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이 살아있다’ 예고편이 망쳐놓은 영화의 재미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는 벤 스틸러라는 든든한 코미디 연기자와, 박물과의 밀랍인형과 미니어처, 박제들이 되살아난다는 기획적인 참신함, 그리고 이를 실감나는 CG로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가상이 현실로 튀어나온다는 설정은 이미 <쥬만지> 시리즈가 선보여 화제가 됐던 것이지만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여기에 코미디적 요소들을 촘촘히 배치해 보는 내내 유쾌한 웃음을 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속편의 압박 때문일까. 새롭게 개봉된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편은 기대감만큼의 만족감을 주는 영화는 되지 못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너무나 단순하고 밋밋한 스토리 전개 탓이 크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예고편이 만들어내는 스포일러의 심각성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은 이미 방영 전부터 예고편을 통해 관객의 기대감을 높여왔다. 미니어처인 옥타비우스와 제레다야가 다가오는 용암으로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원숭이가 오줌을 눠서 그들을 살리는 장면은 이 영화 예고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미 이 예고편을 본 관객이라면 이 긴박한 상황을 긴박하게 느낄 수가 없다. 이미 결과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네안데르탈인과 벤 스틸러가 벌이는 슬랩스틱에 가까운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이미 예고편에 공개된 웃음의 포인트들은 정작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이건 마치 <개그콘서트>를 두 번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웃음이 나오는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반전이 주는 웃음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영화의 예고편은 관객들에게 기대감을 주어 영화관을 찾게 만들기 위한 좋은 방법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예고편은 말 그대로 예고편이어야 한다. 영화의 재밌는 부분들을 미리 다 보여주는 예고편이란 스포일러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는 예고편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전해줄 만큼 풍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서 살아난 티라노 박제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되살아난 란슬롯이 이를 공격하는 장면이나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한 뱀과 싸우는 장면은 딱 예고편만큼의 재미에 머무를 뿐, 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이럴 바에는 아예 예고편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나은 마케팅 방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과거의 영화 마케팅이라면 무조건 영화관에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것이 목적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의 입소문을 유발해야 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 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서 ‘기대 이상의 재미’를 입소문 낼 이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시작했다면 겨울방학 가족들과 함께 보는 영화로서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가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포가 되어버린 예고편은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꿔놓았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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