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 크레용팝 효과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이것은 또 다른 노이즈마케팅일까 아니면 그냥 우연히 생겨난 오해일까.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신인 걸 그룹 프리츠의 ‘나치즘 논란’은 충분히 예상될만한 일이었다. WSJ가 보도한 것처럼 경마공원에서 걸 그룹 프리츠가 공연한 사진을 보면 검은색 드레스에 왼팔에는 붉은 완장을 두르고 있다. 그런데 이 붉은 완장에 새겨진 로고가 문제가 되었다. 하얀 색 원에 X자 문양의 검은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이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를 연상시킨다는 것.

프리츠 소속사 팬더그램은 이 로고가 ‘속도 제한 교통 표지판’에서 착안해 만들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WSJ의 반응은 다르다. 마치 우리에게 기미가요나 욱일승천기가 주는 불쾌한 느낌을 서구인들 특히 유태인들이라면 바로 이 하켄크로이츠를 연상시키는 문양에서 똑같이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팬더그램 측은 이러한 논란 자체를 예측조차 못했다는 반응이다. 메탈 계열의 곡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찾다가 그런 로고를 만든 것일 뿐이라는 것. 소속사는 로고를 변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과연 이런 논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네티즌들은 프리츠라는 그룹 명 자체가 독일어를 연상시킨다며 예측하지 못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의견을 내기도 했다.

프리츠가 그런 의미가 아니긴 하다. ‘Pretty Ranger In Terrible Zone’의 약자. 무서운 동네의 귀여운 특공대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프리츠의 이런 논란 자체가 또 하나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든 자신들의 존재를 알려야만 하는 신인 걸 그룹의 노이즈 마케팅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노출 마케팅은 이제 식상해졌다. 너도 나도 노출을 하다 보니 별다른 임팩트도 남기지 못하고 괜한 선정성 논란에만 휘말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이념적인 것조차 마케팅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이다.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은 대표적이다. 소속사 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크레용팝을 순식간에 일베용팝으로 만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는 멤버들이 일베 활동을 한 적이 없으며, 일베 접속을 한 적은 있어도 그 사이트의 성격은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소속사는 부인했지만 대중들이 믿기에는 정황이 너무 뚜렷했다. 결국 이 논란은 그 진위와 상관없이 크레용팝을 일거에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냈다.

프리츠가 과연 이런 식의 노이즈 마케팅을 기도한 것인지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하지만 ‘X자를 쓴 완장을 찬다’는 행위에서 ‘하켄크로이츠’를 떠올리는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일단 이 사안으로 프리츠 역시 자신들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된 건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소정의 효과를 보는 일들이 반복되다보면 앞으로 어떤 또 다른 논란이 세상을 시끄럽게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시선 끌기가 제 아무리 갈급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은 아니지 않나.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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