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출근’, 프로그램이 하나의 PPL로 보이는 한계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요즘 ‘직장인’ 소재는 콘텐츠의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다. 이것은 <미생>이라는 작품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 웹툰으로서도 그만한 파괴력을 보였던 <미생>은 드라마화 되면서 더 큰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공감이 가는데다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직장인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내 얘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출근>은 상당 부분 <미생>과 연관이 있다. 같은 tvN에서 방영되는 탓도 있겠지만 <오늘부터 출근>은 첫 번째 직장 이야기를 마친 후 두 번째 에피소드부터는 <미생>의 이야기를 표방했다. <미생>이 다뤘던 ‘나 혼자 일하는 게 아니다’라는 주제는 <오늘부터 출근>에서도 그대로 다뤄졌다.

새롭게 투입된 봉태규는 <오늘부터 출근>에서는 아예 ‘봉그래’로 캐릭터화 되었다. 재고가 없는 상품을 주문받고, 그게 어떤 업체였는지 기록해놓지 않아 진땀을 빼는 봉그래의 모습은 직장 초년생으로서 누구나 겪을 만한 당황스러운 순간을 잘 포착해냈다. 또 새로운 아이템을 제안했지만 현실성이 없어 상사에게 깨지는 김도균과 미르의 이야기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질만한 대목이다.

상해 출장까지 간 미르가 상사와 같은 방을 쓰면서 불편해 하는 모습은 직장 생활의 리얼함을 잘 보여줬다. 상사를 10분이라도 더 자게 하기 위해 “업무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을 때는 상사가 먼저 씻고, 아침에 나갈 때는 후배가 먼저 씻는다”는 얘기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관찰 카메라를 현장에 투입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집, 학교, 군대 등으로 저변이 만들어진 만큼 <오늘부터 출근>처럼 ‘회사’라는 공간으로 들어간 카메라가 하등 이상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많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도 낮고 화제성도 그만큼 떨어진다. 왜 그럴까. 심지어 <미생> 같은 직장인 소재 콘텐츠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부터 출근>은 그 존재감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렇게 된 것은 이 프로그램이 하나의 거대한 PPL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직장으로 선택된 이동통신 회사에서 은지원은 휴대폰이 잘 터지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올랐다. 이건 분명 충분히 얘깃거리가 될 만한 에피소드였다. 상품의 품질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한다는 건 흥미로울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이건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 회사의 PPL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것은 ‘콩순이’를 소재로 새로운 콘셉트를 개발하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검증받기 위해 노력하는 박준형과 JK김동욱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흥미로운 소재이긴 하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상품 홍보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 프로그램이 그것을 대놓고 의도하고 있다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너무 상품 자체가 전면에 나오는 듯한 느낌에 불편함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군대도 되고 학교도 되는데 왜 회사는 안 되냐고? 그건 군대나 학교와 달리 회사는 카메라가 비춰지는 것 자체가 하나의 홍보처럼 보이는 특수성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물건을 파기 위해 노력하는 건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방송을 통해 볼 때는 그래서 진정성에 의심을 갖게 만든다. <미생>처럼 가상의 회사를 소재로 한 직장의 이야기는 돼도, <오늘부터 출근>처럼 실제 회사의 이야기를 담은 직장이야기가 잘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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