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리’에 트로피 몰아준 MBC 연기대상의 의미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모두가 예상한대로 MBC 연기대상의 대상은 <왔다 장보리>의 이유리에게 돌아갔다. 작품의 막장 논란에도 불구하고 악역으로서 그 정도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는 대중들의 평가다. 대상이라고 하면 늘 주연만을 떠올리는 풍토에 악역으로서 상을 받았다는 의미는 충분할 듯싶다.

하지만 <왔다 장보리>가 연기대상(이유리), 올해의 드라마, 연속극 부문 최우수 남녀 연기상(김지훈, 오연서), 황금연기상 남녀 부문(안내상, 김혜옥), 방송3사 PD가 뽑은 올해의 연기자상(이유리), 올해의 작가상(김순옥), 아역상(김지영)까지 무려 9관왕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드라마에 출연한 거의 모든 배우들에게 상을 준 것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해에 MBC 드라마가 그렇게 없었던가.

어떻게 보면 <왔다 장보리>의 9관왕은 MBC 드라마의 ‘시청률 중심주의’ 선언 같은 느낌마저 준다. 시청률을 내기만 하면 ‘국민드라마’라고 이름 붙이고 상을 주는 건, 다른 이야기로 말하면 새로운 시도나 의미 있는 도전 혹은 완성도 그 자체보다는 시청률이 하나의 지상과제처럼 작용한다는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공공연히 시청률을 내세우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되면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무언의 압력 같은 게 생기기 마련이다.

올해 김상중의 미니시리즈 남자 우수연기상 하나에 그친 <개과천선> 같은 드라마는 이런 연말 시상식에서 점점 자리하기 어려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개과천선>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고스란히 극 안으로 가져와 특별한 울림을 만들어냈던 올해의 문제작이다. 항간에는 너무 민감한 소재들을 다뤄 그것 때문에 조기종영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배우 김명민의 스케줄 때문이라고 MBC측이 입장을 밝혔지만 찜찜한 구석이 남는 종영이었다. 그렇다고 김명민에 대한 시상식의 배려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올해 MBC는 분명 시청률면에서 성과를 냈던 것이 사실이다. <왔다 장보리>가 그 선두에 서면서 주말 드라마 시간대의 헤게모니를 잡은 것은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시청률만을 갖고 모든 걸 판단하기는 어렵다. <미스코리아> 같은 작품이 시청률은 낮았어도 참신한 시도를 했던 것이 사실이고, <개과천선>도 마찬가지다.

올해의 MBC 연기대상은 <왔다 장보리>의 무대가 되었다. MBC는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았던 <마마>의 유윤경 작가와 나란히 <왔다 장보리>의 김순옥 작가에게 ‘올해의 작가상’을 주었다. 누구에게 작가상을 주는가 하는 건 방송사의 고유권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김순옥 작가의 시상에 얼마나 대중들이 공감할 지는 미지수다. 이유리의 시상이야 막장 논란 속에서도 빛난 연기투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다.

그 해를 마무리 짓는 시상식은 다음 해를 가늠하게 해준다. 안타깝게도 올해의 MBC 연기대상이 말해주는 건 내년에도 여전히 시청률이 MBC 드라마 제작의 가장 큰 기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건 과연 대중들이 원하는 일일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