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가족’ 박명수 논란, 캐릭터 아닌 노이즈 된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용감한 가족>은 KBS에서 오랜만에 보는 새로운 시도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외국의 낯선 환경 속에 직접 들어가 가상가족을 이루며 그들이 사는 것과 똑같이 살아보는 이 프로그램은 재미와 의미를 모두 품을 수 있었다. 캄보디아 톤레사프 호수의 수상가옥에서의 생활은 화장실이나 목욕 하나만으로도 출연자들을 멘붕시키는 재미요소가 분명했고 그러면서도 이문화를 이해한다는 의미도 충분했다. 하지만 그 괜찮은 기획은 마지막에 흘러나온 짤막한 다음 회 예고편 하나로 갑자기 논란에 휩싸였다.

어렵게 어렵게 이웃집에서 받아온 계란을 AOA의 설현이 실수로 깨자 그녀를 핀잔하듯 호통치며 머리를 미는 박명수의 모습이 살짝 들어간 것.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설현을 씨앤블루 민혁이 달래주는 장면이 이어졌다. 예고편이 그러하듯이 그 사건(?)의 전말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니 실제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무언가 사건이 벌어졌다는 느낌만 전해줬을 뿐이다.

그러니 박명수의 그 모습에 논란이 벌어진 것은 어쩌면 이미 예정된 일이나 다름없었다. 제아무리 구박하는 캐릭터라고 해도 여자 연예인에게 호통을 치며 머리를 밀치는 장면은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것이 논란으로까지 이어진 데는 제작진의 일차적인 책임이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만들기 위한 예고편이지만 너무 짧은 시간 속에 자극적인 장면을 넣다보니 무리한 점이 생긴 것이다.

항간에 이것이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박명수는 그 캐릭터상 일정부분 노이즈가 생기는 인물이다. 방송에서 호통을 치는 캐릭터는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다만 그것이 프로그램 안에서 충분히 중화되기 때문에 캐릭터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일 뿐. 박명수가 노이즈를 만들어도 괜찮은 캐릭터인 것은 그 옆에 유재석 같은 인물이 그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미션에서 농땡이를 치거나 괜스레 화를 내는 박명수를 유재석은 가만 놔두지 않는다. 유재석은 그를 구박하거나 핀잔을 줌으로써 그가 만들어낸 노이즈를 지워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용감한 가족>에는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아빠 역할을 맡은 이문식은 뭐든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는 책임감 강한 캐릭터로 선한 면모를 보여주고, 엄마 역할을 맡은 심혜진도 박명수를 구박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동생들일 수밖에 없는 최정원이나 강민혁, 설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박명수의 도드라진 행동은 노이즈로만 존재할 뿐 그걸 캐릭터로 만드는 인물이 없는 셈이다.

사실 계란을 깨서 구박을 하는 장면보다 더 보기 불편한 장면은 함께 물고기를 잡으러 가서 이문식과 민혁이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어 그물 작업을 할 때 배 위에 앉아 그걸 보기만 하고 있는 박명수의 모습이다. 그것이 그의 캐릭터일 수 있겠지만 이렇게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 아무런 중재자 없이 보여지는 이기적인 캐릭터는 논란의 여지를 남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박명수 논란은 리얼 예능 속에서 그의 캐릭터가 어떤 균형 없이 드러날 때 생겨날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도 아쉽고 방송에 베테랑인 박명수 스스로도 조심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 장면이 캐릭터가 되지 못하고 노이즈가 된 건 제작진과 박명수 본인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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