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슈퍼맨’, 왜 엄마들만 나오면 반응이 이럴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일밤-아빠 어디가>에 엄마들이 깜짝 출연했다. 아빠와 아이들이 오랜만에 초심의 여행을 떠난 자리에 엄마들이 몰래 합류한 것. 하지만 아빠와 아이의 여행을 보내놓고, 잠시간의 자유(?)를 누려왔던 엄마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썩 좋지 않다. ‘엄마들만 나오면 채널을 돌린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이런 반응은 <아빠 어디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쟁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도 타블로의 아내인 강혜정과 이휘재의 아내인 문정원이 방송에 나왔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쏟아져 나온 바 있다. 강혜정은 결혼 5주년을 기념해서 온 가족이 다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간 것이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유독 싸늘했다. 그런 지극히 사적인 일을 왜 방송에서 봐야 하느냐는 것.

사실 이런 반응은 논리적으로는 잘 맞지 않는다. 즉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관찰카메라 프로그램은 사실상 사적인 이야기들을 편집해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편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논리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감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말해준다.

이처럼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엄마들이 출연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이 애초에 엄마들이 없는 ‘아빠와 아이의 시간’을 애초의 콘셉트로 삼았던 데서 비롯된다. <아빠 어디가>는 엄마 없이 1박2일 동안 아빠와 아이가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이고, <슈퍼맨이 돌아왔다> 역시 엄마 없는 48시간 동안 아빠의 육아를 콘셉트로 삼고 있다.

그러니 엄마의 틈입은 그 자체로 프로그램의 콘셉트를 뒤흔드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반면 <오 마이 베이비> 같은 육아예능은 아예 처음부터 엄마와 아빠가 함께 육아를 하는 모습을 내보냈기 때문에 엄마들의 출연에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아빠 어디가>와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빠의 육아가 상황으로 이미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보다 더 대중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건 마치 엄마들이 아이가 만들어낸 인기에 편승하는 듯한 뉘앙스로 다가올 때이다. 최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강혜정이 부쩍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자주 얼굴을 보이는 것이나, 최근 화장품 화보 촬영을 한 것으로 알려진 문정원이 방송에 나오는 모습이 마치 자신들을 알리기 위한 것처럼 오인되기 쉽기 때문이다.

아빠와 아이들이 텃밭을 일궈놓은 예능에 엄마들이 들어오는 것은 다른 한 편으로는 연예인 가족들의 독점적인 출연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하나가 뜨면 가족들까지 줄줄이 나와 얼굴을 내밀고 그것으로 은근슬쩍 연예활동을 시작하는 모습은 대중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결국 이런 육아예능을 보고자 하는 건 다름 아닌 아이들의 그 순수한 모습을 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마치 아이들을 앞세워 어떤 활동을 이어가는 듯한 모습이 방송을 통해 느껴질 때 대중들은 불편하다. 엄마들만 나오면 그 좋던 반응이 싸늘해지는 데는 그들을 바라보는 게 편치 않은 대중들의 심사가 들어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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