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듯한 ‘헬로 이방인’, 정체성이 없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2.2%. <헬로 이방인>의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지상파 주중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빠졌다고는 해도 너무 낮은 수치다. 동시간대 종편 프로그램들보다도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헬로 이방인>. 왜 제목처럼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처음 게스트 하우스에서 모여 함께 지내는 콘셉트로 시작했을 때는 <룸메이트>의 홈쉐어에 <비정상회담>의 외국인 트렌드를 섞어 놓은 느낌이었다. 여기에 김광규가 들어가자 <나 혼자 산다>의 뉘앙스까지 덧붙여졌다.

우리 문화를 체험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그리 신선하게 다가올 수 없었다. 거기서 나올 수 있는 그림이 사실상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시장 같은 곳에서 외국인들이 낯선 음식을 먹으며 힘들어하거나 맛있어하거나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이 모두 예상할 수 있는 그림이다. 또 외국인들이 함께 짧은 여행을 떠나거나 같이 음식을 해먹는 장면도 새로울 수 없다. 어디선가 봤던 장면들의 연속이다.

최근 <헬로 이방인>은 그래서 콘셉트에 변화를 줬다. 강원도 모운동 마을로 여행을 떠나 거기 사시는 어르신들과의 하루를 보내는 것. 시골 어르신들이 주는 정의 느낌은 타지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잘 연결됐다. 우리네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훈훈함은 분명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새롭다 하긴 어렵다. 이미 <1박2일>이 농촌 어르신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콘셉트를 시도한 바 있고, 최근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은 시골이 가진 그 한적함의 반전 매력을 선보인 바 있다.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시골 어르신들과 부모 자식 같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장면은 <사남일녀>의 콘셉트처럼 보인다.



그러니 이런 기획은 <헬로 이방인>만의 정체성이 되기가 어렵다. 각각의 여러 프로그램들이 시도했던 것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지만 거기서 아이디어를 따와 <헬로 이방인>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구성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시골에서 어르신들의 일을 도와주고, 그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교감하는 장면은 정서적인 훈훈함을 주지만 그것은 이미 예상됐던 그림들이다. 이 예측할 수 있는 틀 안에서만 움직인다는 것. 이것은 <헬로 이방인>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최근 투입된 터키 출신의 핫산은 강남과 콤비를 이루며 괜찮은 캐릭터의 탄생을 알려줬다. 또 예고된 디카프리오를 그대로 닮은 꽃미남 외국인의 출연은 그 자체로 기대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렇게 괜찮은 인물들이 투입된다고 해도 프로그램이 어디서 본 듯한 콘셉트를 반복해낸다면 효과가 있을 리 없다.

<헬로 이방인>의 인물 구성은 나쁘지 않다. 다만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새롭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요즘은 결말이 예측되는 기획은 그 자체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청자들은 이제 뻔한 이야기에 식상해하기 때문이다. 자꾸만 외부에서 콘셉트를 가져올 것이 아니라 <헬로 이방인>의 출연자들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일 이런 새로움에 대한 노력이 없다면 <헬로 이방인>은 제목처럼 이방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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