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으로 호소한 태진아, 그럼에도 남는 의문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가수 태진아가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나선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고 호통을 치는 등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억울하다는 뜻이었을 테지만 이러한 감정적 호소가 과연 얼마나 대중들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었을까는 의문이다.

실제로 태진아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인터넷을 가득 메운 건 그가 감정에 못 이겨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이 날 그가 내놓은 일련의 해명과 반박의 구체적인 내용들은 태진아의 눈물 속에 그 집중력을 잃어버렸다. 그것이 감정에 호소하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었는지 아니면 너무 억울해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런 접근은 태진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감정에 호소된 토로가 먹힐 수 있는 건 그 인물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나 공감, 동정 같은 것들이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이다. 이럴 경우 대중들은 ‘그가 그럴 리가 없어’하고 돌아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중들이 태진아에 대해 갖는 정서는 그리 곱지만은 못하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태진아의 이번 억대도박설이 터져 나왔을 때 엉뚱하게도 과거 그에게 오점으로 남았던 ‘간통 혐의’ 이야기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온 건 그래서다. 태진아는 젊은 시절 당시 현대건설 조성근 사장의 부인과의 간통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이로써 조사장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당시 결혼 준비 중이던 그의 딸은 이 일로 인해 결혼이 취소되자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태진아는 미국으로 떠났다.

오비이락인지 조사장이 물러나고 그 사장 자리에 앉은 인물이 당시 현대건설 부사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은 엉뚱하게도 ‘태진아가 이명박을 만들었다’는 얘기로 까지 비화되었다. 여러모로 태진아로서는 대중적인 정서가 틀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태진아가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은 대중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을까. 의혹을 불식시키기는커녕 ‘무언가 있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지 않았을까. 게다가 이날 태진아가 해명한 내용은 도박이 아니라 게임이었을 뿐이고, 오히려 악의적인 매체가 돈까지 요구했다는 폭로에 더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의 VIP룸에 대한 해명은 쏙 빠져있었고, 본래 주장했던 가족끼리 한 번 들렀다는 애초의 내용은 은근슬쩍 총 네 차례 카지노에 갔다는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달에 네 차례라면 그저 가족끼리 들렀다는 내용과는 사뭇 위배되는 내용일 것이다. 게다가 문제가 된 VIP룸 출입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점은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는 촉발제가 될 위험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태진아의 기자회견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명을 할 거였다면 좀 더 명명백백하게 모든 걸 드러냈어야 하며, 그것도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이성적인 증거들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도 어느 쪽이 ‘소설’을 쓰고 있는 지는 명확히 알 수 없다. 태진아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쏟아지는 의혹들은 이번 회견이 논란의 불씨들을 전혀 끄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왜 태진아는 좀 더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을까. 또 구체적인 증거들을 모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했을까. 소통이 불통이 되는 건 작은 차이들에서 기인한다. 태진아는 좀 더 대중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봤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만을 드러내기 보다는.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채널A,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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