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정하고’, 보통사람이 만드는 진정한 비평의 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공감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제대로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TV 앞에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을 앉혀 놓고 그 반응을 보는 것이 무에 대수로운 일일까 싶지만, 의외로 그들이 보여주는 리액션이 나와 같다는 지점에 이를 때 그것이 주는 속 시원함과 공감은 큰 재미로 다가온다.

MBC <나는 가수다>와 <압구정 백야>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이 연달아 나오면서 타방송사에 대해 ‘작정하고’ 디스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지만 그건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한 면만 바라본 얘기다.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그런 논란에 화답이라도 하듯 KBS에 대한 셀프 디스를 거침없이 드러내주었다.

tvN <삼시세끼>를 보던 시청자들은 <1박2일>을 이끌었던 나영석 PD 같은 인재가 유출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고, <개그콘서트>가 예전만 못하다는 직설적인 비판을 하기도 했다. 즉 이 프로그램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은 바로 이 성역 없는 TV비평이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낼 때다.

MBC <나는 가수다>를 보던 김부선이 지난 주 비판했던 효린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며 잘 해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던지다가도 “역시 약하다”고 얘기하는 건 그 솔직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또 박정현의 무대를 보며 “이 정도는 해줘야 시청자에 대한 예의”라는 얘기 역시 마찬가지다. 즉 잘한 건 잘했다고 말하고 못한 건 못했다고 아무런 거침없이 얘기하는 바로 그 지점이 비평의 진정한 힘을 만들어낸다.



<압구정 백야>에서 갑자기 허망하게 죽어버린 주인공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사람이 죽었는데 웃음이 나온다”는 반응은 그래서 그 어떤 비판보다 더 날카롭다. 임성한 작가의 이상한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이 프로그램은 그것이 지극히 일반적인 시청자 관점의 반응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비평가의 비평보다 이제는 일반인들의 솔직한 반응이 더 궁금해진 시대다.

전 건보공단 이사장은 한 푼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그 부조리함을 꼬집으며 “저거 내가 한번 따지러 갈거야”라고 말하는 김부선에 대해 대중들은 심지어 어떤 기대감까지 갖게 된다. 아파트 난방비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열사로까지 불리는 김부선이 아닌가. 그러니 그녀의 이런 지적은 그녀의 실제 행적과 연결되어 더 큰 속 시원함으로 다가온다.

국내 방송 환경 속에서 <작정하고 본방사수> 같은 본격 TV비평 프로그램이 설 자리는 좁다. 특히 타 방송사들의 허용이 필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KBS가 혼자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 <작정하고 본방사수>가 정규 편성 됐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사실 이처럼 거침없는 TV 비평(나아가 현실 비평)의 기능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민심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작정하고 본방사수>.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은 그 어떤 엄준한 현실 비평보다 더 힘이 느껴진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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