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SNL’ 패러디와 풍자 확실히 강해진 이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그간 ‘SNL 코리아’에는 초창기의 그 촌철살인의 풍자에서 너무 유화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돌아온 ‘SNL 코리아’ 시즌6은 확실히 현실의 가려운 곳을 특유의 패러디와 풍자로 긁어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패러디는 ‘SNL 코리아’가 가진 최대의 강점. 첫 코너로 선보인 ‘킬미힐미’의 패러디는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를 통해 정성호의 다양한 성대모사 개인기를 선보였다. 한석규, 박태환, 김원효, 이선균, <타짜>의 아귀 역할을 한 김윤석, <그것이 알고싶다>의 김상중, 임재범, 조용필, 최민식까지 다양한 정성호의 개인기를 패러디 형식으로 뽐내던 이 코너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 마치 대한항공 사태에서 카메라를 노려보는 듯한 사진으로 논란과 화제가 됐던 조현아를 연상시키는 그 마지막 장면은 단순 패러디를 넘어 풍자의 속 시원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패러디로 엉뚱한 ‘이산가족 찾기’를 보여주고 또 ‘성룡쇼’라고 지칭해 장위안을 초대 손님으로 앉혀 놓고 성룡과 홍금보, 원표의 패러디쇼로만 일관하는 모습은 ‘SNL’ 특유의 콩트 코미디가 가진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랄했던 건 <압구정 백야>를 패러디한 ‘압구적역 백야’다.

갑자기 죽어버린 조나단 때문에 가족이 모두 모여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자신이 오로라 공주라며 등장한 안영미는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가 “당신들이 드라마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담배도 못 피우고 욕도 못하게 된 그들이 드라마 속 인물이라는 걸 인정한 후, 신동엽은 그것이 하필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라는 것에 절망한다. “우린 다 죽었어. 죽었다고..”

이 코너는 본격적으로 이 드라마의 막장 전개를 풍자해내며 웃음을 준다. 드라마의 규칙을 알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안영미의 이야기는 황당하다. 집안의 거울을 없애야 하고 웃으면 안 된다는 규칙은 <오로라공주>에서 거울을 보다 유체이탈로 죽은 인물과 <하늘이시여>에서 웃다가 죽은 인물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결국 이 코너는 웃다가 죽고, 욕이 안 나와 속 터져 죽고, 갑자기 빙의가 되어 눈에서 레이저를 쏘고는 쪽팔려(?) 죽는 데스노트가 펼쳐진다. 백야에게 사랑을 고백하려 등장한 화엄은 그걸 반대하는 엄마에게 뺨을 맞아죽고, 그 엄마는 자책하며 빨간 펜으로 자기 이름을 적어 죽는다.

또 이미 죽은 조나단이 또 죽는 장면이 나온 후, 도망치는 백야 역시 갑자기 등장한 택배기사의 택배에 부딪쳐 죽는다. 마치 타란티노의 영화처럼 죽음이 낭자한 거실에서 택배기사의 외침은 이 황당한 드라마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살려주세요. 작가님 드라마 단역배우도 살아있는 생명이라고요. 다 이유가 있어 만들어졌겠죠.”

<압구정 백야>의 패러디 풍자가 최근 논란이 된 이 드라마에 대한 ‘SNL 코리아’의 신랄한 비판을 보여줬다면 김준현을 MC로 앉힌 ‘위캔드 업데이트’ 역시 최근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속 시원한 풍자를 보여줬다. ‘어린이집 교사 연이은 아동 폭행 논란’을 보며 아이들에게 피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나, ‘명문 S대 교수 성추행 혐의 구속 사건’을 얘기하며 ‘교수님 0순위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반응을 넣는 건 ‘SNL’만의 풍자 센스를 보여준다.

또 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세웠지만 현실은 대학등록금이 10년 새 40%가 오른 것에 대한 날선 비판은 물론이고, 부탄의 시사평론가라는 ‘아프니까이 청춘이다르’를 내세워 은근히 거짓 위로와 위안에 대해 비꼬는 것도 흥미롭다. 결국 코미디의 힘은 현실에서 나온다고 했던가. 돌아온 ‘SNL 코리아’의 패러디와 풍자는 확실히 강해졌다. 그것은 어쩌면 부조리한 현실이 더 많아져서일지도 모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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