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식 응답하라 ‘토토가’에 열광한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응답하라> 시리즈가 예견한대로 90년대는 이제 ‘복고의 시대’가 되었다. 7,80년대 복고는 이제 너무 멀어서 현재의 세대들이 함께 공유하기에는 다소 낯선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90년대는 대중문화, 그 중에서도 대중가요가 꽃을 피운 시기다. 그러니 이 시대를 말하면 자연스럽게 당대의 음악을 떠올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특집은 그 90년대의 음악과 가수들을 고스란히 복원해냈다.

하지만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이 <응답하라> 시리즈와 달랐던 것은 과거 9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가수들을 다시 끌어 모아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지금의 무대 위에 재연해 놓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는 지점이 만들어진다.

사회자로 이본이 정준하와 박명수와 함께 나서고, 당대를 누렸던 터보(김종국, 김정남), 김현정, SES(바다, 슈, 서현)가 먼저 무대에 올랐고, 쿨(이재훈, 김성수, 예원), 지누션, 엄정화, 이정현, 김건모, 조성모, 소찬휘가 무대에 오른다. 무대 콘셉트부터 카메라를 휘 돌리는 촬영기법 그리고 심지어 당시 가수들의 백댄서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에게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열광하는 팬들까지 그대로 복원됨으로써 시간은 90년대로 되돌아갔다.

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이본의 눈에 눈물이 맺힌 것은 그 잠시 동안만이라도 시간을 되돌리는 그 순간이 준 깊은 감흥 때문이다. 왜 누군들 그 때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함께 세월을 보냈고 그렇게 나이 들어간 이들이 한 무대에 다시 모여 있다는 건 그녀는 물론이고 그들과 함께 한 시대를 살아냈던 시청자들까지 울컥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같은 시대를 살고 경험했다는 건 그래서 복고가 갖는 가장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그 사이에 슈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터보의 김정남은 밤무대에서 혼자 ‘터보의 시간’으로 한 세월을 보냈다. 이제는 나이 들어 과거처럼 춤추고 노래할 수 없다고 해도 여전히 음악만 나오면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고 열창을 하게 되는 그들에게 시간은 그들의 몸이 스며들어 있는 어떤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건 그래서 한없이 흥겨우면서도 훈훈하지만 또한 짠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변함 없는 애정의 교감이기도 하다. 임신 중인 유진 대신 서현이 함께 한 SES의 무대를 재현해내고 내려온 바다는 한 팬분의 플래카드를 언급하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까 플랜카드에 ‘유진이가 바다에 빠졌슈’라고 써있는 것을 봤다. 우리 유행했을 때 말이다. 되게 오래된 팬 분들이다. 정말 감사하다.” 시간이 지나도 그 교감은 90년대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무한도전>은 지금껏 꽤 많은 가요제 형식의 아이템들을 선보여 왔다. ‘강변북로 가요제’에서부터 ‘올림픽대로 가요제’,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자유로 가요제’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토토가’는 이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무대로 연말이면 <무한도전>이 보여주던 콘서트 성격이 더 강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열기를 보여준다면 ‘토토가’ 역시 2년마다 열리는 무한도전 가요제처럼 시즌을 달리해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무대를 내려온 슈가 내려오자마자 ‘시즌2’를 거론했던 것처럼 아마도 ‘토토가’를 바라보는 대중들 역시 마찬가지 마음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집 레전드 시리즈를 발견한 듯한 느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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