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폐지냐 존속이냐 보다 더 중요한 것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2년 전만 해도 <일밤-아빠 어디가>는 MBC 주말 예능의 구원자처럼 등장했다. 뭘 해도 잘 되지 않던 <일밤>이 부활의 신호탄을 제대로 쏘아 올린 게 바로 이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를 기점으로 주말예능의 흐름도 상당 부분 변화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유재석이나 강호동 같은 스타 MC들이 중심이 된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를 이뤘다면 <아빠 어디가> 이후에는 아이들이 이들 스타 MC들을 압도하면서 ‘일반인 트렌드’를 이어갔다.

관찰 카메라라는 예능 형식이 지상파에서 시도된 건 <나 혼자 산다>였지만 그것이 꽃을 피운 건 <아빠 어디가>였다. 관찰 카메라는 일상 속으로 카메라가 들어와 그 작은 행동이나 제스처를 통해서도 그 인물들의 좀 더 세세한 내면까지 포착해냈다. 카메라가 말이나 행동은 물론이고 출연자의 무의식까지 드러내기 시작한 건 관찰 카메라 형식이 자리하면서다.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은 그 순수함만으로 이 형식을 완성시킨 일등공신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어언 2년. <아빠 어디가>는 어쩌다 폐지설에 휩싸이게 된 걸까.

프로그램 초기에서부터 위험 요소로 지목됐던 ‘성장하는 아이’는 <아빠 어디가>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아빠 어디가>가 만든 육아예능 트렌드에 뒤늦게 뛰어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가 아닌 아기로 연령대를 낮췄고,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 소재의 폭을 넓혔다.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은 점점 성장하며 카메라를 의식하게 됐다. 결국 관찰 카메라의 핵심이랄 수 있는 무의식적인 행동은 점점 줄어들었다. 시즌1부터 시즌2까지 계속 출연하고 있는 성장한 윤후는 이제 어엿한 ‘방송인’의 느낌마저 주는 인물이 됐다.

여행이라는 <아빠 어디가>만의 소재적 특성은 초기에는 일상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일상을 벗어난다는 특별함은 반복되면서 일상만큼의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시즌2를 하면서 새롭게 구성된 아이들은 쉽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시즌1과의 비교점이 자꾸만 만들어졌고, 후발주자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와도 비교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아빠 어디가>가 흔들리게 된 것은 애초에 했던 방식에서 자꾸 벗어났던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빠 어디가>는 늘 하던 시골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했고, 늘 함께 했던 여행에서 따로 하는 여행으로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으며, 때때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하듯이 여행이 아닌 일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원조집이 이렇게 흔들리는 사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송일국의 삼둥이 부자의 출연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버렸다.

결국 <아빠 어디가>가 폐지설까지 나오게 된 데는 밖으로는 유사 육아예능이 만들어지고 안으로는 김진표 논란과 하차 같은 내외적인 충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것은 그 와중에 초심을 굳건히 지키지 못했던 탓이다. <아빠 어디가>의 초심은 소박함에 있었다. 아빠와 아이가 오지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들어가 다소 불편해보일 수밖에 없는 허름한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데서 생겨나는 그 아날로그적인 정서가 그 초심의 정체다. 하지만 최근 광고에도 출연하는 등 <아빠 어디가>가 보여준 모습들은 어딘지 성공한 이들의 화려함과 거드름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변질됐다.

사실 폐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존속할 것인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존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초심을 어떻게 다시 찾고 유지해나갈 것인가 하는 일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존속한다 해도 시청자들의 외면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 와중에도 배낭여행을 기획하고 해외로 떠나 다음 소재로 삼고 있는 <아빠 어디가>는 그런 점에서 보면 아직까지도 이 상황의 진짜 문제가 어디 있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폐지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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