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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백’ 살려낸 신하균의 동물적 감각 연기력
기사입력 :[ 2014-12-04 12:58 ]


‘미스터 백’ 신하균, 짐승남으로 불리기에 손색없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MBC 수목드라마 <미스터 백>은 게으른 드라마로 보일 요소가 적지 않다. 이 드라마에는 닳고 닳은 설정들이 모두 들어가 있다. 재벌가의 이야기가 그렇고, 다소 닭살 돋는 연애감정의 대사들이 그렇고, 캐릭터들은 전형적인 틀 안에서만 움직인다. 70대의 남자가 30대의 남자로 돌아간다는 주요 설정 또한 익숙하다. 주인공이 갑자기 젊어지거나 갑자기 나이가 드는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코믹 시트콤에서도 흔하게 등장하는 레퍼토리다.

물론 이 낡은 소재가 남자의 모습에서 여자로 변신하는 아름다운 남장여자 소재와 더불어 계속 쓰이는 건 이유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감동코드만 적절히 녹여낸다면 흥행에 실패하는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시간을 되돌리거나 앞당기길 욕망하는 존재다. 올해 초 오말순 할머니가 아가씨로 돌아가는 나문희, 심은경 주연의 영화 <수상한 그녀>가 성공한 것도 사람들의 그런 마음을 건드린 덕이 크다.

<미스터 백>은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가 젊은 나이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그런데 <수상한 그녀>와 달리 노인 최고봉(신하균)은 모든 걸 다 가진 호텔회장이었지만 삼십대로 돌아간 최신형(신하균)의 삶은 녹록치 않다. 여기서부터 이 게을러 보이는 드라마가 흥미로운 지점들을 노출시킨다.

젊어진 고봉은 이런저런 작전 끝에 고봉의 숨겨둔 아들 신형 행세를 한다. 하지만 모두가 우러러 보던 고봉과 달리 신형은 집안사람들에게 찬밥 신세다. 심지어 상속신고서를 빼앗기고 길거리로 쫓겨나기까지 한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다시 되돌아오지만 자신이 경영했던 호텔에서 비정규직 청소부로 살아간다. 노년의 시기 고봉밥처럼 풍요로웠던 그의 삶은 젊어진 뒤에 오히려 하루하루가 빠듯하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사고의 연속인 셈이다.



하지만 <미스터 백>의 시간을 앞으로 되돌려 보면 이 과정을 조금 다른 맥락으로 살펴볼 수 있다. 드라마는 초반부 모든 것을 다 가진 노인 고봉의 풍요롭지만 고독한 삶을 보여준다. 가족들은 그를 모두 두려워할 뿐 사랑하지 않는다. <미스터 백> 첫 회에 고봉은 쓸쓸하게 혼자 식사한다. 뒤이어 이어지는 장면은 가난한 집의 딸 은하수(장나라)가 가족들과 어울려 단란하게 밥을 먹는 장면이다. 이 두 장면의 대비는 과연 진짜 행복한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신형이 된 뒤 그는 하수의 집에서 이 단란한 식사자리에 참석하게 된다. 또한 한 여자 때문에 설레고, 괴로워하고, 행복해하는 사랑도 다시금 체험한다. 그러니 고봉에서 신형이 된 남자 미스터 백의 시간여행은 그리 나쁘지 않은 셈이다.

이처럼 <미스터 백>은 단순히 ‘병맛’스러운 드라마가 아니라 은근히 생각할 거리도 많다. 하지만 이 모두를 품고 있는 반죽 자체는 신선하지 않다. 더구나 스토리의 흐름 자체도 그때그때 자잘한 에피소드로 이어지기에 쫀득쫀득한 맛은 없는 편이다. 반추할 만한 인생담은 있지만 쉽게 지루해지는 미지근한 코미디를 시원하게 해주는 건 미스터 백을 연기하는 배우 신하균의 소화력이다.

신하균의 연기는 이 드라마에서 상당히 튄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연기와 조화를 이루면서도 혼자 도드라진다. 그런데 이 한편의 특이한 모노드라마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신하균의 연기가 사실상 이 드라마를 긴장시키는 유일한 축이다. 젊음을 얻었지만 생각과 행동 목소리는 할아범 그대로인 이 인물의 아방가르드하게 황당한 행동들만이 이 드라마를 쥐락펴락하기 때문이다.



“그래, 이제부터 내 이름은 최신형이야!” 신상폰을 보면서 외치는 젊어진 고봉의 이 민망하고 골 때리는 대사는 그의 특유의 표정과 목소리에 실리면 어느새 시원하고 유쾌해진다. 그 외에서 신하균의 표정과 말투, 그리고 움직임 덕에 너무 익숙해 식상하거나 유치해서 민망할 것 같은 장면들이 <미스터 백>에서는 탱탱하게 살아나곤 한다. 나중에는 신형이 다리에 쥐가 나 코에 침을 바르는 동작이나, 노숙인 급식 줄에 퉁명스럽게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다.

무엇보다 항상 그래왔듯이 신하균의 표정과 움직임에는 학습된 것이 아닌 동물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야생의 것이 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몸이라서가 아니라 이 동물적인 감각의 연기 때문에 신하균은 ‘짐승남’의 배우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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