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김범수가 점점 멋있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tvN ‘SNL코리아’에 출연한 자칭 비주얼 가수 김범수는 사실 콩트 연기가 낯설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것도 생방송으로 하는 콩트니 긴장될 수밖에. 그래서 그의 낯선 연기는 어색하기 그지없었고, 심지어는 실수를 유발하기도 했다.

‘한국대중음악사’라는 콩트에서 김범수는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의 어려움을 웃음으로 풀어냈다. 당시 김범수 역할을 맡은 유세윤이 스스로를 “너무 못생겼다”며 셀프 디스할 때 소속사 사장으로 분한 김범수가 부들부들 떨며 분노하는 모습은 콩트 상황 자체를 웃기게 만들었다.

안영미가 등장해 코디를 해주겠다며 (김범수로 분한 유세윤의) 얼굴을 목도리와 선글라스로 전부 가려버리자 김범수가 안영미에게 삿대질을 하며 화를 내는 장면도 큰 웃음을 주었다. 그런데 연기가 익숙지 않은 김범수가 삿대질을 옆으로 하자 안영미는 그걸 콕 집어 그의 연기를 지적하는 애드리브를 날렸다. “지금 허공에 삿대질 했냐. 무슨 연기를 그렇게 잘해!” 그 말에 김범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또 젊은 시절 김범수 역할을 연기하는 유세윤에게 김범수가 아닌 “유세윤!”이라고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자, 유세윤은 김범수의 뺨을 때리며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애드리브를 하기도 했다. 여러 모로 연기가 서툰 점은 아슬아슬한 면이 있었지만 바로 그 점을 베테랑 안영미와 유세윤이 애드리브로 받아 침으로써 오히려 웃음으로 만들었던 것.

연기자가 아니니 연기가 어색한 건 당연한 일. 그러나 그 어색한 연기마저 웃음의 포인트로 이끌어내는 ‘SNL코리아’의 순발력이 돋보인다. 사실 지금껏 ‘SNL코리아’를 주로 채운 건 연기자들이었다. 가수들도 더러 있었지만 아무래도 연기자들이 콩트 코미디에는 훨씬 부담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범수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가수이기 때문에 강점이 부각되는 점도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노래다. 오프닝에서부터 노래로 치고 나온 김범수는 콩트와 노래를 연결시킴으로써 웃음을 만들어냈다. 영화 <님은 먼 곳에>를 패러디한 코너에서 김범수는 베트남전의 참전군인 역할을 하며 노래를 불렀다. 적의 총구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스꽝스런 노래를 열심히 부르는 김범수는 그를 찾아온 박정현(아내 역할로 특별출연)과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듀엣으로 부르기도 했다.

자칭 ‘비주얼 가수’답게 외모를 셀프 디스하고, 그러면서도 웃음을 주는 노래조차 진지하게 부르는 김범수는 왜 그가 대중들의 호감을 얻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줬다. 그는 콩트가 보여주듯이 아픈 시기를 거쳐 노래 하나만으로 정상에 선 가수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아픈 시기의 ‘비주얼’을 가리기보다는 오히려 드러내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그가 점점 멋있어지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SNL코리아’는 그런 점에서 비주얼 가수 김범수의 진면목을 제대로 끌어내 보여줬다. 낯선 콩트 앞에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가수로서 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는 누구보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다. 하지만 그걸 자랑으로 삼는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이 오로지 대중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지향을 보인다는 것. 이것이 김범수가 가진 진짜 매력이라는 걸 ‘SNL코리아’는 보여줬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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