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비난 먼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가수들의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들어 계약 분쟁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제국의 아이들의 문준영이 SNS를 통해 터트린 계약 분쟁의 폭로는 많은 걸 이야기해준다. 거기에는 우리네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가진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또 과거에는 이런 것들이 그저 묻혀지기 마련이었지만 최근에는 SNS 등을 통해 공표되고 그렇게 이어진 논란은 소속사의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룹 비에이피(B.A.P)가 지난 26일 서울서부지법에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무효 확인 및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MBC <위대한 탄생>에서 발굴된 메건리가 그룹 god의 보컬 김태우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 소울샵 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도 그 내막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계약관계에서 소속사와 가수들 사이에 벌어지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데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그런데 사실 발생하는 이런 분쟁상황에서 안타깝게 여겨지는 건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지레 짐작으로 이뤄지는 비난과 마녀사냥이다. 메건리 측의 입장발표에는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과정에서 김태우 아내 김애리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이 들어 있었다. 경영이사로 들어온 김애리가 메건리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모욕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했다는 것. 이 이야기는 이 사안을 ‘정산 문제’에서 ‘감정 문제’로 끌어올렸다.

메건리 측의 이런 일방적인 폭로성 입장이 기사화되자 즉각 인터넷은 논란으로 들끓었다. 소속사와 가수들의 분쟁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노예계약’이다. 그러니 메건리 측의 이야기는 진실 여부를 판가름하기도 전에 즉각적인 반응으로 이어지게 됐던 것.

하지만 메건리 측의 이런 감정적인 입장 발표에 대해 김태우 측은 정 반대의 입장을 발표했다. 메건리 측의 주장이 전혀 사실이 아니며 미국에서 들어온 기회를 잡기 위한 의도적 계약 파기 과정이라는 것. 이 입장이 기사화되자 이번에는 메건리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소속사는 최선을 다했지만 오히려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대중들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누구 말이 옳고 누구 말이 그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소속사가 갑인지 아니면 소속 아티스트가 갑인지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까지도 발생한다. 즉 소속 아티스트와 대중들의 연결고리는 그 자체로 소속사를 압박하는 힘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소 감정이 섞인 입장 발표가 이어지는 건 여러 모로 이러한 대중들의 정서를 건드리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결국 이 과정에서 대중들은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이렇게 만들어진 논란은 심지어 법적인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그 당사자들에게 흠집을 만들기 마련이다. 팬으로서 대중들은 이런 입장발표에 대해 차분하게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그 입장에 대한 반응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결국 요구되는 건 언론의 자제다. 확실한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사안에 대한 보도가 얼마나 큰 폭력으로 작용하는가를 드라마 <피노키오>는 여실히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러니 어느 한쪽의 발표만을 듣고 그저 빨리 기사화시키기보다는, 조금만 기다려서 양측의 입장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자제심을 발휘할 수는 없는 걸까. 한쪽의 주장만을 담은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대중들만 피곤한 상황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소울샵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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