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기자의 눈으로 본 여행지 새롭긴 했지만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1박2일>은 왜 하필 ‘기자 특집’을 했던 것일까. 사실 기자들과 함께 떠난 <1박2일>은 여행의 의미보다는 일의 의미가 더 강했다. 기자들과 함께 경기도 이천 백사면으로 떠난 <1박2일>은 그 지역의 특종을 잡아 리포트 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이런 미션 수행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러니 <1박2일>이라고 해서 못할 건 없다. 하지만 이것이 보통 일반인들이 떠나는 여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 보통 사람들이 지역을 취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대신 이런 취재 여행의 성격은 여행지에 대한 소개와 홍보가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백사면에서 각각 기자와 함께 흩어져 특종을 찾는 과정을 통해 이 동네에 대해 몰랐던 사실들이 밝혀졌다.

여느 시골마을 같지 않게 아이들이 많고 활기찬 동네라는 사실과 적지 않은 연세에도 한글을 배워 시를 쓰시는 어르신들이 계시고, 구제역을 가까스로 면한 한우 사육 농가가 있으며 백세에 가까이 장수하며 살아오신 어르신을 만나 그 장수의 비결을 들을 수도 있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여전히 개별적인 가스통에 의지해 살아가는 풍경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그 지역의 숨겨진 이야기들은 흥미롭지만 그것이 <1박2일>이라는 틀에 묶일 만큼 여행적인 성격을 띠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굳이 그 의미를 찾자면 이처럼 기자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마을에서도 특별한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그 특별한 것들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갈 것 같지는 않다. 장수 어르신의 이야기를 찾아서 여행하는 일반인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번 기자 특집은 그래서 <1박2일>처럼 여행 버라이어티에 어울린다기보다는 <무한도전> 같은 도전 버라이어티에 더 어울리는 면이 있다. 출연자들의 합이 그 어느 때보다 좋은 <1박2일>로서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관계와 대결의 버라이어티가 손쉬운 면이 있다. 이것은 <1박2일>이 때로는 방 한 평에서도 그 어느 예능 프로그램보다 아주 손쉽게 재미를 유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1박2일>은 <무한도전>의 한 소재를 가지로 해서 뻗어나간 여행 버라이어티다. 그러니 <무한도전>처럼 다양한 미션들을 다양하게 펼쳐나가는 것이 그리 잘못된 것으로 여겨지지 않지만 사실은 다르다. 그것은 <1박2일>이 고유의 영역을 쥐고 있는 여행에 대한 집중을 흩어놓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함께 여행을 가도 평소 친한 친구와 가는 것과 기자와 가는 건 의미가 다르다. 친한 친구와 떠나는 여행이란 일반인들도 늘상 하는 일이지만 기자와 동행하는 여행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일반적인 여행의 틀을 벗어남으로써 생겨나는 부자연스러움은 기자 출연에 대한 의도를 왜곡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왜 그들이 하필 지금 <1박2일>에 출연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기자 특집은 그리 대단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기자라는 직업의 특수성을 <1박2일>이라는 여행 버라이어티의 틀로 끌어안았을 때 생겨나는 새로운 이야기에 더 관심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이천하면 으레 떠오르는 쌀밥과 온천만이 아니라 백사면이라는 동네가 가진 새로운 면들이 이 기자들을 통해 보여진 것은 이번 아이템의 수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의 틀을 벗어남으로써 그 출연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기획은 <1박2일>로서는 피하는 편이 좋다. 지난 주 의도치 않게 생겨난 기자들의 ‘서열놀이’에 대한 대중들의 불편함을 떠올려 보라. 그 근원은 결국 이 본래 의도에서 벗어난 기획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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