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태임과 예원 마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나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이태임이 욕을 했다. 그 앞에 하필 예원이 있었다. 이태임 욕설 파문은 지금 현재 이 두 사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렇게 되니 욕을 한 이태임에 대한 비난과 그녀가 욕을 한 데는 그 앞에 있던 예원이 무언가를 잘못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난무한다. 그런데 과연 그것뿐일까.

침묵하던 이태임이 한 매체와 한 인터뷰 내용은 이태임 소속사가 공식적으로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과는 사뭇 다른 면이 있다. 즉 이태임이 한 인터뷰에는 “당시 녹화현장에서 여러 가지 상황이 너무 기분이 나빴다. 일절 상의한 것 없이 그냥 진행이 됐었다. 욕은 했지만 정말 그건 잘못했지만 참고 참았던 것들이 폭발했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앞선 인터뷰에서 욕을 하게 촉발시킨 건 예원의 반말이라고 했다. 그녀의 반말로 “너무 화가 나서 참고 참았던 게 폭발해서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는 것. 이 진술에서 들여다봐야 할 것은 예원의 반말이나 욕설 그 자체보다 ‘참고 참았던’ 것에 있다. 그녀는 도대체 무엇을 ‘참고 참았던’ 것일까.

그녀는 또한 드라마 촬영 중 벌어진 불화설에 대해서도 현장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힘든 일이 많다. 그래도 참고 견디려 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장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파문의 초점에서 빠져 있는 인상이다. 매체들의 관심은 이태임의 욕설 그 자체와 예원이 그 욕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하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다.

이태임 소속사의 보도자료 역시 현장 이야기는 쏙 빠져 있다. 대신 이태임이 그간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작품과 무관한 ‘특정신체부위’가 이슈화 되고 악플이 끊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가족에 대한 악플까지 이어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심해 입원치료를 하게 됐다는 이야기만 들어 있다. 소속사는 오히려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와 드라마 <내 마음 반짝반짝> 제작진과 출연진들에 대해 사과를 했다.

왜 이태임은 ‘욕 나오는 녹화현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정작 그를 두둔해야할 소속사는 제작진에 대해 사과를 했을까. 이렇게 된 것은 여러모로 이태임의 입장과 소속사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소속사는 어찌 됐든 방송사 제작진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이태임은 다르다. 사태가 터진 후 소속사가 묵묵부답으로 있을 때 이태임에게 쏟아진 비난을 떠올려보라. 소속사가 공식 보도자료를 내기 전에 이태임이 한 매체와 인터뷰를 자청한 데는 그런 절박함과 억울함이 담겨져 있다.

이태임은 SBS <정글의 법칙> 촬영 후, ‘물질 전문 연예인’처럼 되어 버렸다. 그 힘든 정글에 들어가서도 이태임의 이슈는 몸매에만 거의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 그녀가 MBC <띠동갑내기 과외하기>에 들어와서도 물질을 하고 있다. KBS <1박2일>이 복불복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한겨울에 바닷물 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드라마 현장이 힘겹고 조악하다는 건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초치기에 쪽 대본이 일반적인 제작관행처럼 되어 있는 상황에서 출연자들은 며칠에 몇 시간 자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예능 제작 현장도 비슷한 상황이 됐다. 스튜디오에서 말로만 떠드는 예능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야외 관찰카메라가 트렌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글의 법칙>처럼 예능은 오지에까지 뛰어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건 모두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일들이다. 그런 피나는 노력이 있기 때문에 그만한 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제작 현장의 문제를 온전히 출연자들의 문제로만 덮어버리는 것은 어딘지 찜찜함이 남는다. 이 사태는 이태임의 개인적인 멘탈 문제일 수 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참다 참다 폭발했다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밝혀져야 하지 않을까. 욕설의 원인을 당사자들의 문제에서만 찾는 건 어딘지 연예인들만 희생양으로 내몰려 꼬리가 잘리는 인상을 남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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