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와 김범수의 ‘집밥’이 전하는 따뜻함이란

[엔터미디어=정덕현] ‘집 밥 너무 그리워. 가족의 마법. 본가 따뜻한 집으로. 내가 쉴 수 있는 곳-’ 도대체 ‘집밥’이 주는 이 놀라운 위로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최근 김범수는 정규 8집을 내면서 타이틀곡으로 ‘집밥’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바쁜 도시인들의 일상과 혼자 꾸역꾸역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샌드위치에 햄버거를 입안에 밀어 넣는 모습.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양동근은 샌드위치를 씹다가 문득 한숨 같은 것을 툭 뱉는 장면을 연출해 보여준다. 아마도 그 한 숨이 우리들 마음 그대로일 것이다.

그러면서 뮤직비디오는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집밥’을 보여준다. 막 지은 듯한 따뜻한 밥 한 공기와 정성스레 만들어진 계란말이, 투박해보여도 군침 돌게 만드는 콩자반과, 색깔만으로도 식욕을 자극하는 김치, 불고기... 늘 외지생활에 혼자 생활에 도시생활에 ‘화려해 보이는 외식’이 주식이 됐던 이들이라면 그 장면 하나가 주는 알 수 없는 가슴 먹먹함을 김범수의 노래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비주얼 가수로서 더 이미지화된 김범수. 아마도 이번 정규 8집에서는 초심이 그리웠나 보다. 뮤직비디오 중간에 엄마에게 전화를 건 김범수가 “집밥 먹고 싶어서”라고 하자 엄마가 “얼마든지 해줄게”라고 말하는 장면은 별것 아닌데도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그건 김범수의 진심이기도 할 것이다.

‘집밥’이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나영석 PD가 들고 온 <삼시세끼>가 예능에 새로운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집밥’의 위력이다. 나영석 PD 스스로도 ‘망할 줄 알았던’ 프로그램이 이렇게 하나의 트렌드 리더로서 자리한 건 놀라운 일이었을 게다. 그는 <삼시세끼>를 설명하며 “굵직한 메인 스토리가 없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약점이라고 말했지만, 바로 그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강점이 된 셈이다. 뭐 특별할 것 없어도 마음의 허기를 건드리는 ‘집밥’처럼.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집밥’이 이렇게 콘텐츠의 강력한 소재가 된 것일까. 혹자들은 이것이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싱글족이 된 현 생활 패턴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맞는 이야기다. 혼자 사는 이들은 김범수가 ‘집밥’의 첫 구절로 노래한 것처럼 ‘기다려지지 않는 퇴근길’을 경험한다. 따뜻한 집밥 한 끼가 주는 퇴근길에 대한 기대가 없는 허전함이란.

하지만 단지 싱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만으로 ‘집밥’의 울림을 모두 설명하긴 어렵다. 거기에는 정신없이 바쁘고 복잡해진 현대인들의 삶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삼시세끼>가 보여주는 시골 공간처럼 모든 바쁘고 복잡한 생활에서 벗어난 하루의 ‘세끼 챙겨먹는’ 단순한 삶이 하나의 로망처럼 다가오는 것일 게다.

결국 사는 건 그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일의 반복일 뿐이라는 전언은 우리의 마음을 깊게 위로해준다. 뭐가 그리 대단할 것이며 뭐가 그리 못났을 것인가. 그저 다 같은 한 끼 밥을 챙겨먹는 것으로 살아가는 게 우리네 삶이다. 세상을 힘들게 만드는 모든 서열 체계와 격차들은 집밥 하나로 무너져 내린다. 그저 단순해 보이는 소박한 ‘집밥’에는 그토록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위로가 담겨져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집밥’ 뮤비 캡처,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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