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나쁜 녀석들’, 지상파는 이런 드라마 못 만드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tvN 드라마 <미생>은 원작만큼 반향이 컸다. 완성도 높은 원작을 드라마의 극적 구조로 잘 풀어냈다. 임시완과 이성민 같은 배우들의 호연은 웹툰 속에 멈춰 서 있던 인물들을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되살려냈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시대의 정서를 제대로 포착해냄으로써 삼포세대와 88만원 세대는 물론이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 땅의 직장인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오과장(이성민)이 잠자는 아이들을 깨워 껴안고 즐거워하는 장면이나,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직장 내에서 일종의 따를 당하는 장그래(임시완)가 보여주는 ‘남다른 노력’의 짠함은 큰 공감대를 만들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는 건 어찌 보면 대중들을 상대하는 드라마의 본질이지만 요즘 어디 그런가. 시청률만 높으면 마치 모든 게 용서되는 듯한 분위기가 지상파 드라마들에게서는 느껴진다.

OCN에서 방영되는 <나쁜 녀석들>은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에 가깝다. 과거 ‘A특공대’ 같은 미드를 보는 듯한 이 드라마는 그래서 우리네 지상파 드라마들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이질적인 느낌마저 든다. ‘저런 게 드라마로 가능해?’ 하고 반문하게 될 정도로 대본이나 연출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나쁜 놈들 잡는 나쁜 놈’이라는 콘셉트는 우리 사회의 불안한 정서를 잡아낸다. 얼마나 세상이 무섭고, 공권력이 무력하기에 이런 나쁜 놈들 잡는 나쁜 놈들이 통쾌하게까지 느껴지는 걸까. 완력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마동석이나 날카로운 칼날 같은 이미지를 보여주는 조동혁 그리고 독특한 싸이코패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박해진은, <그것이 알고 싶다>의 냉철한 MC에서 이제는 ‘미친 개’ 형사로 변신한 김상중과 환상의 팀을 이룬다.



시청률? 사실 지상파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하지만 시청률이 전부인가. 이만한 공감대라면 제아무리 막장으로 30% 시청률을 내는 드라마보다 못할 건 없다. 지상파라면 그 보편적인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들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상파들은 점점 떨어지는 시청률을 어떻게든 붙잡아보기 위해 막장 같은 자극이나 이미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패턴에 묶여있다.

대신 완성도 높고 실험성도 있는 드라마에 대한 갈증은 점점 더 비지상파의 드라마들이 풀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과거에는 마니아적인 느낌이 강했지만 지금의 비지상파 드라마들은 <미생>이나 <나쁜 녀석들>처럼 이제는 보편적인 정서까지 끌어안으며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에 볼게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대신 비지상파에 시선을 뺏기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그 놈의 시청률 때문이다. 시청률에 목을 매다 보니 콘텐츠들도 그 시청률 공식 안에서만 뱅뱅 도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 와중에 시청률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지상파 드라마들이 약진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도? 최근 지상파 드라마에서 이런 시도는 좀체 발견되지 않는다. 당장의 시청률이 지상파 드라마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뻔한 드라마’로 만들어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지상파 드라마들은 그래서 왜 케이블에서 하는 드라마에 대중들이 점점 시선을 뺏기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보편적인 시청층? 이제 그런 건 별로 의미가 없어졌다. 취향이 각기각색으로 분화되는 시대에 남은 건 하나를 하더라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다른 취향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의 지상파 드라마는 케이블에 배워야할 점이 많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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