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임시완 | 눈빛만으로 청춘을 연기하는 독보적 배우
기사입력 :[ 2014-12-27 13:00 ]


‘변호인’·‘미생’ 임시완, 압도적 20대 남배우를 얻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스물여섯이 될 동안 나는 뭘 했을까요?(장그래)’

2014년 임시완은 대한민국의 청춘을 연기했다. 임시완은 연초에는 영화 <변호인>으로, 연말에는 tvN 드라마 <미생>으로 각각 다른 시대의 청춘들을 보여주었다. <변호인>의 진우나 <미생>의 장그래는 사람들이 청춘에게 기대하는 열정 넘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가 연기하는 청춘은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아프니까 청춘, 아니, 청춘이라서 아플 수밖에 없는 시대의 인물들이었다.

진우와 장그래는 각각 1980년대와 2천년대를 살아가는 파릇파릇한 이십대다. 하지만 시대는 당당하게 그들의 뺨을 때린다. 80년대의 국가권력은 평범한 대학생을 ‘빨갱이’로 몰아 고문으로 짓밟는다. 2천년대에는 무한경쟁이란 시대의 흐름이 이십대의 삶 자체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고문실로 끌고 간다. 그곳에는 발길질도, 통닭구이도, 물고문도 없다. 그저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과 허탈함이 계속해서 무한반복될 따름이다. 성공의 열매는 작고 취직이란 성공의 열매를 딴들 그 맛은 생각보다 그리 달콤하지 않다.

“제가 지금 연애할 땐가요?” (<미생>에서 계약직 명패를 보며 장그래가 내뱉는 대사)

이처럼 아픈 청춘이 등장하는 <변호인>과 <미생>을 통해 임시완은 ‘제국의 아이들’이란 아이돌에서 배우로 완벽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더구나 배우 임시완은 발랄함과 사랑스러움으로 어필하는 또래의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 다른 옷을 입고 있다. <미생>에서 보여준 작은 체구를 더 작게 만드는 아버지의 정장이 바로 지금 배우 임시완의 옷이다.

<변호인>과 <미생>에서 보여준 임시완의 연기는 극적이거나 동적이지 않다. 다소 품이 큰 정장을 입은 눈에 띄지 않는 샐러리맨처럼 침착하고 느리지만 대신 정확하고 확실하다. 그건 비단 또래 배우들보다 정확한 임시완의 발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미생>에서 임시완은 장그래란 인물을 치장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자신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흐름 속에서 인물을 파악한다. 그리고 그 움직임과 생각을 관찰해서 연기하는 느낌이다.



그런 까닭에 장그래가 망가질 때도, 장그래가 극적인 장면에 나설 때도 장그래의 자연스러움은 잃지 않는다. 술에 취해 오차장의 집 앞에서 잠든 장그래나, 회사에서 철야하고 머리가 떡진 장그래, 사우나 앞에서 술에 취해 양말을 파는 장그래 모두 우스꽝스럽지만 전혀 억지스럽지 않았다. 조용하고 진중한 장그래의 망가진 모습 그대로를 보는 것처럼 다가오기에 코믹할 따름이다.

또 배우 임시완은 그렇게 표정이 많은 배우는 아니지만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표정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건 바로 임시완이 보여주는 눈빛 때문이다. 임시완은 드라마틱한 표정이 아닌 눈으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한다.

특히 <미생>에서의 장그래는 그 성격상 더더욱 표정을 얼굴에 드러내기 힘든 캐릭터다. 실제로 웹툰 <미생>에서의 장그래는 정말 표정이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심지어 웹툰에서의 장그래는 눈에도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 아마도 상대에게 빈틈을 보이지 않는 바둑으로 단련된 인물의 포커페이스일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 <미생>에서 임시완의 장그래는 웹툰과 달리 눈에 감정을 싣는다. 계약직으로서 장그래의 아픔이나, 직장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나, 오차장에 대한 존경을 표할 때의 그 눈빛은 이 인물의 내면이 읽힐 만큼 진실하게 다가온다. 또한 <미생> 마지막회에서 당당한 상사맨이 된 장그래의 똘망똘망한 눈빛은 그 이전의 힘없는 장그래와는 또 다르다.

이 아이돌 출신 배우가 그저 지친 청춘의 모습만을 연기할 줄 안다고 착각했다 한 방 맞은 셈이다. 생각해 보니 비록 드라마는 실패했지만 올해 <트라이앵글>에서 보여준 임시완의 악역 연기 또한 싸늘한 사이코 같은 매력이 있었다. 요르단에서 돌아올 장그래의 다른 얼굴이 걱정보다 기대가 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 젊은 배우는 우리가 사랑했던 장그래가 아닌 낯설게 변한 장그래라도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영화 <변호인>스틸컷]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