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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왜 ‘기레기’는 진경 한 명밖에 없을까
기사입력 :[ 2015-01-07 17:10 ]


‘피노키오’, 극찬하려다 보니 딸꾹질 나오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언론의 진실, 혹은 더 나아가 언론이 포장해서 만든 가짜 진실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 <피노키오>의 교훈처럼 언론인은 사실을 정확하게 전할 의무가 정말 있다. 그리고 <피노키오>는 주인공인 기자 최달포(이종석)를 통해 그런 진실한 기자의 초상을 보여주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피노키오>가 좋은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더불어 <피노키오>가 잘 만들어진 드라마냐는 질문에도 필자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쓰려다보니 왠지 딸꾹질이 올라올 것만 같다.

<피노키오>의 메시지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두 주인공 달포와 최인하(박신혜)의 모습은 사랑스럽다. 달포와 달포의 친형 기재명(윤균상)간의 관계가 때론 안타깝고 때론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상하게 보고나면 헛헛함 혹은 아쉬움이 크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의 특징이라면 훌륭한 메시지, 흡인력 있는 전개, 전형적이지만 개성이 살아 있는 인물을 손꼽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합이 잘 맞을 경우 대부분 드라마는 성공한다. 혹은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은 못 올려도 잘 만들어지고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호평은 받기 마련이다. 그리고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는 초능력자 고등학생 박수하(이종석)와 국선변호사 장혜성(이보영)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그 삼박자가 제대로 들어맞는 드라마로 성공을 맛봤다.

작가의 다음 카드인 <피노키오>는 언뜻 보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품 같지만 깊이 파보면 이야기의 덩치가 제법 크다.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흉하고 무서운 진실이라도 이제는 눈을 뜨고 봐야할 때다. (최달포)”

하나는 주인공 달포가 YGN의 진실한 기자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달포가 진실만을 보도하는 기자가 되는 과정은 꽤 의미가 깊다. 그의 가족은 MSC의 기자 송차옥(진경)의 자극적인 추측성 보도 때문에 억울하게 풍비박산 났기 때문이다. 달포는 자신의 가족을 엉망으로 만든 언론에 대한 혐오를 딛고 자신이 진실한 언론인이 되어 그 트라우마를 극복해 간다. 자신의 가족을 짓밟은 MSC의 야비한 기자 송차옥과 달포가 맞붙는 대결구도가 이 성장담에 포함되어 있다. 또한 달포의 형 재명이 복수심에 불타는 살인자에서 언론의 과대포장으로 시대의 의인으로, 그러다 기자인 동생의 힘으로 다시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오는 스릴러와 휴먼드라마가 합쳐진 이야기도 이 파트에 포함된다. 그리고 <피노키오>에서 형과 동생의 애틋하고 진실한 관계는 이 드라마의 백미다.

“기자로서(울고)……형이 살인자란 걸 보도할거야. 용서해, 형. (최달포)”

“제보는 내가 했어. 너한테 나 자수한 거야. (달포의 형, 기재명)”

<피노키오>에서 또 한 축의 큰 이야기 줄기는 어린 시절 황당한 인연으로 삼촌과 조카 사이로 자란 달포와 인하가 서로의 감정을 확인해가며 사랑으로 발전해가는 멜로 파트다. 여기에 MSC와 YGN의 젊은 수습기자들이 떼거지로 등장하면서 청춘시트콤 같은 스토리가 다른 색깔로 흘러간다.



전혀 성격이 다른 세 가지 이야기들의 조합은 <피노키오>에서 괜찮은 편이다. 전작에서 다양한 장르들을 섬세하게 잘 엮어놓은 작가는 이번 판에서도 성격이 다른 이야기들을 교묘하게 하나로 엮어나간다. 하지만 작가의 전작과 달리 이번 판의 이야기는 메시지는 훌륭하지만, 그리고 감동적인 순간이 존재하지만 전개는 쫀쫀하지 않고 인물들은 종종 지루하게 다가온다. 그건 드라마적 연결고리의 문제가 아니라 실은 드라마적 리얼리티의 문제 때문이 아닌가 싶다.

<피노키오>는 이 드라마의 배경인 언론사 MSC와 YGN을 다루는 부분이 지극히 일차원적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아예 현실감이 없다. 특히 “기자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이 드라마의 이데올로기에 갇혀 <피노키오>의 기자들은 살아 있는 인물이 아닌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는 나무인형 피노키오처럼 여겨지는 순간이 적지 않다. 또한 기자들이 자신에게 닥친 사건을 취재하고 보도국이 뉴스로 만드는 과정 또한 너무 안일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져 보인다.

그러니까 언론의 진실을 제법 진지하게 다루는 드라마치곤 그 언론이란 거대한 존재를 너무 표피적으로만 훑고 있다는 인상이랄까? 무엇보다 <피노키오>의 기자들은 인하의 엄마인 차옥을 제외하고는 모두 건강하고, 굳건하고, 선하다. 마음은 훈훈해지지만 그 순간 이 드라마에 담겨 있어야 할 독기는 멀리 날아간다.



물론 <피노키오>가 기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한 교훈적인 동화라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러면 언론사를 다루는 방식이나 등장인물의 성격 등등이 모두 이해가 간다. 언론의 진짜 모습이 아닌 선한 거짓말을 약간 보태 코가 살짝 늘어난 동화 속 <피노키오> 언론사라고 생각하면 나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열여덟 살이었다면 <피노키오>의 젊은 기자들의 순수하고 패기어린 모습에 감동받았을지 모르겠다.

<피노키오>는 이제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지만 언젠가 현실세계에 더 가까운 언론의 내면을 보여주는 드라마도 한번쯤 필요하지 않을까? 더러운 현실을 더럽다 말하지 못하거나 혹은 교묘히 회피하는, 아니면 정략적으로 더러움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포장하는 데 능한 능구렁이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버티느라 닳고 닳았지만 그래도 한 줌의 진실은 남아 있는 그런 기자가 등장하는 드라마 말이다. 아마 그 기자는 이런 대사를 무심하게 내뱉지 않을까?

“이봐, 수습. 기자의 밥그릇에 진실 같은 거 없다. 뒷돈과 눈칫밥만 있지. 하지만 네 양심 한구석에 개밥그릇 하나쯤은 챙겨둬라. 거기에 식은 찬밥 같은 진실도 좀 담아두고. 그래야 언젠가 한번쯤 우리들의 주인이라 생각하는 그 새끼들한테 사냥개처럼 컹컹 짖어볼 때가 있을 거다. 그 쉰내 나는 개밥그릇마저 없으면 넌 기자도 뭣도 아니고 이 세상 쓰레기 냄새만 맡다 그냥 인간쓰레기로 푸욱 썩는 거야.”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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