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결’, 가상을 현실까지 끌고 와 살아야 하는 딜레마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또 다시 불거졌다.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의 딜레마다. 가상 결혼이 콘셉트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의 관계는 본질적으로는 가짜다. 하지만 그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고, 그렇게 믿고 싶게 리액션만큼은 진정성을 담아내는 그 아슬아슬한 지점에 <우리 결혼했어요>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 가짜지만 진짜 같은. 그래서 선을 넘나들 때마다 그 진위가 헷갈리는 그 지점.

그러니 이 프로그램의 최대 위기는 바로 이런 가짜임에도 진짜처럼 느껴지는 ‘몰입감’이 깨지는 곳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이번 한 잡지가 공개한 홍종현과 나나의 열애설은 그 진위여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결혼했어요>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열애설’이란 열애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는 단계를 말하는 것이지만, 이런 아리송한 관계는 <우리 결혼했어요> 속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진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설’만으로도 깨져버린 몰입감의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고 있는 홍종현은 걸스데이 유라와 가상커플을 이뤄 알콩달콩한 장면들을 보여줬지만 이번 열애설로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과거 오연서와 이준이 커플로 나왔을 때 갑자기 불거져 나왔던 오연서와 이장우의 열애설로 한바탕 홍역을 겪었던 <우리 결혼했어요>를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게 가짜라고 하더라도 한번 깨진 몰입감은 쉽게 복원되기가 어렵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지 홍종현과 유라 가상커플에 머물지 않고 다른 가상커플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는 이들의 애정행각이 사실은 지극히 비즈니스적인 관계라는 것이 살짝 드러나는 순간,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가상의 기반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들어 <우리 결혼했어요>는 스킨십의 강도를 대폭 높였다. 마치 진짜 연인이나 되는 것처럼 껴안고 뽀뽀하고 어루만지는 행위들을 아예 작정한 듯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이 가상커플들의 모습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는 극단의 방식일 것이다. 적어도 스킨십 같은 신체접촉의 리액션이란 생각과 마음을 떠나 본능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또 터져 나온 열애설로 인해 깨져버린 몰입은 이러한 강도 높은 스킨십에 대한 다른 느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연예인이지만 방송을 위해 진심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스킨십을 의도적으로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한 뉘앙스로 다가오지 않을까.

이것은 <우리 결혼했어요>의 태생적인 한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지금도 이 열애설에 대해 당사자들과 소속사, 또 제작진까지 나서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언론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시청자들로서는 상당한 혼동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상 커플 콘셉트를 충분히 수용했다면 이런 ‘설’조차 나오지 않는 자기 관리가 필요했을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이 현실까지 컨트롤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방송 프로그램화하는 최근의 관찰카메라 예능과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것. <우리 결혼했어요>가 관찰카메라 예능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가 그것이다. 가상을 현실에까지 끌고 와 살아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온스타일,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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