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을 예상케 하는 2014년 주요 드라마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2014년 드라마 중 의미 있는 작품들을 고르라면, SBS <별에서 온 그대>, MBC <개과천선>, <왔다 장보리>, KBS <정도전>, JTBC <밀회>, tvN <미생> 정도가 되지 않을까. 각각의 작품들이 가진 성취는 향후 드라마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4년의 드라마들을 보면 2015년을 예측할 수 있는 이유다.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은 로맨틱 코미디를 중심으로 세워놓은 복합장르가 향후에도 드라마의 한 흐름을 가져갈 것을 예상케 한다. 이미 <피노키오> 같은 작품은 그 궤를 이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복합장르의 특징은 우리네 드라마의 핵심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멜로가 식상하지 않은 모습으로 담기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이슈나 현실적인 의미까지를 끄집어낼 수 있는 콘텐츠적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개과천선>은 거의 팩션에 가까운 현실성을 가져옴으로써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데 성공한 작품이다. 물론 후반부에 와서 어정쩡한 결론에 이르기는 했지만 그 시도 자체는 참신하다 할 수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봐왔던 장르 속 직업의 세계를 한 차원 더 정밀묘사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최근 <오만과 편견>이 호평 받고 있는 건 이 <개과천선>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왔다 장보리>는 이제 지상파가 시청률을 가져가려면 어떤 드라마를 해야 한다는 것을 징후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빠른 속도감과 어렵지 않은 선악구도, 그리고 성장드라마와 출생의 비밀 같은 전통적인 극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그저 막장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긍정적인 요소를 함께 가져가는 것. 아마도 MBC는 이 주말 시간대에 <왔다 장보리>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KBS가 주말드라마에 갖고 있는 그런 헤게모니를 가져가려 할 것으로 보인다.

<정도전>은 현재 사극이 처한 위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올해 사극은 전반적으로 침체의 양상을 보였다. 심지어 기대작이었던 <비밀의 문>마저도 실험을 이겨내지 못했을 정도다. 이것은 역사와 상상력 사이에서 상상력 쪽으로 치중하던 사극이 이제는 역사가 가진 그 힘에 기대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도전> 같은 정통사극의 부활은 이제 지나치게 허구 쪽으로 기울어진 사극을 다시 역사와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되돌리려는 흐름을 읽게 만든다.



<밀회>와 <미생>은 올해의 전체 드라마의 성취라고 할 정도로 각별한 존재감과 의미를 남겼다. <밀회>는 사적인 멜로와 사회극이 한 작품을 통해서 그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치 사회를 해부하는 듯한 정통 드라마의 힘은 그 드라마의 진지함으로부터 나온다. <밀회>의 성공은 비지상파가 가진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편 <미생>은 지상파 드라마들의 관성을 역으로 뒤집어 성공함으로써 작금의 시청자들이 얼마나 새로움을 요구하는가를 잘 보여준 작품으로 남았다. 멜로도 없어도 되고, 막장이 아니어도 되며, 리메이크라도 어떻게 만드느냐 달렸다는 걸 <미생>은 성공으로 입증해보였다.

그나마 하반기에 들어서 <오만과 편견>, <피노키오>, <힐러>, <펀치> 같은 본격 장르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온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것은 아마도 <미생> 같은 장르물의 성취가 보여준 학습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2015년에는 더 많은 장르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어쩌면 <미생> 같은 드라마를 지상파에서 보는 일이 생길 지도.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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