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돌 한계 뛰어넘은 임시완과 이준, 그 비결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아이돌의 연기 도전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부분 누그러진 경향이 있다. 한때는 그 도전 자체가 문제가 됐다. 아이돌이 연기 영역까지 침범해 들어오면 신인 연기자들의 자리는 점점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렇게 아이돌이라는 이름으로 떡 하니 처음부터 심지어 주연 자리를 꿰찬 이들이 발연기를 하는 것이었다. 연기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연기돌들의 논란은 그래서 대중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일로 간주되며 더 민감해졌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아이돌의 연기 도전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조심스러워졌다. 굳이 주연을 고집하지도 않고 단연으로서도 열심히 임하는 모습은 새 영역으로 들어오는 연기돌들을 마치 신인 연기자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몇몇 연기돌들은 주목할 만큼 성장했다. 최근 주목받는 임시완과 이준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사실 아직까지 임시완의 연기가 완전한 개인의 연기력으로만 완성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는 영화 <변호인>을 통해 괜찮은 집중력과 몰입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이 집중력과 몰입은 연기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순 있어도 그것이 그의 연기실력을 모두 말해주는 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드라마로 얼굴을 내민 <트라이앵글>은 <변호인>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임시완이 연기자로서 집중력과 몰입이라는 덕목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 연기 신인인데다, 사회적 경험치 역시 낮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임시완에게 더 필요한 건 자기가 소화해낼 수 있는 캐릭터를 입고 더 많은 경험을 하는 일이다.



그렇게 딱 맞는 옷이 <미생>의 장그래라는 캐릭터다. 사회초년생이면서 바둑을 통한 삶의 통찰을 가진 이 인물은 회사 생활을 통해 차츰 함께 살아내는 법을 배우며 성장해간다. 장그래라는 인물이 임시완이라는 배우 초년생에게는 맞춤인 이유다. 장그래가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는 과정은 그래서 임시완이라는 배우에게도 연기자로서의 똑같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스터백>으로 돌아온 이준은 이제 확고한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연기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색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연기자다. 이번 <미스터백>에서도 재벌2세로서의 통상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그 위에 이준만이 갖고 있는 반항적이고 때로는 악동적인 느낌을 덧붙였다.

이준이 자신의 연기영역을 착실히 넓혀온 과정은 여타의 연기돌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귀감이 될만하다. 그는 <닌자 어쌔신>의 어린 라이조 역할로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였고 <정글피쉬2>나 <아이리스2>를 통해 연기 영역을 넓혀왔으며, 신연식 감독의 <배우는 배우다>라는 작품으로 독특한 그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그가 가진 어딘지 광적인 이미지는 <갑동이> 같은 작품에서의 사이코패스 연기에 호평을 이끌어낸 이유이기도 하다.

즉 이준과 임시완이 보여주는 것처럼 연기돌에게서 가장 먼저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캐릭터를 갖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옷을 하나씩 챙겨 입으며 연기 영역을 차근차근 넓혀가는 방식이야말로 아이돌이라는 딱지를 떼어내고 온전한 연기자로서 설 수 있는 길이다.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조금씩 연기의 영역으로 깊이 들어온 이준과 임시완. 그들은 과거에는 없던 연기돌에 대한 신뢰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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