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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심장이 쫄깃해지던 그 느낌은 어디로 갔나
기사입력 :[ 2014-12-14 12:59 ]


‘나쁜 녀석들’ 마초 캐릭터 말고 무엇이 남았는가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영화채널 OCN의 드라마 <나쁜 녀석들>은 기름기 하나 없이 퍽퍽한 흔치않은 마초 드라마였다. 그 지방 없는 탄탄한 구릿빛 팔뚝에는 사나운 문신도 하나 새겨져 있을 법하다. 머리는 강렬한 용이나 꼬리는 점점 뱀과 가까워지는 그림이었기에 안타깝지만. 마지막회 오재원 검사(김태훈) 또한 살인자라는 반전카드는 인상적이었지만 이미 중간과정의 지지부진함이 이 드라마의 많은 장점들을 갉아먹은 뒤였다.

“형사짓하다 보면요, 가끔은 이런 놈들 만날 때가 있어요. 이런 놈은 정말 목숨 걸고 잡아야 되는구나. 그냥 반푼이가 아니구나.”

나쁜 놈들로 더 나쁜 놈들 때려잡는 설정의 <나쁜 녀석들>은 테스토스테론이 마구 넘치고 시청자들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키던 초반의 짜릿함을 회가 거듭될수록 잃어갔다. 더구나 드라마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액션영화 마니아들이라면 익숙하게 느껴질 법한 액션과 설정들이 이어지면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쁜 녀석들>은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건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마초 인물들, 혹은 그 마초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매력 때문이다. 물론 이 드라마가 의도했던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와 약간은 결이 달랐지만 말이다.

<나쁜 녀석들>에는 사내냄새 팍팍 풍기는 마초라 명명할 수 있는 세 명의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그 마초의 꼭짓점에는 최근 액션물에 흔히 등장하는 스테레오타입인 정태수(조동혁)가 있다. 살인기술자로 살아가는 태수는 겉보기에는 그리 우락부락하지 않다. 남자답지만 섬세하게 잘생긴 얼굴 덕인지 <나쁜 녀석들>에서 유일하게 멜로 지분을 담당했다. 그러면서도 마초답게 쉽게 웃지 않고,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반항적인 눈빛으로 미간을 찌푸린다. 안타깝게도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정작 마초계의 다이아몬드 같은 태수는 그리 빛나지 않았다. 볼거리만 화려할 뿐 정작 대사는 시들하고 스토리는 나른한 이 드라마의 흐름의 중심에 태수의 움직임 또한 지루함이 반복됐다.



반면 조직폭력배 박웅철(마동석)과 거친 범죄자들을 조련하는 형사 오구탁(김상중)은 정석에서 벗어난 마초들이다. 이 두 마초들의 특징은 각각 귀여움과 가련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 배우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매력이 더해지면서 이 캐릭터들은 드라마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반짝반짝 빛날 여지가 많았기에 인상적인 잔상을 남겼다.

졸린 고양이 가필드 캐릭터 마초 버전 같은 마동석은 영화계에 데뷔했을 때만해도 깜찍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얼굴보다 더 큰 팔뚝과 온몸이 근육덩어리인 전사 같은 이 남자는 살벌한 조연으로 화면을 압도했다. 하지만 수많은 덩치남 조연들과의 변별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근육덩어리 남자의 근육 아닌 다른 매력을 발견한 사람은 영화감독 윤종빈이었다.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서 호스트인 주인공 재현(하정우)을 괴롭히는 사채업자 창우로 등장하는 마동석은 과거의 그와 비슷한 듯 달랐다. 이 영화에서의 창우는 생각보다 꽤 섬세한 건달로 등장한다. 창우의 말투나 표정, 행동은 건달답게 거칠지만 일면 화류계에 오래 몸담은 남자들 특유의 상스러운 여성스러움도 은근히 배어있다. 이런 미묘한 분위기를 제대로 잡아 연기했던 마동석은 이후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아이러니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타락한 형사 최익현(최민식) 여동생의 남편으로 등장한 그는 몸은 격투기 선수급이나 건달들에게 너무 쉽게 얻어터지는 아이러니한 인물로 많은 웃음을 줬다.



이 영화를 계기로 마동석은 살벌한 캐릭터에서 살벌함 속에 은근히 웃기는 캐릭터로 변해갔다. 그리고 드라마 <나쁜 녀석들>의 웅철을 통해 살벌하지만 귀여운 마초의 정점을 찍은 느낌이다. <나쁜 녀석들>에서 웅철은 시원한 액션과 시원한 웃음을 동시에 준다. 특히 무표정한 얼굴로 애드리브인지 대사인지 알 수 없게 눙치며 내뱉는 촌철살인의 대사는 끝내준다. 그의 유행어가 된 족팡매야는 물론 삼청교육대가 아닌 춘천교육대 운운하는 말이나 눈에서 오줌 나오겠다고 말하는 대사들. 아니면 이정문(박해진)을 암살하려 병실에 침입한 괴한과 격투를 벌인 뒤, 수술 후 깨어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정문에게 무심하게 내뱉는 대사가 그렇다. “자냐, 인마. 나는 힘들다.”

반면 <나쁜 녀석들>에서 김상중이 연기하는 형사 오구탁은 시종일관 무겁게 가라앉은 냉기류를 형성하는 인물이다. 그는 주먹이 아니라 사냥개 도베르만처럼 사나운 언어로 나쁜 마초들을 사육하는 냉정한 마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냉정한 마초인 듯 보이는 오구탁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김상중은 언뜻 냉정하고 차가운 인상이지만 입을 다물고 눈에 물기를 담고 있으면 주인 잃은 가련한 푸들처럼 보이는 인상이기도 하다. <나쁜 녀석들>의 후반부 살해당한 딸 때문에 비통해하다 점점 냉혹한 인간으로 변해가는 오구탁은 냉정한 마초보다 오히려 가련한 마초로 다가온다. 물론 드라마 초반의 얼음장과 후반 구들장의 감정을 오가는 김상중의 연기는 여전히 인상적이다.



안타깝게도 이 두 캐릭터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는 <나쁜 녀석들>에서 그다지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배우 박해진이 아무리 노력한들 천재 사이코패스처럼 비춰졌던 이정문은 드라마 후반부에는 오구탁의 나쁜 녀석들을 모아놓은 구구절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쓰일 뿐 특별함이 모두 사라졌다. 여경 유미영(강예원)의 경우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군더더기처럼 지루했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아쉬운 건 드라마 <나쁜 녀석들> 자체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긴박한 사건, 장기매매 등등 드라마 초반의 에피소드는 정말 심장이 쫄깃해지는 느낌이었다. 슬쩍 보여줬을 때는 대단한 물건 같던 드라마가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허망해졌던 건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리 몰입감 좋은 액션이라도 힘 있고 묵직한 서사가 실종된 화려한 볼거리란 생각보다 쉽게 물리기 마련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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