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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김미경, 미친 존재감의 女조연이란 이런 것
기사입력 :[ 2015-01-15 16:21 ]


진경·김미경, 물 만난 명품 조연들의 묵직한 존재감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드라마 <피노키오>와 <힐러>에서 송차옥(진경)과 조민자(김미경)를 매력 있는 조연캐릭터로 치부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왜냐하면 두 드라마의 젊고 발랄한 여주인공에 비해 두 인물의 그 무게감이 결코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주인공들이 주로 사랑스러움을 담당한다면 이 두 캐릭터는 드라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준다.

송차옥은 드라마 <피노키오>의 주제를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는 인물이다. <피노키오>는 언론의 역할과 언론의 비리에 대한 고찰이 가장 중요한 드라마의 화두다. 송차옥은 언론의 중심에 자리하면서 동시에 언론의 눈속임과 언론의 힘에 빠삭한 인물이다. 그녀에게 뉴스는 진실의 마이크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임팩트 있는 화장법에 불과하다. 그리고 팩트에 임팩트를 더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으로 그녀는 정상에 올라 대중들의 지지를 받는 앵커로 우뚝 선다. 드라마 <피노키오>는 회가 거듭될수록 송차옥이란 거짓된 언론인이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피노키오>의 송차옥은 하지만 자칫하면 과하게 소비되기 쉬운 캐릭터다. 기자가 아닌 악녀라는 것에 방점을 찍고 캐릭터를 만들면 아침드라마나 주말드라마에서 흔히 보이는 드세고 요란한 인물로 그려질 위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진경은 송차옥을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연기한다. 사실 <피노키오>에서 들떠 보이지 않고 가장 가라앉은 인물이 바로 송차옥이다. 진경은 딱 떨어지는 발음과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연기로 이성적이고 차가운 앵커 송차옥을 그린다. 너무 뜨거워서 악녀가 아니라 소름끼치게 냉정한 파충류 같은 악녀를 드라마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송차옥은 회가 거듭될수록 딸에 대한 사랑과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각성하는 태도를 아주 조금씩만 드러내야 하는 어려운 인물이다. 이 지점 또한 진경은 사람들이 송차옥의 감정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만 얄미울 정도로 정확하게 보여준다.



어쩌면 이 방식이 진경의 연기패턴이기는 하다. KBS 주말연속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깐깐한 여교사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을 때도 그 특유의 과장하지 않는 태도에서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패턴은 비슷해도 <피노키오>에서의 진경은 단단한 정극연기를 깔끔하게 소화한다. 드라마에서 격한 감정이 아닌 절제하는 감정으로 인물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여배우는 아직까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에서 그녀는 더욱 빛난다.

한편 <힐러>에서의 조민자는 이 드라마의 ‘하느님’이라고 보면 된다. 심부름꾼 힐러(지창욱)의 파트너인 조민자님은 힐러의 특수안경으로 문제해결에 필요한 데이터를 보내준다. 그것만이 아니라 경찰청 컴퓨터에 몰래 들어가거나 CCTV의 정보까지 단숨에 캐낸다. 그런데 이 최첨단 시스템을 좌지우지 할 줄 아는 전지전능한 조민자는 실은 어두침침한 작업실에 혼자 앉아 뜨개질하고 하품하고 컵라면 끓여 먹는 중년의 여인이다.

부스스한 나이아가라 파마머리에 뿔테안경을 내려쓰고 독특한 패션감각을 지닌 그녀는 혼자 사는 80년대 순정만화가 같다. 그녀는 힐러의 부탁을 듣고 투덜거리면서 키보드를 탁탁 두드려 이 도시의 단단한 시스템을 마구잡이로 휘저어 놓는다. 사랑에 빠진 힐러가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굴 때면 구수한 사투리가 살짝 남아 있는 말투로 구시렁거린다.

“(계약을)웬만하면 지키지? 위반하면 돈을 안 줄 것 같은데. 그럼, 황이잖여.” (조민자)



드라마 <카이스트> 때부터 송지나 작가의 드라마에 종종 출연했던 배우 김미경이 연기하는 조민자는 <힐러>의 핵심이다. 바로 아날로그적이면서도 디지털에 능한 이 조민자라는 인물이 바로 드라마 <힐러>의 매력 포인트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힐러>는 아날로그적인 지난 시절의 감수성과 최첨단의 시스템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공명하는 독특한 드라마다.

그리고 그 동안 수많은 연속극에서 엄마로 출연했던 김미경은 엄마 아닌 역할에서 그녀의 자유분방하고 독특한 개성을 마음껏 드러낸다. 사실 배우 김미경의 매력은 어떤 편안함이 아니라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그녀의 툭 되바라진 분위기였다. 다만 그간 개성을 드러낼 법한 드라마 속 캐릭터를 찾기 힘들었을 터였다. 그래서 <상속자들>에서처럼 말을 하지 못하지만 풍부한 표정과 몸짓만으로 할 말 다하는 차은상의 엄마를 연기했을 때 오히려 그녀가 가진 독특한 장점이 살아났다.

<힐러>의 조민자는 비록 좁은 작업실에 갇혀 있지만 그곳만은 온전히 조민자의 세상이다. 그렇기에 김미경은 그간 감춰두었던 자유분방한 끼의 보따리를 조민자를 통해 마음껏 풀어헤치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피노키오>의 송차옥이나 <힐러>의 조민자처럼 개성 있고 흥미진진한 여성 캐릭터는 아직까지 쉽게 찾기 어렵다. 몇 년 사이 독특하고, 강렬하고, 사연 많은 남성 캐릭터들이 속속들이 드라마에 등장한 것과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사랑스럽고 착하지만 조금은 엉뚱한 여주인공, 편안하거나 억척스러운 엄마, 연애 못하는 노처녀, 눈 부릅뜨고 파르르 떠는 악녀만이 꼭 드라마 속 인물이 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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