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2월1일~2011년2월6일 박스오피스 분석



[오동진의 박스오피스] 너무 빨랐다.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 얘기다. 빨랐다는 건 개봉 일자를 말한다. 당초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월27일에 개봉될 예정이었지만 한주 앞당긴 1월20일에 서둘러 개봉했다. 그런데 이게 패착이었다. 당시에는 이 일주일이 결정적 패착이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체로 ‘대박’의 느낌들로 영화를 봤고 그렇다면 개봉을 한 주 앞당기는 것이 오히려 순리라고 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가 못했다. 오히려 독이 됐다. 무엇보다 설 연휴 대목의 영화들과 함께 있지 않고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래서 ‘특별한 영화’라는 식의 브랜드 효과가 감소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어쩌면 그때부터 야구영화이지만 설날영화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도전이 아니라 모험으로 비춰지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2월6일 오전 6시 현재 전국 누계 약 154만명. 매출액 112억원 정도다. 손익분기점이야 진작에 넘겼지만 흥행감독 강우석의 명성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흥행사들의 예측도 대부분 빗나갔다. 그들이 제일 중요한 원칙을 간과한 탓이다. 뛰어나고 괜찮은데다, 다정다감하기까지 한 영화일수록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못본다는 점을 말이다. <글러브>는 그 미덕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작품이다.

흥행감독이라는 명성에 금이 간 사람은 이준익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강우석 감독과 함께 천만관객 신화를 이어간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그 ‘천만’이라는 말이 부담백배가 되는 모양이다. 따라서 ‘천만’은 찬사가 아니다. 일종의 굴레인 셈이 된다.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에서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까지 흥행3부작으로 승승장구하다가 <즐거운 인생> <님은 먼곳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으로 흥행면에서 조금씩 내리막을 걸어 왔다.



이번 신작 <평양성>은 <황산벌>의 2탄 격 작품으로 흥행감독으로서 부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영화였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못하다. 전국 누계 관객 약 124만명에서 멈춰서고 있다. 한주 앞서 개봉된 <글로브>와 비교할 때 개봉기간을 생각하면 그리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제작비를 대비시키면 얘기가 달라진다. <평양성>의 제작비는 <글로브>의 거의 1.5배 가까이 된다. 따라서 <평양성>은 손익분기점까지 아직 갈 길이 더 남은 상태다. 쉽지 않은 게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 이제 드디어, 그리고 마침내, <조선명탐정, 각시투구 꽃의 비밀>에 대한 얘기를 할 시간이 됐다. <평양성>과 같은 날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대박을 터뜨린 분위기다. 현재까지 240만을 모았지만 여기서 간단히 끝날 것같이 보이지 않는다. 아직 한참 더 달릴 기세다. 잘만 하면 이 영화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500만 가까운 ‘위업’을 달성할 공산이 크다. ‘솔직히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비교적 위험한’ 사극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영화에 대한 대중적 취향도 비슷한 관점에서 나온다. 그런데 사극은 복잡하다. 게다가 가장 복잡한 정변이 많았던, 정조시대가 배경이다. 관객들이 쉽게 동화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성공 포인트도 적지 않다고 고려되긴 했다. 무엇보다 사극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역사의식을 싹 없앴다. <조선 명탐정>이 퓨전사극을 지향한 것도 그때문이다. 가장 높이 평가됐던 건 김명민이다. 김명민은 자신의 캐릭터 이미지를 코믹한 쪽으로 180도 전환시키는데 성공했다. 대중들이 가장 잘 아는 ‘셜록 홈즈-왓슨’의 버디형 2인1각의 캐릭터 구조를 ‘김명민-오달수’로 치환시킨 것도 이 영화가 성공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어쨌든 예상외의 수확이다. 그리고 승자는 어차피 한명일 뿐이다. <조선 명탐정>은 설날 연휴 대목의 최후의 승자가 됐다.

다크 호스가 될 것이라고 여겼던 <걸리버 여행기>는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그치고 있다. 전국 누계 관객 146만 정도다. 외화는 비교적 골고루 관객 수를 나눠 가진 것처럼 보인다. 애니메이션인 <메가 마인드>도 85만 정도를 모았다. 완전히 흥행에 참패한 것은 <그린 호넷>이다. 주연배우인 주걸륜을 비롯해 감독인 미셸 공드리까지 내한하면서 레드 카핏 쇼를 벌이며 요란을 떨었지만 관객들은 냉담했다. 영화광은 영화광들 대로 미셸 공드리가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들이었다. 한마디로 애매한 영화였다. 애매하면 실패한다. 그건 국내영화나 외화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작은 영화들이 수입가 대비, 큰 성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화사 ‘조제’가 수입한 <아이엠 러브>다. 손익분기점이 관객수 5천명인데 이미 1만9천명 가까이를 모으고 있다. 비상업영화로서는 대박이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공을 보이고 있는 작품은 제이크 질렌할, 앤 헤써웨이 주연의 <러브&드럭스>다. 지난 1월13일에 개봉한 이 영화는 약 한달 가까운 기간에, 적은 스크린 수나마 롱 런하면서 52만명을 넘는 관객을 모았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약간 사기성’ 마케팅을 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멜로는 멜로지만 코미디는 아니다. 오히려 우울하고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다.

우디 앨런의 <환상의 그대>, 벤 에플렉의 <타운>같은 영화들도, 이런 류의 영화들이 현재 국내시장에서는 완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교적 괜찮은 흥행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각각 1만2천명과 8만명 수준의 관객을 모았다.

안타깝고 화가나는 영화는 로빈 라이트 펜 주연의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다. 영화는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영화가 하는지 안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수입배급사인 ‘마운틴’의 전략 미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널들의 책임이 크다. 저널들은 이 영화에 지면을 할애하는데 지나치게 인색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스오피스 집계 수치는 http://www.kobis.or.kr/index_new.jsp 의 도표를 참조했음.)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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