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금요일 밤을 방송의 격전지로 만들었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이제 금요일 밤은 더 이상 버리는 시간대가 아니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해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한때 금요일 밤은 시청률의 사각지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 금요일에 연달아 드라마들이 편성되기도 했고 예능 프로그램, 다큐멘터리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Mnet <슈퍼스타K>가 금요일을 틈새로 공략하면서 심지어 지상파들로서도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고,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나 <꽃보다> 시리즈 역시 금요일에 연달아 편성되어 톡톡한 재미를 보았다. 최근에는 <미생>과 <삼시세끼>가 금요일 밤 황금의 라인업으로 세워져 아예 케이블에 채널을 고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런 변화에 지상파가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정글의 법칙>은 주말에서 금요일 밤으로 옮겨와 탄탄한 고정 시청층을 지지기반으로 굳건한 시청률을 기록해내고 있고, <나 혼자 산다>도 다양한 인물들을 투입하면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MBC는 이달 말께부터 <나는 가수다>의 새로운 시즌을 금요일 밤에 편성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는 드라마들도 속속 금요일 밤에 포진되고 있다.

KBS는 금요일 밤 9시30분에 새로운 드라마 <스파이>를 편성했다. 미드 같은 장르드라마의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고로 인해 잠시 제작이 중단된 JTBC <하녀들> 역시 금토를 편성요일로 정했다. 오는 1월23일부터 밤 9시45분에 다시 방송이 재개될 예정이다. <미생>으로 금요일 채널을 고정시켰던 tvN은 <하트 투 하트> 첫 방송을 금요일 밤 8시30분에 내보내고 이어 <미생물> 최종화를 그리고 뮤직드라마인 <칠전팔기 구해라> 첫 회를 내보낸다. 실로 쟁쟁한 라인업이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금요일 밤에 집중되어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된 것은 다분히 tvN의 공적이다. tvN이 <미생>과 <삼시세끼>를 통해 금요일 밤 시청층을 확보한 것은 지상파에도 자극을 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KBS의 <스파이>나 JTBC의 <하녀들>이 금요일 밤에 편성된 건 그래서다. <미생>이 금토를 편성요일로 선정한 것처럼 <하녀들>도 금토를 선정한 것은 사실상 토일로 편성했을 때 일요일 시간대는 버리는 시간으로 받아들여지곤 하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금토가 훨씬 집중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앞으로도 금요일은 한동안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청 패턴을 어느 정도 확보한 tvN이나 Mnet 같은 케이블 채널에서 이 시간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서 지상파가 가세하게 되면 금요일 밤은 시청자들로서는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금요일 밤의 프로그램 전쟁은 그 헤게모니가 어디로 가게 될까. 한때는 한가로웠던 금요일 밤 시간대. 이제는 시청자들은 즐겁지만 제작자와 방송 관계자들은 긴장되는 시간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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