경험한 사람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게스트가 어떻게 성공했을까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킨다. 그런데 게스트의 천재성과 노력 등을 늘어놓는다면, 사람마다 비슷한 대화가 반복될 수 있다. 대화만으로 끝나면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려버린다. 하지만 그 사람만의 이야기 속에서 묻어날 수 있다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것이 이야기의 힘이다.

‘무릎팍도사’의 박정규 PD는 “사람마다 장르가 있다. 코믹이건 멜로건. 유호정처럼 가정주부 스타일로 풀어낼 수도 있는 거다”면서 “사람들의 히스토리를 풀면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사람마다 맥락의 특징은 다르다. 이 곳을 살려내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게 강호동의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집단 게스트 체제는 이야기라도 다양하지만 한 사람 게스트 체제를 끌고 가는 건 어렵다. ‘무릎팍도사’는 그나마 오래 끌고 온 것이다. 원맨 게스트 토크쇼가 5년을 넘긴 건 거의 없다.

강호동은 사람마다의 개성을 살려내기 위해 탄력적인 공격을 가한다. ‘무릎팍도사’가 약해져 보이는 이유다. 게스트의 이야기 전체의 독성을 강화하는 게 아니다. 강호동은 그 포커스를 잘 물어뜯는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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