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방송사고, 이걸 단순 실수로 치부할 수 있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우리 방송에 기미가요라니. 일왕의 시대가 영원하기를 기원이라도 하겠다는 얘긴가. JTBC <비정상회담>에 짧게 나온 그 장면은 한 마디로 ‘비정상’이었다. 콘서트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일본 대표 타쿠야를 대신해 일일비정상으로 출연한 히로미츠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흘러나온 기미가요에 그간 쌓아놓은 이 프로그램의 호감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제작진은 부랴부랴 사과문을 게재했다. “음악 작업 중 세심히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실수이며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 하지만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질타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비정상회담>처럼 공존의 의미를 그 자체로 보여주는 프로그램과 제국주의 시대의 침략의 의미가 덧대진 ‘기미가요’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방송사들의 실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느낌이다. ‘일베(일간베스트) 이미지’가 들어가 논란이 벌어진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며칠 전에도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신윤복의 ‘단오풍정’ 그림을 비교하는 장면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훔쳐보는 동자승 자리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합성 이미지가 들어가 있어 질타를 받았다. 결국 SBS측은 공식 사과문을 통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과문에 대해 대중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와 유사한 사건사고들이 너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SBS 8뉴스’ 특파원 현장 코너에서 자료화면에 들어간 ‘노알라(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합성 이미지)’가 나간 바 있고, ‘SBS 스포츠뉴스’에서도 연세대 로고를 ‘ㅇㅅ’이 아닌 일베를 뜻하는 ‘ㅇㅂ’으로 합성된 이미지가 나가기도 했다. 이 ‘ㅇㅂ’로고는 논란이 된 이후에도 <런닝맨>에 버젓이 고려대 마크로 송출되어 방심위의 권고조치까지 받았다.



이건 유독 이런 사건이 많이 벌어졌던 SBS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MBC <섹션TV 연예통신>은 차승원 아들 친부소송을 다루면서 친부의 그림자 이미지를 고 노무현 대통령 사진으로 사용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방송 사고는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같은 대중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 프로그램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1박2일>은 지난 8월 약 5분 가량 효과음과 음향이 사라지는 방송 사고를 낸 바 있으며 <무한도전> 역시 최근 한글날 특집에서 방송말미에 옛 방송 화면이 들어가기도 하고 또 똑같은 장면이 반복되기도 하는 방송 사고를 내 제작진이 사과하기도 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방송 사고는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은 그렇다 해도 이것이 같은 방송사에서 자꾸 반복되고, 또 그 사고의 유형까지 비슷하게 일어난다면 그것은 관리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저 통상적인 사과만으로 넘어가다가는 자칫 방송사의 이미지 자체를 깎아먹을 수 있는 중대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비록 짧은 순간이지만 이러한 방송 사고를 결코 무시할 수 없으며 또한 단지 실수로 치부하고만 넘어가기 어려운 이유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JTBC,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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