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왜 요즘 시대에 의전에만 신경을 썼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무언가 대단한 프로그램이 또 나오는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짝>이라는 굵직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던 남규홍 PD의 새로운 파일럿이었기 때문이다. 방송 전부터 <일대일>에 붙은 부제 ‘무릎과 무릎사이’가 관심을 끌었고, 그것이 출연한 두 사람의 보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한 장치라는 게 제작진의 변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일대일>은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교양 토크쇼에 가까웠다. 웃음의 포인트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토크쇼들과는 다른 깊은 이야기들이 집중적으로 다뤄지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면으로 보면 외형적인 포장을 달리 하려 했지만 그 안의 내용물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그런 느낌을 주었다.

첫 출연자로 나온 강풀과 서장훈을 ‘군주’라고 부르고, 그들을 보좌하는 이들을 ‘수행비서’라고 부르며 그들이 함께 하룻밤을 지낼 곳을 ‘일대일 궁’이라고 표현하는 건 남규홍 PD의 전작인 <짝>을 그대로 연상케 한다. ‘애정촌’이니 ‘남자 ○호’ 하는 식으로 부르던 <짝>의 당시 호칭들은 하나의 유행어처럼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과도하게 설정을 집어넣자 오히려 ‘자연스러움’이 사라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첫 만남에서 레드카펫을 걸어 ‘일대일 궁’까지 함께 걸어가고 인명부에 사인을 하는 식의 출연자들이 거쳐야 하는 일련의 ‘의전’들은 너무 형식적이라 요즘처럼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뛰어드는 프로그램 경향과는 사뭇 멀어보였다.

또한 ‘정상회담’, ‘기자회견’, ‘만찬’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출연자들이 해야만 하는 과정들도 너무 형식적이었다. 기자회견을 했는데 거기서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 별로 주목되지 않는 건 그래서다. 차라리 이런 형식과 상관없이 두 사람이 읍내에 나와 술을 마시며 얘기한 몇 장면이 가장 진솔했다 생각되는 건 그래서다. 이럴 거면 이런 거창한 ‘의전’들을 반복할 필요가 있을까.

그 의전은 웃음을 주기 위함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한 설정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다르다는 ‘겉포장’을 애써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면 <일대일>은 <짝>의 구도를 약간의 대결의식이 내포된 ‘토크쇼’ 형식으로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짝>이 마치 ‘동물의 왕국’의 짝짓기를 연상시키는 연출을 보여준 것처럼, <일대일>은 마치 맹수들이 만나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조금씩 친숙해지는 과정을 보여줬다.

시청률은 2%. 파일럿이기 때문에 시청률로 모든 걸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존 토크쇼들과는 무언가 다른 색다름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줄 수밖에 없는 첫 걸음이다. 마치 <썰전>처럼 아예 모든 걸 지워버리고 삼각 테이블에 세 사람이 앉아 나누는 이야기가 훨씬 더 심도 있게 다가올 수 있지 않았을까. 강풀 같은 궁금한 인물을 데려다 놓고 이 정도의 이야기밖에 전해주지 못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일대일>의 외형은 확실히 독특하다. 하지만 그것은 상당부분 <짝>의 연장선에 묶여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게다가 그 외형이 본질적인 내용을 새롭게 하지도 못했다는 점에서 <일대일>의 실험은 그다지 성공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정규화를 위해서는 좀 더 내실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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