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하다면 ‘빅 히어로’ 로봇에 안겨 봐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애니메이션이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건 이미 무수한 작품들이 얘기해준 바 있다. <겨울왕국>이 여기저기서 패러디되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슈렉> 같은 작품에 어른들이 열광하게 된 건 애니메이션들이 단순한 유치함을 벗어나 어른들까지 공감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걸 말해준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부모와 아이가 각각의 눈높이에서 즐길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었다.

<빅 히어로>는 아이들에게는 ‘로봇 애니메이션’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로봇 공학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이 작품은 그저 태생적인 슈퍼히어로물과는 사뭇 다른 과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즉 이 작품은 <인크레더블>이나 <슈퍼맨>보다는 <아이언맨>에 더 근접하는 슈퍼히어로물이다. 작은 피스들이 모여져 거대한 로봇으로 만들어지는 묘미는 아이들에게는 마치 레고를 조립하는 듯한 놀라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빅 히어로>의 주인공 로봇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맥스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공격용 로봇’과는 정반대다. 즉 인간을 치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로봇은 말랑말랑한 풍선 같은 외피를 가진 ‘힐링 로봇’이다. 즉 <빅 히어로>가 아이들에게 주는 재미는 장쾌한 로봇 액션 그 자체가 아니라 이 둔해 보이기까지 하는 베이맥스라는 귀요미 로봇의 따뜻함에서 나온다. 실로 그런 푹신한 품이라면 누구나 푹 안겨보고 싶을.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영화의 ‘힐링’ 포인트는 우리의 어른 관객들의 마음들까지 사로잡는다.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고통과 스트레스를 체크해주고 때로는 처방전까지 내놓은 이 베이맥스는 ‘멘탈 붕괴’의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힐링 판타지를 자극하는 존재가 된다. 도처에 널려져 있는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모든 걸 희생하는 헌신하는 로봇이라니!



차디찬 로봇이라는 이미지를 정반대로 해석해낸 <빅 히어로>는 그래서 바로 이 반전설정만으로도 마음 한 구석을 푸근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히로가 도시를 파괴하려는 자들과 맞서 싸우기 위해 베이맥스에게 저 아이언맨 수트 같은 초합금의 외피를 입히는 건 역시 슈퍼히어로물의 속 시원한 액션을 의도한 것이지만, 결국 베이맥스의 가장 큰 힘은 공격력이 아니라 인간을 ‘힐링’시키려는 그 목적에서 나온다는 건 이 영화가 어디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빅 히어로>가 의외로 어른들에게 더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건 바로 이 말랑말랑한 로봇의 품에 잠시라도 안기고 싶은 그 ‘힐링’의 포인트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빅 히어로>는 그래서 지금 현재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무서운 존재는 외부의 적 그 자체가 아니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현대인들의 가장 큰 위협은 결국 스스로를 파괴하는 위안 없는 삶이라는 것. 그래서 이 시대의 빅 히어로는 ‘힐링’의 존재로서 등장하게 된다.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 한 없이 따뜻한 로봇의 품에 잠시 동안이라도 안겨보는 건 어떨까.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빅 히어로>스틸컷]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