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지성, 예상 밖 희비쌍곡선 그린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애초의 예상을 빗나가는 결과다. 오랜만에 SBS <하이드 지킬 나>라는 드라마로 돌아온 현빈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군대에 가기 전 그가 찍었던 <시크릿가든>은 신드롬에 가까운 현빈에 대한 열광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군대에 간 이후에도 거의 1년 가까이 광고를 통해서 그를 볼 수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복귀작의 기대만큼 결과는 참담하다.

지금까지의 시청률 곡선이 그것을 말해준다. 첫 회 8.6%(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드라마는 매회 조금씩 추락하더니 7회에는 5.1%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현빈의 복귀작에 대한 기대감이 애초에는 컸었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그 기대가 실망으로 이어졌다는 방증이다.

반면 현빈에 비해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던 MBC <킬미 힐미>로 돌아온 지성은 이 작품을 통해 7색조(?)의 매력을 뽐내며 승승장구 하는 중이다. 첫 회 9.5%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등락을 조금씩 반복하면서도 11%대 시청률까지 올라섰다.

시청률보다 고무적인 건 지성에 대한 반응이다. 7명의 다중인격을 보여주는 이 작품을 통해 지성은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다. 이미 베테랑의 배우지만 그는 상당부분 저평가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뉴하트>, <태양을 삼켜라>, <로열패밀리>, <대풍수>, <비밀> 같은 작품들을 해왔지만 그의 존재감이 조금 부각됐던 건 <로열패밀리>나 <비밀>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킬미 힐미>에서 지성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지성이 이제야 작품을 제대로 만났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그래서다.

어째서 이런 예상 밖 결과가 나왔고 현빈와 지성의 희비쌍곡선이 그려진 걸까. 결국은 작품이다. 똑같은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두 작품은 <하이드 지킬 나>의 원작자인 이충호 만화가가 <킬미 힐미>가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문제제기를 할 만큼 유사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하이드 지킬 나>의 제작사 측에서 이 문제제기에 당혹감을 표현할 정도로 두 작품은 완전히 다르다.



<하이드 지킬 나>가 로맨스와 멜로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킬미 힐미>는 미스터리한 과거의 비극적인 사건이 그 바탕에 깔려 있고 그 위에 로맨틱 코미디부터 스릴러 액션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들이 얹어져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은 <하이드 지킬 나>가 어떤 전개로 흘러갈지 대충 짐작이 가는 반면, <킬미 힐미>는 앞으로의 전개를 종잡을 수 없어 오히려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현빈과 지성의 희비쌍곡선이 의미하는 건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작품이라는 점이다. 배우는 좋은 작품 위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마음껏 드러낸다. 현빈이 과거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으로 펄펄 날았던 것처럼, 지성은 현재 <킬미 힐미>의 차도현과 신세기를 오가며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매력을 뽐내고 있다.

배우에게 작품이 중요하다는 건 이들의 상대역인 황정음과 한지민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황정음 역시 절절한 멜로에서부터 한없이 망가지는 코믹 연기까지를 오가며 연기자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 반면 한지민은 <하이드 지킬 나>가 가진 멜로의 틀에 묶여 별다른 새로움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연기자는 어떤 캐릭터의 옷이든 척척 입어서 소화해내는 게 직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옷이 가장 잘 어울릴 때 더 빛을 발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지성은 지금 자신을 펄펄 날게 해주는 그 옷을 입고 연기자로서 제2의 도약을 보여주고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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