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전자’, 이간질을 어떻게 극복할 심산인가

[서병기의 트렌드] 지난 24일 첫 공개된 KBS 2TV ‘휴먼서바이벌 도전자’는 18명의 일반인 남녀 도전자가 하와이 올로케이션으로 펼치는 20일간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첫 회를 보니 외국의 서바이벌류 프로그램과 ‘출발 드림팀’ ‘1박2일’ ‘무한도전’ 등에서 보여준 느낌 등이 함께 들어가 있었다. 도전자는 40대 현직 경찰인 김영필부터 20대 초반 대입 준비생 황의영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었다.

제작진이 밝힌 ‘도전자’의 핵심은 지(智) 덕(德) 체(體) 종합 생존게임이라는 것이다. 빠른 두뇌 회전과 문제해결 능력을 테스트하고, 인간관계 및 협동능력, 순발력 지구력과 같은 전반적 운동능력을 테스트한다는 것이다.
 
‘도전자’는 기존 서바이벌 프로그램과는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탈락자를 가려내는 방식은 공정성에서 문제가 제기될 소지를 안고 있으며 잔인함을 넘어 구성원간 이간을 충동질할 소지도 있어 보였다.

첫날 탈락된 황의영은 두 팀으로 나눠 바다 위에 설치된 좁은 탑 위에 팀 전원이 먼저 올라가는 팀이 승리하는 첫 번째 팀워크 게임에서 탑위에 미리 올라가 잠깐 서 있었던 것 외에는 보여준 게 없다. 뭔가를 보여주려고 해도 보여줄 수가 없다.
 
탈락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황의영은 두 번째 게임인 칵테일을 만들어 현지인들에게 판매하는 미션에서는 분발해 팀이 승리했지만 이미 팀내 탈락자후보선정 투표에서 3표를 받아 탈락후보자에 뽑힌 상태였다. 게다가 황의영이 받은 3표중 2표는 여성에게서 받았다. 황의영은 너무 쉽게 탈락했다. 홀로 귀국하더라도 자신의 지적 능력과 덕성, 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방송이라 말은 못했겠지만 “내가 왜 첫번째로 떨어졌지”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첫 게임에서 패배한 블루팀의 탈락후보 황의영과 두번째 게임에서 진 레드팀의 탈락후보 서민수중에서 최종 한 명의 탈락자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숨져진 규칙 하나가 더 공개됐다. 황의영과 서민수 등 탈락후보자 2명이 직접 자신의 팀에서 탈락후보 1명씩을 더 뽑아 4명중에서 최종적으로 1명의 탈락자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탈락후보자 2명이 투표의 방식이 아닌 면전에서 탈락후보자를 지목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에 서민수에 의해 선택된 김이슬은 “다른 사람과는 다 친하게 지냈는데 서민수에게는 이상하게 다가가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친소관계에 의해 희생됐다는 식이다. 결과적으로 서민수는 팀내 기여도가 약한 사람, 팀의 장래를 위해 희생됐으면 하는 사람을 뽑지 않고 자신과 친하지 않은 사람을 밀어낸 사람이 돼버린 것이다. 앞으로 김이슬과 서민수는 서로 얼굴을 보고 어울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 두 개의 미션 게임밖에 공개되지 않아 앞으로 진행될 게임들이 지, 덕, 체를 고루 테스트하고 탈락자 선정 방식도 인간적이고 합리적이라면 새로운 서바이벌 게임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변별력이 별로 없는 게임에서 탈락자와 탈락후보자가 나왔다면 이들은 이 프로그램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탈락자에겐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아직 게임을 통해 팀웍과 동료애가 살아나지 않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밀어내야 하는 상황은 참가자나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MC를 맡은 정진영은 블루팀과 레드팀으로 나눠진 도전자 18명에게 “가장 강한 자를 뽑는 극한의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소개하며 이긴 팀에게는 최고급 점심식사와 호텔 스위트룸 숙박이 기다리고 있고 진 팀에게는 생수 한 병의 식사와 노숙이 기다리고 있다고 거창하게 말한다. 그리고 부여되는 미션은 국내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순 놀이다. 이를 통해 탈락자까지 가려냈다.
 
정진영은 첫 탈락자 황의영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당신의 도전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도전의 가치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으로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이 기자에게는 황의영을 약 올리는 소리로 들렸다.
 
첫번째 탈락자로 귀국 비행기에 오른 최연소 참가자 황의영은 “너무 무섭다. 나랑은 안맞다”면서 “열심히 한 사람들까지 밟아가며 올라간다고 해서 얻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2회 예고편에서도 잠시 드러났듯이 앞으로 팀내 갈등과 배신, 모략 등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도 나타나고 강지원 심사위원의 말대로 엄청난 사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없다면 ‘막장 예능’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여유롭게 남을 배려하고 인간적인 삶을 추구하기 좋은 구조는 아니다. 학창시절부터 경쟁을 강요당하고 스펙을 쌓아야 하며, 그러고도 취업이 안되는 게 현실이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는 사회는 그것이 그만큼 결핍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도전자’가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만 하기보다는 주어진 과제에서 뭔가를 생각하게 했으면 한다.

제작진은 휴먼서바이벌의 ‘휴먼’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수정해나가야 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서병기 < 헤럴드경제 기자 > wp@heraldm.com 


[사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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