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예능의 끝판왕 꿈꾸는 ‘진짜사나이’의 혹한기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이곳은 ‘겨울왕국’이 일상이다? 혹한기 훈련을 떠난 MBC <일밤-진짜사나이>가 화천 칠성부대에서 맞닥뜨린 추위에 대한 박건형의 소감이다. 가만히 있어도 “뼈가 시리고, 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는 육성재의 진술처럼 <진짜사나이>가 이제 이겨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추위다. 추위 때문에 포기하고 싶은 그 마음이다.

게다가 그들이 입소한 날은 올겨울 가장 추운 날이었다. 영하 20도 밑으로 뚝 떨어지는 날씨 속에서 가벼운(?) 운동복 차림 하나로 연병장에 서 있는 장병들은 그 자체가 고통이었다. 체력단련은 어느새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되어간다. 움직이지 않으면 손발의 감각이 사라지는 강추위 속에서 훈련의 강도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벌이는 씨름 대항전은 추위만큼 후끈 달아오른다. 거구의 샘 해밍턴의 힘을 역이용해 넘어뜨린 파이터 김동현의 대결도 볼만하지만 더 흥미로웠던 건 왠지 코끝을 시큰하게 만드는 임형준이 서경석을 순식간에 뒤집기로 제압한 장면이었다. 그런 대결의 묘미는 결국 강추위라는 환경을 잊고자 하는 마음 속에서 더 강렬해진다.

갑자기 연병장에 불어 닥치는 회오리바람에 망연자실해 하고, 칼바람에 날아온 눈가루들이 살갗을 때리는 그 극한의 공간이 주는 살풍경. 군대에서 혹한기 훈련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저마다 몸서리를 칠 수밖에 없는 기억이 추억처럼 솟아나지 않을까.



김수로가 그 훈련의 강도를 목봉체조, 화생방훈련, 얼음물입수 순으로 꼽은 것처럼 <진짜사나이>의 백미 역시 그 순서대로다. 얼음물 입수보다는 차라리 화생방이 낫다는 헨리의 이야기처럼 얼음물 입수가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자극의 강도는 그 무엇보다 강하다. 시각이 마치 촉각처럼 다가오는 그 장면은 보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과거 야생 버라이어티를 주창하던 <1박2일>은 겨울이 ‘최적’의 시즌이었다. 눈 내리는 야외에서의 텐트 취침이나, 얼음이 언 계곡물에 입수하기 혹은 겨울바다에 풍덩 빠지는 장면들은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걸리기만 해도 멈춰 설 수밖에 없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곤 했다. 그래서 때때로 주춤하던 <1박2일>이 ‘혹한기 대비 캠프’에만 들어가면 다시 쑥쑥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그런 점에서 보면 <진짜사나이>의 ‘혹한기 훈련’은 겨울예능의 끝판왕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몸으로 느껴지는 그 화천의 칼바람 속에서 얼음물을 깨고 들어가는 장면은 그 어떤 예능도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야외 예능에 있어서 겨울은 오히려 기회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간 주춤하던 <진짜사나이>도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낼 수 있을까. ‘여군특집’ 이래 이렇다 할 새로운 이야기를 찾지 못한 <진짜사나이>에게 이건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겨울왕국’이 일상이 된 최적의 공간. 그 겨울예능의 진수를 통해 <진짜사나이>는 과연 되살아날 수 있을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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