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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김정은 조롱하며 던진 흥미로운 질문들
기사입력 :[ 2015-01-08 17:05 ]


‘인터뷰’, 김정은을 두 번 죽이는 고단수 조롱법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찬(贊)△.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인터뷰>는 미국 소니 픽쳐스가 제작한 코미디 영화로, 개봉 전 테러위협과 해킹사건 등으로 미국 내 개봉이 취소됐다가 성탄절을 기점으로 전격 개봉됐다. 상영관은 당초 예정보다 10%로 축소됐지만, 해킹보복 등이 오히려 노이즈마케팅에 기여한 탓인지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더구나 영화사가 VOD 등을 통한 온라인 동시개봉을 감행한 결과,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관람했다.

<인터뷰>는 국내에서 개봉되지 않을 영화이지만, 이미 국내의 많은 관객들이 보았고, 이슈를 낳고 있기에 평론의 필요성을 지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터뷰>는 막장 코미디의 형식을 빌어 김정은을 조롱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한다. 영화는 김정은을 조롱하지만, 북한사회에 대해서는 비교적 온건한 관점을 보여준다. 특히 CIA에 의한 김정은의 암살이 아니라,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를 벗김으로써 북한체제를 민주적으로 변혁해야 한다는 입장은 전향적이다.

◆ 막나가는 예능토크쇼

<인터뷰>는 세스 로건과 제임스 프랭코 콤비가 주연을 맡고 에반 골드버그가 감독한 성인 코미디물로, 세 사람은 이미 비슷한 종류의 코미디물인 <파인애플 익스프레스>(2008)이나 <디스 이즈 디엔드>(2013)에서 합을 맞춘 바 있다. 좀 더 알려진 전작을 대자면, 세스 로건은 <50:50>에서 주인공의 대책 없는 ‘너드(괴짜)’ 친구로 나왔던 배우이고, 제임스 프랭코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는 유인원을 키운 박사로, <127시간>에서는 홀로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으로 나왔던 미남배우다.

영화는 한복을 입은 북한소녀가 광장 한복판에서 부르는 뜨악한 노래로 시작한다. “미국 놈 다 죽어라 죽어라♬”까지는 그렇다 쳐도, 강간 운운하는 해괴한 노랫말은 이 영화의 지향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대놓고 음란함과 저열함을 시전하겠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뒤로 미사일이 발사되어 태평양을 가로지른다. 미국의 TV뉴스는 김정은을 “현대의 히틀러”로 부르며 논평을 해댄다. 여기서 심각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다.



영화는 곧이어 애론 래퍼포드(세스 로건)가 연출하고, 데이브 스카이락(제임스 프랭코)이 진행하는 ‘스카이락 투나잇’이라는 예능토크쇼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동성애혐오와 여성비하로 점철된 랩을 구사하는 가수 에미넴이 자신의 노랫말은 ‘어머니를 두려워하는 게이’라는 정체성에서 기인한 거라며 담담히 털어놓는다. 앗 대박이다! 원조 꽃미남 청춘스타였던 중년의 로브로우는 자신이 <아웃사이더>(1983)를 찍을 때부터 대머리였다며 가발을 벗는다. 심지어 매튜 멕케이너가 염소와 수간하는 사진이 공개되었다며, 염소를 스튜디오에 데려와 장면을 재연하고 염소를 인터뷰를 하겠단다. 이쯤 되면 막 나가겠다는 뜻이다. 영화는 TV 예능토크쇼의 선정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이런 저질 쇼가 김정은을 인터뷰한다면 얼마나 저질스러운 소동이 벌어지겠느냐며 연막을 까는 것이다.

◆ 김정은을 암살하는 첩보영화가 아니라, 김정은을 놀려 먹는 코미디

잘나가는 예능 토크쇼를 만들고 있지만, 시사 토크쇼를 만드는 동료로부터 경멸을 당한 애론 래퍼포드는 김정은이 ‘스카이락 투나잇’ 쇼의 열성 팬이라는 소식을 접한 뒤 홧김에 연락을 취한다. 그런데 덜컥 인터뷰가 성사되어 버린다! 김정은의 입장에선 정해진 각본대로 진행하는 말랑한 토크 쇼를 통해, 국내외 여론을 우호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미국의 CIA는 이 기회를 틈타 두 사람에게 김정은을 암살하라는 밀명을 내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첩보영화가 아니다. 두 사람의 암살계획은 처음부터 꼬여만 가고, 성기와 항문과 이빨이 난무하는 저질 화장실 코미디가 질펀하게 펼쳐진다. 재미있는 건 이들이 처음 CIA와 가진 회의 장면에서 자유연상기법으로 튀어나왔던 황당한 상상들이 모두 ‘그대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의 전개가 얼마나 관습적인지 스스로 털어놓는 꼴이다. 즉 영화는 허술한 전개를 통해 ‘김정은을 암살한다’는 첩보영화적인 설정을 스스로 비웃고 있음을 내비친다. 영화가 중점을 두는 것은 김정은을 ‘암살하는 것’이 아니라 ‘조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김정은을 조롱하는 방법은 단순하지 않다. 영화는 김정은을 “미국 서부를 핵폭탄으로 날려버릴 위험이 있는 독재자이자, 빈 라덴이나 히틀러와 동급”으로 취급하는 미국 언론의 시각을 전하면서도, 단순히 그를 포악한 독재자로 그리지 않는다. 영화는 김정은을 만난 스카이락이 그에게 호감을 갖는 과정을 통해서, 김정은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킨다. 그는 젊은 나이에 국가권력을 물려받아 심적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고, TV 토크쇼는 물론이고 팝송이나 농구 등 미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친근한 인물이며, 아버지에게 강함을 요구받으며 자란 탓에 연약함을 감추려는 고독한 남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개인적인 면모와 객관적인 실체를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즉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도 불구하고, 그가 인민들을 속이고 굶주리게 하는 독재자라는 진실은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인터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정은을 이해하려는 단초로 내비추었던 그의 내면을 지렛대 삼아 더 큰 조롱으로 나아간다. 그는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하여 강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어 하며, 이를 위해 성이나 무력에 대한 과시욕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김정은이 란제리 차림의 여성들과 난교를 즐기고, 탱크 안에서 포환을 성기처럼 치켜들고 자랑스러워하는 장면을 통해 이러한 정신분석학적 조롱에 방점을 찍는다. 이는 영화 서두에 에미넴의 동성애혐오가 게이 정체성에서 비롯되었다며 조롱한 장면과 궤를 같이 한다. 영화는 김정은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다가, 그 인간적인 내면을 활용하여 김정은을 ‘두 번 죽이는’ 조롱에 성공한다. 즉 ‘나쁜 놈이기 이전에 찌질한 놈’이라는 낙인을 찍는 것이다.



