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시리즈가 ‘장수상회’에 미치는 영향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꽃할배>가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건 가족이 붕괴되고, 소통도 없고, 이기는 게 살 길이라는 지금 시대에 노인들 입을 통해 자신들이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형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꽃보다 할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냈다. 결국 <꽃보다 할배>는 박근형에게는 소통이라는 의미다.

“<꽃보다 누나>는 아실런지 모르겠지만 그걸 다녀온 후에 나영석 PD가 병에 걸렸다. 늘 남자들과만 함께 하다 보니 여배우들의 생리는 잘 몰랐던 것이다.” 윤여정 역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꽃보다 누나>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나PD의 성실함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다.

박근형과 윤여정이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인터뷰를 하고 있는 건 영화 <장수상회>가 곧 개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속에서 박근형과 윤여정은 젊은이들 못잖은 가슴 설레는 멜로를 보여줄 것이라고 한다. 여전히 청년 같은 느낌을 주는 박근형과 여전히 소녀 같은 윤여정의 멜로는 그 캐스팅만으로도 기대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장수상회>가 영화 홍보를 하면서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의 이야기를 자주 꺼내고, 이것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만큼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건 이 영화와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이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형과 윤여정은 여러 작품을 통해 확고한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갖고 있는 대배우들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박근형과 윤여정이란 배우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꽃보다> 시리즈의 영향 아래 있는 게 사실이다.



<꽃보다 할배>에서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젊은이 못지않은 호기심을 보여주는 박근형은 ‘꽃보다’라는 수식어가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어디서든 찍으면 화보처럼 나오는 그 모습은 여전히 그를 청춘의 이미지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것은 <꽃보다 누나>에서의 윤여정도 마찬가지다. 드라이기가 없어 그걸 사려 전전긍긍하는 윤여정에게서는 여전히 소녀같은 감성이 느껴졌다.

<장수상회>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남녀 간의 깊이 있는 멜로를 다룬다고 한다. 그러니 <꽃보다> 시리즈에서 보던 그 박근형과 윤여정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어찌 보면 <꽃보다 할배>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최근 <장수상회>처럼 나이든 세대에 대한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연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꽃보다 할배> 이후 우리는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연장자들이 어떻게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는가를 목도한 바 있다. 그것은 나이라는 박제에 묶여진 어른들을 생동감 넘치는 존재로 살려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근형과 윤여정이 <장수상회>를 얘기하면서 저 <꽃보다>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은 건 그래서일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여기에는 그만한 연결고리가 있는 셈이니 말이다. 이렇게 보면 나영석 PD가 <꽃보다> 시리즈로 열어놓은 세대 소통의 이야기는 지금 현재 꽤 다양한 문화적 토양으로 넓혀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예능 프로그램 하나가 가져온 파급력은 이렇게도 크게 다가온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영화 <장수상회>스틸컷,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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