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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작가, 밀당의 고수임을 다시 입증하다
기사입력 :[ 2014-11-19 17:08 ]


입 부르트도록 칭찬해도 아깝지 않은 ‘피노키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아직은 출발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풀려갈지 기대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 드라마의 진정한 성패는 시청률이라는 숫자 놀음이 아니라 다음 회가 얼마나 기다려지는지, 얼마나 궁금한 것들이 많은지, 그래서 “그거 봤어?” 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게 되는지에 따라 가려지는 것이 아니겠나. 그런 의미에서 <피노키오>는 분명 좋은 드라마다.

우선 불륜과 불치병이며 출생의 비밀이 없는 등 청정해서 좋고 거짓말과 억측, 잘못된 보도가 불러온 엄청난 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마치 동화 같은 풋풋함을 간직하고 있으니 신기하지 않은가. 당장에라도 통영 앞바다로 달려가고 싶도록 수려한 영상이 돋보이고 과거와 현실, 거짓과 진실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안정감을 더하는데다가 캐릭터에 몰입하게 만드는 화면 구성도 탁월하다. 특히나 변화무쌍한 배우들의 표정을 어쩜 그리 정교하게 잡아내는지 이 인물에서 저 인물로 감정 선을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면이지 뭔가.

배우들의 연기 또한 부족함이 없다. 차근차근 성장해온 이종석과 박신혜 두 주인공은 물론이고 둘을 받쳐주는 중견 배우들의 연륜 또한 두 말하면 잔소리, 거기에 성인역과 자연스레 연결되는 남다름, 노정의 두 아역도 제 몫을 톡톡히 해냈으며 임도윤을 비롯한 청소년 역할들도, 안선영을 비롯한 방송국 제작진의 연기도 모두 마음에 든다. 그중 임도윤, 안선영, 두 연기자를 거론하는 이유는 수선스러운 캐릭터임에도 넘치는 느낌 없이 진지한 다른 인물들과 잘 어우러지기 때문인데 주인공부터 단역까지, 이처럼 누구 하나 거슬리지 않는 드라마도 드물지 싶다.

마지막으로 입이 부르트도록 칭찬을 해도 아깝지 않을 극본 얘기를 해보자. 워낙 막장 드라마가 넘쳐나는 시대인지라 혹시나 놓친 곳이 없나 두 번 세 번 확인하게 만드는 꼼꼼한 대본을 모처럼 만나고 보니 신바람이 절로 난다. 전작을 통해 이미 느낀 바지만 박혜련 작가는 시청자와의 밀고 당기기에 탁월한 작가다.



예를 들면 주인공 최인하(박신혜)의 모친이 하필이면 최달포(이종석)가 증오해마지 않는 방송국 기자 송차옥(진경)임을 알게 된 순간 시청자는 “또 우연이야?” 하고 실망을 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는 이내 달포가 참여하는 퀴즈쇼의 문제로 ‘케빈 베이컨의 법칙’을 등장시킨다. ‘본래 거짓말처럼 얽히고설켜 돌아가는 것이 우리네 인연이 아니겠느냐’는 시청자를 향한 귀여운 변명인 것이다.

또 안찬수(이주승)와 달포의 퀴즈 대결 마지막 문제만 봐도 그렇다.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네 가지 자유 즉, ‘언론과 의사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 중 달포는 답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언론과 의사 표현의 자유’ 만큼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무자비한 언론에 의해 어이없이 가족이 해체된 달포로서는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답이었을 테니까.

그런데 주인공들이 얼마 안 있어 우여곡절 끝에 기자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간절한 시대이다 보니 작가가 기자라는 직업을 어떻게 풀어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대다수의 드라마가 주인공의 직업은 온데간데없이 사랑 얘기만 남기 마련이지만 전문직을 제대로 그려온 작가인지라 기대를 아니 할 수가 없다.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진 언론의 위상을 이 드라마가 바로 세워줄 것인지, 아니면 언론이 이 드라마를 통해 한 점 부끄러움이란 걸 느끼게 될는지, 그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필요악으로서의 거짓말과 왜곡된 진실 사이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갈까? 어린 달포가 어린 인하에게 말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나 거짓말만 하고 살았어. 할아버지에게도 나에게도 거짓말이 더 좋으니까. 거짓말보다 참말이 백배는 위로가 돼. 지금 네가 한 말이 그랬어.” 그래서 달포는 원수의 딸인 걸 알면서도 인하를 향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그 사랑을 위해 평생 방송국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도 쉽게 접지 않았나. 아마 방송국에 입성하게 되는 계기도 인하의 영향이 크리라고 짐작이 되는데 제작진은 이들을 통해 참말과 사랑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것일 게다.

과연 달포가 ‘기하명’이라는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갈까? 달포의 형 재명(윤균상)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어떤 식으로 밝혀낼까? 인하의 어머니 송차옥 기자는 끝까지 달포와 적대 관계일까? 많은 것이 궁금한,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이 드라마가 부디 용두사미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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