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집’ 장위안, 순수남이 착한남 되는 여행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금은 순수남의 시대다. 육아예능이든 섬에서 밥 짓는 거든,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이야기든, 요리하는 남자든, 국내 거주 외국인이든, TV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건 빈틈없는 엄친아의 모습이나 화려하고 세련된 완벽남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어떤 분야에선 완벽하고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TV를 통해 드러내는 지점은 수수하고 순박한 그래서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면모다.

<나 혼자 산다>의 수많은 출연자들을 필두로, 이서진부터 시작해 유해진, 손호준까지 나영석 사단의 배우들이 그렇고, 육아예능에 출연하는 아빠들이 모두 그렇다. 최근 짧고 굵게 한방을 보여준 ‘요리초보 방송천재’ 백종원, 심지어 구설수의 강용석마저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그간의 이력, 집안 환경에서 드러나는 재력, 그리고 대중 앞에서 쌓은 이미지는 수수하고 순박한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매력의 한 요소일 뿐이다.

이런 시대에 순수남의 결정판, 착한 남자가 단체로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바로 <비정상회담>이다. 그래서 이 동네에선 아마 금기시 할 이름인 에네스 카야가 사고 친 후에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도 <미녀들의 수다>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알다시피 그는 가장 많은 방송분량 지분을 차지한 멤버였고, 지금의 알베르토만큼 나름 귀감이 되는 말들과 속담을 쏟아냈던 간판이었다. 이런 인물이 불편하게 하차했다.

이유나 양상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인기를 얻게 되면서 이런저런 잡음이 일고, 점차 연예인으로 입장이 바뀌면서 이른바 초심을 잃게 되는 수순이다. 사람의 매력을 동력으로 삼는 프로그램에선 이런 구설수는 치명적이다. 안 그래도 인물의 매력에서 나오는 동력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선 일정한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다보면 대체로 예전 같지 않아지는데 그에 가속을 더 했으니 아니 될 말이었다.



그런데 <비정상회담>은 담담하게 외국인 출연자의 수수하고 순박한 이미지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여기엔 그들이 단지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토론 형식이 큰 방패가 됐다. 새로운 인물도 적당하게 발굴했다. 그리고 익숙함이든 식상함이든 어떤 식으로든 동력이 떨어지기 시작할 즈음에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가 매우 적절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첫 프로젝트인 장위안의 집 방문을 마친 지금 ‘착한 남자’의 면모는 더욱 더 부각됐다.

주인공 장위안은 부모님과 내색하고 지내진 않지만 속정이 깊은 아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맞선 장면에서 드러난 취조와 고해로 일관된 서툴고 진지한 연예 스타일은 뭇 여성들에겐 귀여움으로 통역됐다. 줄리안은 늘 긍정적인 분위기를 돋웠고, 뭐든지 완벽해 보이는 알베르토도 장위안 어머니를 따라 광장에서 춤을 출 때 지독한 몸치임이 드러났다. 깍쟁이 같아 보였던 타일러도 그냥 형들 앞에선 막내였다. 안 씻고 안 꾸미는 순박시크의 결정판 기욤은 역시 귀요미였다.

여기서 잠깐. 그의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주 <비정상회담>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코디해온 그의 데이트 패션은 반팔티에 청바지, 구두. 말로만 들으면 놈코어 패션 같은 조합 같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광택 있는 검은 정장 구두 위를 아무 생각 없이 덮는 치명적인 바지 밑단부터 가장 멋없는 인디고 색상의 청바지, 그 모든 것에서 눈을 멀게 할 것 같은 크리스탈 조각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핑크색 티셔츠를 입고 위풍당당했던 기욤의 모습은 지난 주 전 예능을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순백의 순수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기존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출연자간의 높은 친밀도와 서로를 위하는 마음 씀씀이가 가족의 힘과 효성까지 더해지니 어머니가 차려주신 풍성하고도 따뜻한 집밥을 마주한 것 같았다. 함께 친구의 어머니를 뵙는 ‘여행’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들이 방송을 위해 만난 조합이라는 걸 잊게끔 했다. 14분 분량을 위해서, 단지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하룻밤의 촬영을 위해 다시 중국 안산으로 날아온 유세윤에게서 진짜 형제애, 방송을 넘어선 따뜻한 가족의 정과 의리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이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비정상회담>을 볼 때 더욱 반갑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야말로 웃음에 대한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 강아지도 짐꾼도 없다. 장위안의 친척들과 어머니에게 스스럼없이 대하며 지내는 친구 집에 놀러온 일상이 전부다. 애교도 부리고, 식사를 함께 나누고, 한국에서 각자 준비해온 선물을 드리는 것 이상의 무엇이 없다. 하지만 그 일상에서 외국인 출연자들의 순수하고 인간적인 면모는 더욱 더 빛을 발하고 서로를 위하는 것을 넘어 친구의 부모님과 가족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은 수수와 순박함을 넘어 잘 자란 착한 남자의 매력으로 진화한다.

그래서 숟가락만 얹은 것처럼 보이지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는 <비정상회담>의 훌륭한 보완재다. 장위안이 유수의 기획사와 계약했듯 기존 출연진들이 점차 전문 방송인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노출의 빈도가 높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떨어질 매력의 동력을 이 프로그램만의 볼거리와 따뜻함으로 다잡아 주고 유통기한을 더욱 길게 이어갈 것이다. 이보다 윈윈인 스핀오프는 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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