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썸타는 아이돌, ‘두근두근 인도’

[엔터미디어=정덕현] 아이돌이 그저 평범한 소년들처럼 보인다. 새롭게 시작한 KBS <두근두근 인도>가 포착해낸 아이돌들의 새로운 모습이다. 취재를 목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굳이 인도를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K팝 한류가 잘 드러나지 않는 곳. 엑소 수호와 샤이니 민호가 나란히 걸으면 사진을 찍기는커녕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그런 곳. 그래서 한 호텔에서 우연히 슈퍼주니어 규현을 알아본 팬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느껴지는 곳. 그 곳이 인도다.

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들이 인지도 굴욕을 당하는 상황은 그들조차 웃음이 터질 정도로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덧 조금씩 그렇게 누군가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자유롭게 느껴진다. 국내에서는 마트 한 번 가는 것도 온통 얼굴을 가리기 위해 중무장을 해야 했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뭄바이의 거리는 그들에게는 한편으로는 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즐겁게 다가온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종현이 기타를 꺼내들고 노래를 부르자 삼삼오오 모여들어 경청하는 인도인들은 그야말로 음악에 빠져 사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인도의 영화에서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였다. 그러니 인지도 제로에 가까운 아이돌들이 노래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도는 그래서 어딜 가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던 아이돌들을 마치 갓 데뷔한 신인들처럼 만들어버린다. 우연히 사람을 만나고 인도의 음식을 먹고 거리를 걷고 음악을 듣는 모든 체험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스타지만 일반인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취재여행이라고 타이틀이 붙었지만 어찌 보면 여행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물론 실제 취재를 해서 뉴스에 내보내는 게 하나의 미션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그 취재의 과정을 통해 인도라는 나라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고 또 현지인들과 부딪치며 그들과 어떤 소통을 해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하지만 차츰 인도라는 나라에 빠져드는 과정을 통해 아이돌이 아닌 보통 소년들의 모습을 살짝살짝 볼 수 있다는 건 이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그래서 조금씩 인도라는 나라에 다가가 아이돌이라는 타이틀도 버리고 그저 한 노래 부르는 소년들로서 이들이 인도인들과 어떤 교류를 해낼 수 있다면 그만한 성과가 없을 것이다 하루의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규현이 종현에게 F키에 맞춰 기타를 쳐 달라고 말하고 즉석에서 인도를 노래하는 장면은 그래서 훈훈한 웃음을 준다.

물론 아직까지 이들의 취재여행이 어떤 방향성을 가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돌을 인지도 제로로 만드는 인도라는 나라가 이들을 보통의 청년들로 보이게 만든 것만은 분명하다. 그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지점에 두근두근한 인도여행의 묘미가 드러나지 않을까. 이들이 앞으로 겪을 좌충우돌이 못내 궁금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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