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재정비에 나선 ‘애니멀즈’ 비장의 무기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MBC 예능 <일밤-애니멀즈>는 애초에 기대한 것만큼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곰 세 마리’와 ‘OK목장’ 그리고 ‘유치원에 간 강아지’ 이렇게 세 파트로 쪼개 놓은 데다 그 안에 등장하는 동물들과 인물들이 너무 많아 프로그램의 초점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물과의 교감을 보여주기보다는 출연자들에 포커스가 맞춰진 방송은 <애니멀즈>가 가진 동물이라는 소재의 파괴력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런 엇나감을 제작진이 몰랐을 리 없다. <애니멀즈>는 부랴부랴 프로그램을 재정비한 눈치가 역력하다. ‘곰 세 마리’의 경우 중국에 퍼진 전염병 때문에 폐지되긴 했지만 이것은 오히려 프로그램에는 득이 된 모양새다. 일단 세쌍둥이 판다곰이 특이한 건 사실이지만 새끼라도 야생 곰이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교감으로 보여줄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하다. 주말 예능의 특성상 보여주는 스펙터클만으로는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마치 가족 같은 느낌의 교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곰 세 마리’가 종영되면서 ‘OK목장’과 ‘유치원에 간 강아지’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또한 이들 남아있는 프로그램들도 초반부처럼 서두르는 기색이 없어 훨씬 여유로워졌다. 목장의 여러 동물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던 초반 ‘OK목장’이 스펙터클하긴 해도 다소 부산해 보였다면, 염소 넘버 투의 출산과 그렇게 태어난 세쌍둥이 새끼 염소 엠, 비, 씨에 집중한 이번 편은 훨씬 교감에 맞춰져 있어 프로그램이 제자리를 잡은 듯한 인상을 줬다.

동물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것은 <애니멀즈>에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저 새끼 염소들로 뭉뚱그려 보여지는 것보다는 엄마를 똑 닮은 리더십이 있어 보이는 첫째 엠, 태어날 때 역산으로 나와 조금 연민을 갖게 만드는 둘째 비, 그리고 잘 생겨 마치 강아지 같은 막내 씨로 보여지는 것이 훨씬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비결이다. 이들 새끼 염소들에 푹 빠진 출연자들, 특히 윤도현이 시종일관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 모습은 동물과의 훈훈한 교감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한편 ‘유치원에 간 강아지’를 이끄는 두 인물은 귀요미 꼬마 온유와 윤석이다. 이 코너는 강아지에만 포커싱된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유치원생인 아이들과 강아지들 간의 정서적인 교감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온유와 윤석은 같은 유치원생이라도 강아지에 대한 너무 다른 반응을 보여준다. 윤석이 유치원에서 내내 하는 것이 거의 우는 일(?)인 반면, 온유는 유기견 남매들과 각별한 정을 나누는 모습이다.

온유든 윤석이든 그 아이들이 동물들과 갖는 교감의 이야기는 너무나 귀엽고 때로는 뭉클한 느낌마저 준다. 육아예능과 동물예능을 합쳐 놓은 듯한 이 구도 속에서 서장훈이나 돈 스파이크는 자신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 깨달은 눈치다. 서장훈은 윤석과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윤석이 동물들에게 마음을 조금씩 여는 과정을 리드하는 인물이고, 돈 스파이크는 스스로도 밝힌 자신의 반려견의 죽음과 관련된 아픈 사연을 안고 있듯이 온유와 유기견 남매들 간의 관계를 이어주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도 차츰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줄 인물이다.

시청률은 기대 이하지만 그렇다고 <애니멀즈>라는 새로운 예능의 시도가 무의미한 건 아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들어오고 있는 동물들은 어쩌면 현대인들이 피폐된 정서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존재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직 특별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제 자리를 잡은 듯한 <애니멀즈>다. 향후 이 귀요미들이 서로서로 정서를 나누는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어쩌면 마음을 열지도 모른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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