◆ 북한 체제의 변혁?

영화는 북한체제에 대해서도 나름 ‘내재적인 접근법’을 취한다. 영화는 북한체제가 매우 폐쇄적이라 실체를 알기는 어렵다는 전제하에, 김정은이 체제선전을 위해 융숭하게 맞이한 미국인의 눈에 비친 북한을 보여준다. 스카이락은 북한 주민들이 기아에 시달린다고 들었던 것과는 달리 풍족한 식료품점을 갖고 있음에 놀란다. 물론 그것이 가짜였음이 밝혀지고, 스카이락이 김정은에 대해 품었던 호감을 철회하는 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영화 속 가짜 식료품점은 “김정은은 똥오줌을 싸지 않는다”는 말과 더불어 북한체제가 얼마나 거짓 선전으로 가득한지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북한에 실제로 그런 가짜 식료품점이 있진 않으며, “김정은은 똥오줌을 싸지 않는다”는 황당무계한 말로 인민들을 선동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영화가 취하는 북한의 거짓 선전선동에 대한 희화적인 비판은 ‘허수아비 때리기’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북한의 지배세력이 보여주는 모습만 본 외국인이 그것을 북한의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얼마나 일면적인 이해인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김정은은 “부당한 처우를 받는 주민을 본 적이 있는가?”하고 묻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당한 처우를 받는 주민을 보지 못했다고 해서, 그런 주민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는 북한뿐만이 아니라, 모든 체제에도 적용된다.

<인터뷰>는 결정적인 토크쇼 장면을 통하여, 꽤나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진다. 미국은 수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문제 삼는 것은 부당하다든지, 인구대비로 따져보았을 때 북한의 수용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감옥에 갇혀있다든지, 북한주민의 굶주림은 미국의 제제 때문이라든지, 북한의 호전성과 핵무기개발은 미국의 잘못된 대북정책 때문이라든지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이러한 질문들은 김정은이 토크쇼를 통해 외부에 알리고자 했던 방어논리들일 뿐이고, 영화는 이 질문들을 더 이상 사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을 조롱하는 영화에서 이러한 질문들이 언급된 것은 나름 균형감각을 지닌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영화는 김정은을 암살하려는 CIA의 모습을 보여주며, “당신들은 과오를 반복하려 한다”는 비판적인 대사를 들려준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CIA나 군사력을 통해 미국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독립국가의 권력자들을 암살하거나 실각시켜 왔음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으로 권력자를 제거하는 것은 다른 대체자에 의한 집권을 불러올 뿐이다. 진정한 체제의 변혁은 주민들이 권력의 우상화를 벗어나 민주주의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영화는 비록 미국의 예능 토크쇼에 의해 권력의 우상화가 벗겨지는 것으로 시작된 사건이지만, 암살 등 권력내부의 균열이 아니라 언론의 폭로와 민주주의적 요구에 의해 북한이 변혁되는 모습을 그린다. 미국의 토크쇼가 떠난 뒤 혁명을 완수하는 것은 북한의 각성된 사람들의 몫이며, 영화는 그들에게 ‘영웅’이란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즉 영화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세습권력체계가 문제이지, 북한의 주민들은 (미국의 제제조치와 김정은 일가의 독재로 오랫동안 고통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요구와 혁명의 가능성을 지닌 주체로 보는 것이다.



<인터뷰>는 서구 자유주의적 입장에서 TV 예능 쇼를 빙자해 제3세계 국가를 조롱하는 막장 코미디물이란 점에서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2006)를 연상시킨다. 그런데 <보랏>은 유대계 영국 코미디언 샤샤가 카자흐스탄 인이라는 거짓 정체성을 덮어쓰고 여성이나 동성애자,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코미디였다. 영화는 전통적인 소수자였던 유대인에 대한 조롱을 다른 소수자에 대한 조롱과 다르게 배치하여 혐오에 대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며, 결국 카자흐스탄이라는 엉뚱한 나라를 미개한 타자로 만들어버리는 매우 의뭉스러운 텍스트였다.

그에 반해 <인터뷰>는 김정은을 조롱하고 북한의 체제변혁을 바라는 정치적 입장을 정직하게 드러낸다. 영화가 김정은과 북한사회에 대해 품고 있는 정치적 입장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영화가 취하는 정직한 태도나 충실한 만듦새를 비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코미디란 장르에 걸맞게 충분히 웃겨주는데다, 김정은을 인터뷰한다는 거창한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인터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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