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서장훈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낀 걸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최근 들어 MBC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는 새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서장훈이다. 한때는 대체불가 센터의 농구스타로 각인되었고 또 한때는 오정연 아나운서와의 결혼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지만 지금은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예능인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서장훈이 본격적으로 예능에 뛰어든 것은 <사남일녀> 때부터다. 거구의 몸과는 상반되는 섬세한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천장이 낮은 시골집에 그가 들어가 앉아 있으면 마치 거인이 작은 집에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아무 것도 안 해도 어딘지 동정심을 유발하는 면이 있었다. 당시 <사남일녀>에서 서장훈은 이하늬와 툭탁대며 괜찮은 조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서장훈이 점점 예능인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무한도전>과의 돈독한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서장훈은 ‘웃겨야 산다’ 특집에 나와 거구를 움직이며 몸 개그를 선사했고, 노홍철의 음주운전 퇴출을 계기로 기획된 ‘유혹의 거인’ 특집에서는 MC들을 술자리로 유혹해내는 미션을 계속 실패해 무려 세 차례나 방송 촬영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나 홀로 집에> 특집에서는 숨어서 MC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케빈 역할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이 정도가 되니 마침 생겨난 노홍철의 빈자리를 서장훈이 채우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서장훈 본인은 이것이 가능한 일이 아니라며 부인하기도 했다. 그래도 최근 연거푸 <무한도전>에 출연한 걸 보면 서장훈의 캐릭터가 예능에서 분명한 쓰임새가 있다는 걸 얘기해준다.

그는 지난 12월 <라디오스타>에도 게스트로 출연했고 <아빠 어디가>에서 윤후를 만나기도 했으며 <세바퀴>에 출연해 이혼한 아내에 대한 조심스런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MBC 예능의 개근생인 셈이다. MBC 예능에서 잘 나간다는 프로그램에 최근 몇 달 동안 동시 다발적으로 출연하고 있으니 말이다.



도대체 그의 어떤 면이 이토록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소환을 받는 이유가 되는 걸까. 가장 큰 건 보기만 해도 존재감이 확 생기는 거구의 몸이다. 그가 서 있으면 마치 다른 출연자들은 <호빗>의 난쟁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거구가 주는 위압감은 그러나 그가 몸 개그를 통해 사실은 ‘저질 체력’이라는 식의 모습을 보일 때마다 웃음으로 바뀐다.

게다가 그는 꽤 섬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다. 거칠게 살 것 같은 인상이지만 그런 그가 꼼꼼히 세안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반전의 웃음을 만든다. 또 어떤 경우에는 그 꼼꼼한 성격이 마치 힘센 아주머니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사남일녀>에서 이하늬와 합이 잘 맞았던 건 그래서다.

방송에 자주 등장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예능인으로서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그만한 임팩트를 남겨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일밤>의 새 코너로 등장할 <애니멀스>는 그가 본격적인 예능인으로 서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과 예능 공룡 서장훈. 그 조합은 일단 외형적으로는 합격이다. 그가 동물과의 어떤 교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세울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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